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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이야기 1
A에게 말하고 식사하는 것은 모두 큰 곤욕이다. 조금만 큰 소리로 얘기하려 해도 또 약간만 힘을 줘서 씹어도 턱에서 빠각하는 소리가 난 후 큰 고통이 느껴진다. 요즘은 정도가 더 심해져 숟가락이 들어갈 만큼도 입이 벌어지지 않는 바람에 티스푼으로 죽을 떠 먹고 있다.

# 환자 이야기 2
며칠 전 술을 마신 이후로 B는 뭔가 질긴 것을 씹을 때마다 귀 아래를 누르는 듯한 불쾌감이 든다. 처음에는 질긴 것을 씹을 때만 느껴지던 통증이 이젠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다. 점점 더 심해질까봐 걱정이 된다.

# 환자 이야기 3
얼마 전 이혼을 경험한 C는 요즘 매일 매일이 너무 고통스럽다. 세상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고 길을 나가도 모두가 등뒤에서 수근거리는 것 같아 정말로 미칠 지경이다. 며칠 전부터는 턱도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끔씩 발작적으로만 아프던 것이 점점 더 심해져서 이제는 그쪽을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통증이 지속되고 있다.

# 환자 이야기 4
D는 요즘 가끔씩 턱에서 따악 또는 찰카닥 하는 느낌의 소리가 난다. 처음에는 어쩌다가 우연히 나던 소리가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의도적으로 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크게 아프거나 일상 생활에 지장은 없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고 무엇 보다도 계속 방치해뒀다가는 더 큰 병이 생길까 두렵다.

아랫턱의 둥근 머리가 윗턱의 구멍 안에서 움직이는 방식으로 관절이 운동한다.
▲ 턱관절의 확대 그림 아랫턱의 둥근 머리가 윗턱의 구멍 안에서 움직이는 방식으로 관절이 운동한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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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턱관절이 나와서 의아해 하는 독자 분들도 계시겠지만 턱관절 질환은 치과 영역에 속하는 질환이다. 턱관절은 언어와 저작(씹는 작용)에 관여하는 관절이고 그 저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교합(씹을 때 이가 닿는 양상)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치과의사이기 때문이다.

턱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가동 방향이 많은 관절이다. 턱관절을 제외한 어떤 관절도 상, 하, 좌, 우, 앞, 뒤의 6방향으로 모두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워낙 복잡한 운동을 하는 부위이기에 외과 수술을 할 때도 가급적이면 턱관절 부위를 직접 수술하는 것은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로 특수하고 어려운 진료이기 때문에 턱관절은 턱관절 전문가에게 진료 받아야 한다. 한방이나 의과에서도 턱관절 질환을 진료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치과에는 턱관절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분과가 따로 있다. 치과의 분과 중 구강내과가 턱관절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과이다.

복잡한 구조의 턱관절... 전문가에게 진료 받는 것이 안전

턱관절을 치과에서 진료해야 하는 이유는 이 정도로 하고 위의 환자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턱관절 동통의 원인에 대해 알아보겠다. 많은 환자들이 턱에서 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걱정을 하지만 환자이야기 4에 나오는 정도는 정상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턱 관절은 바로 귀 밑에 위치하기 때문에 관절에서 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이지 실제로는 손가락이나 목 관절을 비틀 때 나는 우두둑하는 소리와 비슷한 정도이니 특별한 불편없이 단지 소리가 나는 정도라면 그냥 안심하고 지내도 큰 무리가 없겠다.

턱관절 질환의 원인은 크게 환자이야기 1~3에 나오는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턱관절 자체의 원인

말을 많이 했거나 질기고 단단한 식품을 씹느라 근육이 뻐근할 때는 가벼운 마사지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 턱관절 마사지 말을 많이 했거나 질기고 단단한 식품을 씹느라 근육이 뻐근할 때는 가벼운 마사지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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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관절을 이루고 있는
상악의 구멍이나 하악의 과두 모양, 위치에 문제가 있거나 치아의 교합 이상 등으로 인해 변형이 일어난 경우이다.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턱의 잦은 탈구와 개구장애 등이 있다. 해당 환자의 경우 반드시 구강내과 전문의에게 의뢰하여 전반적인 교합 체크, 턱관절의 이상 여부 등을 정확히 진단 받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실 턱관절의 경우 대증요법이 널리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방이나 민간 요법을 이용해 동통을 완화시키는 경우도 많지만 질환의 원인이 턱관절 자체의 형태 이상에 있을 경우 자칫 증상을 더 악화 시킬 수 있다.

특히 일부 한의사들이 자신들만의 기구를 구강내에 위치시켜 교합을 변화시키는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교합에 대한 정확인 이해가 없는 이들이 함부로 교합과 관련된 시술을 시행하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니 턱관절 자체에 원인이 있는 턱관절 질환의 경우 반드시 구강내과(가까운 치과를 방문하여 소개를 받거나 아니면 대학 병원을 방문)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겠다.

턱관절 질환을 장기간 방치하거나 잘못된 치료를 받게 되면 자칫 목 뼈나 허리 뼈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2. 저작근의 원인

팔이나 다리의 운동과 마찬가지로 턱이 움직여서 일어나는 저작이나 발음 역시 근육에 의해 이뤄진다.  모든 동물은 특정한 근육이 심한 운동 때문에 염좌 등의 이상이 생겼을 경우 본능적으로 그 부위를 사용하지 않아 휴식을 취하게 하여 치유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저작근 만은 예외인 것이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도 정확히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아프다 하더라도 사람이 안 먹을 수 없고 이야기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국 아파도 쉬지 못해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진다.

어딘가에 부딪히는 외상을 입은 경우, 마른 오징어와 같은 질긴 음식을 많이 먹은 경우, 장시간 껌을 씹은 경우, 말을 너무 많이 했을 때, 이갈이가 심한 사람 등은 저작근에 무리가 갈 확률이 높은데 이 경우에는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시행하고 당분간 입을 크게 벌리거나 단단한 음식을 씹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간단한 마사지 정도로 증상의 호전이 없을 때에는 전기 자극을 이용한 물리 치료나 레이저 치료, 온열 치료 등을 통해 치료하기도 한다.

한방의 시침이나 민간 의학의 기체조 등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해당 질환이 단순히 저작근의 피로에 의한 것이 맞는지를 명확히 진단할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이에게 함부로 진료를 받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저작근 피로의 원인이 교합에 있는 상황에서 근육 치료로 증상만을 완화시키는 것은 병을 키우는 일이다.

3. 기타 원인

격렬한 스포츠 활동 중 이를 악물거나 이갈이 등의 습관이 있는 사람은 마우스 가드를 사용함으로써 턱관절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 마우스 가드 격렬한 스포츠 활동 중 이를 악물거나 이갈이 등의 습관이 있는 사람은 마우스 가드를 사용함으로써 턱관절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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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동통은 삶을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동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주 간단한 요인 만으로도 개체는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동통을 못 느끼는 한센병(나병) 환자들의 경우 1분에 한 번씩 눈을 깜빡여야 하는 훈련을 받아야 하며 신체에 상처가 생겼는지 여부 역시 눈으로 밖에 판별할 수 없게 되어 작은 상처에 의한 감염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입게 된다. 즉 동통은 개체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인 셈이다.

하지만 특별한 위험이나 외상이 없는데도 동통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어마 어마한 괴로움일 것이다. 의사가 내리는 진단 명 중 신경성 위염, 신경성 두통 같이 신경성이 붙은 경우가 이 특별한 위험이나 외상이 없는데 동통이 계속되는 경우이다. 턱관절의 경우 저작근이나 턱관절의 형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환자 본인은 계속해서 심한 동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동통의 경우 여러가지 대증 요법과 심리 치료 등 장기간에 걸친 치료가 필수적이다.

'턱 괴기, 이 악물기, 한 쪽으로 씹기' 습관 버려야

턱관절 질환이 심해지면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완치가 어려우므로 예방이 무척 중요하다.

우선 입을 너무 크게 벌리는 일을 줄여야 한다. 자동차도 최고 속도와 안전 속도가 있고 오디오 역시 앰프의 최대 용량까지 출력을 높이는 것은 기계의 수명을 줄이는 행위이다. 턱관절 역시 입을 계속 최대 크기로 벌린다면 무리가 간다. 하품을 할 때나 상추쌈 등을 먹을 때 80% 정도만 입을 벌린다는 기분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턱 괴기, 이 악물기 등의 안 좋은 습관을 버려야 한다. 사람의 뼈는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특히 골막 성장이 아니라 연골 성장을 하는 하악 과두의 경우 그 변화 역시 제법 빠른 편이다. 장시간 턱을 괴고 있는 것은 턱관절에 계속해서 힘을 가하는 일이고 그 결과 턱관절의 형태 이상을 초래 할 수 있다.

이를 악무는 습관이나 수면시 이갈이 등도 가능한 빨리 치료해서 없애는 것이 좋다. 특히 한 번에 큰 힘을 내기 위해 이를 악물게 되는 스포츠를 즐길 때는 가급적 마우스 가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식사시 양쪽으로 골고루 씹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쪽만으로 씹는 편측 저작의 경우 턱관절에 무리가 갈뿐 아니라 해당 부위의 치주 조직도 나빠진다. 편측의 치아가 몇 개 빠졌을 경우 가능한 빨리 보철적 수복을 해주는 것이 좋고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의식적으로 치아가 적은 쪽으로도 함께 씹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치아가 많은 쪽이 잘 씹히기 때문에 그 쪽으로만 씹게 되는데 이 경우 해당 부위의 손상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거기에 마른 오징어 같은 질긴 음식을 즐기거나 껌을 씹는 것 역시 악관절에 무리를 준다. 너무 질긴 음식의 저작이나 장기간의 껌 씹기는 악관절과 주변 저작근에게 계속해서 긴장을 유발시켜 피로하게 만든다. 질긴 음식의 저작과 껌 씹기는 악관절 질환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사각턱의 원인도 되므로 미용을 위해서라도 자제하도록 하자. 헬스 클럽에서 근육 운동을 하면 근육이 두꺼워지는 것처럼 저작근 역시 많이 사용하면 단련이 되어서 두꺼워지고 이것이 사각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적게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도 턱관절 질환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에 따른 흡연이나 과도한 카페인 섭취 역시 턱관절 질환의 원이이 되기도 한다. 근육이 긴장하는 겨울철이기에 턱관절 예방에 대한 세심한 노력이 더 필요한 요즘이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중복 게재합니다.
http://blog.naver.com/bluestag



태그:#치과, #턱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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