아스널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알리고 있는 유럽축구연맹 누리집(uefa.com) 첫 화면

아스널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알리고 있는 유럽축구연맹 누리집(uefa.com) 첫 화면 ⓒ 유럽축구연맹




'바르셀로나 629 : 299 아스널'

패스를 성공시킨 숫자만 봐도 두 팀의 차이는 분명했다. 수많은 축구팀들이 왜 FC 바르셀로나를 모델로 삼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골로 승부를 결정짓는 축구 경기에서 패스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 경기가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축구의 또 다른 묘미이기도 하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스널 FC(잉글랜드)는 우리 시각으로 17일 새벽 4시 45분 런던에 있는 아스널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2011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 FC 바르셀로나(에스파냐)와의 안방 경기에서 짜릿한 후반전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2-1로 이겼다.

우울했던 런던 팬들

안방 팀 아스널의 출발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비록 상대 문지기 발데스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지만 시작 후 6분 만에 미드필더 파브레가스가 감각적으로 넘겨준 공을 골잡이 판 페르시가 받아 왼발 슛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FC 바르셀로나 특유의 짧고 정교한 패스 플레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곳을 자신들의 안방인 캄프 누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15분에 나온 메시의 감각적인 왼발 찍어차기가 그 신호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26분에 결국 선취골까지 만들어냈다. 역시 리오넬 메시의 왼발이었고 다비드 비야의 마무리 능력도 모자람이 없었다. 메시의 드리블과 패스 수준이 왜 천재적인가를 잘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누가 봐도 거기서는 오른발 패스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상대 수비수의 빈틈을 찌르는 왼발 바깥쪽 패스는 보는 이들이 탄성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골문 앞으로 달려들어가던 다비드 비야는 어김없이 이 환상적인 패스를 골로 답해주었다.

그 이후에도 안방 팀 아스널의 수비 라인은 오프사이드 함정이 자꾸 무너지며 허술한 장면을 몇 차례 더 내보였다. 아무리 상대가 FC 바르셀로나라는 거함이라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수많은 안방 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두 팀의 패스 상황을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는 유럽축구연맹 누리집(uefa.com) 경기 정보 화면

두 팀의 패스 상황을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는 유럽축구연맹 누리집(uefa.com) 경기 정보 화면 ⓒ 유럽축구연맹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조금 소극적으로 보여도 미드필더들의 간격을 좁히면서 먼저 수비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덕분에 더 이상의 실점 없이 후반전을 기약할 수 있었다.

아르샤빈과 함께 웃다!

안방 팀의 벵거 감독은 후반전 중반에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 시작했다. 수비만 강화한다고 해서 뜻을 이루기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68분에 아르샤빈을, 76분에 벤트너를 차례로 들여보내며 조금씩 바르셀로나 골문 쪽의 빈틈을 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같은 역전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왼쪽 미드필더로 뛴 아르샤빈의 발끝에서는 마법같은 패스가 뻗어나가고 있었다. 78분에 보는 이들의 눈을 비비게 만드는 동점골이 나왔다. 왼쪽 옆줄 앞에서 아르샤빈이 클리시에게 내준 공이 앞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판 페르시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슛 각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 왼쪽 끝줄 바로 앞이었다.

그런데, 빅토르 발데스가 지키고 있던 바르셀로나의 골문이 뚫린 것이었다. 역시 판 페르시의 왼발은 팀의 상징처럼 '큰 것 한 방'이 도사리고 있었다. 공이 빠져나가기 힘들어보였던 왼쪽 기둥과 발데스의 사이를 보기 좋게 통과하여 그물을 흔들어버렸다. 분명한 동점골이었다.

그리고 딱 5분 뒤에 더 믿기 어려운 역전 결승골이 터졌다. 역습 과정에서 간판 미드필더 파브레가스의 오른쪽 오픈 패스가 수준 높게 뻗어나갔고 이 공을 받은 나스리는 서두르지 않고 반대쪽의 아르샤빈을 찾았다. 여기서 빠르게 수비에 가담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숫자가 적지는 않았지만 아르샤빈의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는 이를 비웃듯이 수비수 둘과 문지기까지 통과해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순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벤치에 앉아 있던 벵거 감독도 어린 아이처럼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좋아했으며 런던 팬들이 가득 들어찬 관중석은 짜릿한 전율이 느껴질 만큼 요동쳤다. 패스의 수준만 봐서는 어려울 것 같았던 승부를 자기 선수들이 보기 좋게 뒤집어버린 것에 크게 놀라고 있었다.

이에 당황한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니에스타를 빼고 아드리아누를 들여보냈지만 시간이 조금 모자랐고 추가 시간에 다니엘 아우베스의 연결을 받은 리오넬 메시의 슛도 아스널 수비수 코시엘니에게 막히고 말았다. 이제 두 팀은 다음 달 9일 장소를 캄프 누로 옮겨서 다시 만나게 된다.

한편, 같은 시각 로마에 있는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는 안방 팀 AS 로마(이탈리아)가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에 2-3으로 덜미를 잡혔다.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에 첫 발을 내딛은 샤흐타르 도네츠크는 지난 해 11월 4일 안방인 돈바스 아레나에서 아스널 FC를 2-1로 물리치고 H그룹 1위(5승 1패, 12득점 6실점)를 차지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 사건이었다.

덧붙이는 글 ※ 2010-2011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2.17) 결과, 아스널 스타디움

★ 아스널 FC 2-1 FC 바르셀로나 [득점 : 판 페르시(78분,도움-클리시), 아르샤빈(83분,도움-나스리) / 다비드 비야(26분,도움-리오넬 메시)]

◎ 아스널 선수들
FW : 판 페르시
MF : 나스리, 윌셔, 파브레가스, 송(68분↔아르샤빈), 월콧(76분↔벤트너)
DF : 클리시, 주루, 코시엘니, 에보우에
GK : 슈체스니

◎ 바르셀로나 선수들
FW : 다비드 비야(68분↔케이타), 리오넬 메시, 페드로 로드리게스
MF : 이니에스타(89분↔아드리아누), 부스케츠, 사비 에르난데스
DF : 막스웰, 아비달, 피케, 다니엘 아우베스
GK : 빅토르 발데스

★ AS 로마 2-3 샤흐타르 도네츠크 [득점 : 페로타(28분), 메네스(61분) / 야드손(29분), 더글라스 코스타(36분), 루이스 아드리아누(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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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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