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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피랍선원 구출작전 과정에서 1차 작전 실패 상황을 보도한 <부산일보>와 이를 인용 보도한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에 중징계를 통보했다. <부산일보>에 출입정지 1개월을,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에는 출입기자 등록 취소 결정을 내렸다.

24일 오후 청와대는 대통령실장 명의로 각 언론사에 보낸 공문에서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엠바고에 대해 국방부 등 관련 정부 부처의 기사 삭제와 재차 보도자제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게재, 인질로 잡혀있던 우리 국민(선원)과 작전 중인 군인들의 생명과 안전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했다"며 "청와대는 출입기자로 등록한 귀사 소속 기자의 출입 등록을 취소하기로 결정했기에 통보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징계를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엠바고 파기 등의 문제로 발생한 출입 제재는 대부분 청와대 기자단 차원에서 이뤄져 왔다.

이에 백병규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보도통제를 따르지 않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정부에 불리한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정점에서 범정부 차원의 보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원 안전을 위해 오히려 필요한 보도였다"

청해부대가 21일 아라비아해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우리 화물선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하고 해적을 모두 제압했다. 사진은 청해부대 대조영함 대원들이 2009년 7월 해적 퇴치훈련을 벌이는 장면
 청해부대가 21일 아라비아해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우리 화물선 삼호주얼리호 선원을 구출하고 해적을 모두 제압했다. 사진은 청해부대 대조영함 대원들이 2009년 7월 해적 퇴치훈련을 벌이는 장면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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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는 지난 20일자 1면 보도를 통해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인질 구출을 위해 우리 해군이 군사작전에 돌입, 소말리아 해적과 총격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현재 우리 해군과 해적들이 현지 해역에서 대치중이며 아직까지 인질들은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확한 상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여권 고위 관계자와 군 관계자의 말을 빌려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은 피랍 사흘째인 18일 오후 소말리아 연안으로 끌려가던 삼호주얼리호를 따라잡았으며, 곧바로 특수전 요원들이 작전에 들어가 해적들과 총격전을 벌였다"고 전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 측에 3명의 부상자가 있음을 알렸다.

이 상황은 19일 국방부가 브리핑을 통해 밝히며, 출입기자단에 엠바고(Embargo, 뉴스기사를 일정시간까지 그 보도를 유보하는 것)를 요청한 사안이었다. 각 언론사들도 작전상황을 감안해 엠바고를 수용한 상태였지만 <부산일보>가 이를 파기하며 보도했고, 이어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가 인용보도를 했다. 이후 국방부의 기사삭제 요청에 <부산일보>만 사이트에서 기사를 내렸고, 이를 참작한 청와대는 <부산일보>에 대해 출입 등록 취소가 아닌 1개월 정지 징계를 결정한 것이다.

백병규 편집국장은 엠바고 상태의 기사를 게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국방부는 언론보도가 해적들에 알려질 경우, 군사작전과 선원들의 안전에 지장이 있다며 기사를 내려달라 요청했지만, 이를 알리는 것이 오히려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판단했다"며 "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백병규 <미디어오늘> 편집장.
 백병규 <미디어오늘> 편집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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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오늘>은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구출 1차 작전이 실패했다는 <부산일보> 기사를 인용 보도했다. 국방부가 <미디어오늘>에도 엠바고를 요청했나?
"전혀 없었다. 국방부는 우리에게 그런 부분(엠바고)에 대해 전혀 연락이 없었고 관련 내용을 브리핑 한 적도 없다. <부산일보> 기사내용을 확인취재 하는 과정에서 엠바고가 걸려 있다는 것은 알게 됐다. 일단은 <부산일보>의 보도 자체로, 군이 구출작전 시도를 했다가 세 명이 부상을 당해서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당연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부산일보> 보도가 나간 이후에도 대부분 언론에서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국방부에서 <미디어 오늘> 기사가 나간 후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나?
"우리에게도 국방부가 뒤늦게 연락을 해서 <부산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협조를 구했다. 기사를 내려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면서 언론보도가 해적들에게 알려질 경우, 군사작전과 선원들의 안전에 지장이 있다고 했다."

"부산 시민은 다 아는데, 국민들은 알면 안 되나?"

- 그럼에도 보도를 한 이유는?
"우리가 판단하기는 보도 내용이 향후에 진행될 추가 작전에 대한 사안이 아닌, 이미 실패한 작전이었고, 상황이 종료된 경우였다. 이런 내용을 알리면 선원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1차 작전이 있었고 실패했다는 보도내용은 해적들이 가장 잘 아는 내용이다. 오히려 이를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국민의 알 권리라는 차원에서 보도해야 했다. 이미 <부산일보>를 통해 다 보도된 내용이 아닌가? <부산일보>는 인터넷 신문이 아니라 부산, 경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종이신문이다. <부산일보>가 사이트에서 기사를 내렸다고 하는데, 이미 찍어서 나간 종이신문은 삭제할 수 없다. 부산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을 왜 다른 국민들은 알면 안 되는가?"

- 국방부는 정부부처에 엠바고를 깬 해당 언론사의 출입금지와 보도자료 제공 중단을 요청했다. 그리고 청와대가 처음으로 출입등록을 취소했다. 이전 출입 제재가 대부분 청와대 기자단 차원에서 이뤄진 것에 비해, 이번 조치는 춘추관에서 직접 취한 것으로 이례적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군과 청와대가 강경하게 나서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향후 군의 작전상황에 대해서 보도통제를 따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 작전이 끝난 이후에도 1차 작전 실패에 대한 보도는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성공한 군사작전 상황에 대한 보도는 이전과 달리 아주 세세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언론사의 보도행태는 어떻게 보나?
"몇 가지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 군 작전이 어떻든, 석해균 선장이 중상을 입어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것도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석 선장의 상태에 대해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때 군 당국에서 정확하게 석 선장의 상태를 밝힌 것인지 언론은 따져봐야 한다.

또 군 작전이 성공해 선원들을 구한 것은 다행이지만, 무리한 부분이나 무모한 상황은 없었는지 짚어보는 게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1차 작전이 왜 실패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1차 작전이 실패함으로써 인질로 붙잡힌 선원들의 생명이 정말 위협 받았을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 군 세 명도 부상을 입었다. 국방부는 당시 작전이 최영함 함장의 독자적인 판단이었다고 하는데, 과연 정말인지 의문이다. 마지막 작전에는 온갖 촬영장비를 동원해 찍어 놓고 그때(1차 작전)는 그런 게 없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지금은 국방부가 언론의 손발은 다 묶어 놓고,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미주알고주알 홍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한 엠바고였는지 모르겠다."

"<오마이뉴스>와 <조선일보>의 일... 함께 보도해야"

- 청와대뿐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취재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국방부가 취재 제한을 요청해서 청와대가 따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와대에서 이번 조치를 독자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에 불리한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정점이 돼서 범정부 차원의 보복을 취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좁게 보면 군 사안에 대해서 철저하게 언론통제를 하겠다는 것이고, 넓게는 보도협조에 따르지 않을 경우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겠다는 위협이다.

<미디어오늘>은 앞으로 이러한 부당함에 대해 보도 할 것이다. 이런 탄압에 대응하는 것이 우리나 <부산일보> <아시아투데이>의 일만은 아니다. 이것은 <오마이뉴스>뿐 아니라 <조선일보>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언론사가 대응해야 한다."


태그:#청해부대, #소말리아, #미디어오늘, #엠바고, #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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