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 북미박스오피스에서 1300만불 제작비로 현재까지 6200만불 이상의 흥행수입 기록중

▲ 블랙 스완 북미박스오피스에서 1300만불 제작비로 현재까지 6200만불 이상의 흥행수입 기록중 ⓒ 20세기폭스 코리아


2010년 12월과 2011년 1월을 뜨겁게 달군 북미박스오피스 영화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우선 한국에서 개봉한 <트론: 새로운 시작> <투어리스트>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와 북미에서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 등이 떠오른다. 이 작품 모두 제작비가 1억 불을 넘었다.

하지만 실제 작년 12월과 올해 1월을 빛낸 주인공들은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와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블랙 스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두 작품은 북미박스오피스에서 만족스러운 극장수입과 박스오피스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블랙 스완>은 지난해 12월 3일 18개 극장에서 리미트 개봉한 이후 959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되었고, 결국에는 1584개 극장으로 와일드 릴리즈 되는 과정을 밟았다. 12월 첫 주 개봉 후 북미박스오피스 13위에 랭크되었던 <블랙 스완>은 이후 둘째 주에 6위로, 셋째 주에 7위, 넷째 주에 9위, 2011년 1월 첫째 주에 9위, 둘째 주에 5위에 오르면서 오랜 기간 동안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이 작품은 나탈리 포트만이란 세계적인 톱스타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1300만 불의 영화다. 북미에서 상당히 저예산에 속하는 작품이다.

단 1300만 불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작품이 북미에서 거두어들인 극장수입은 무려 6200만 불을 넘어서고 있다. 제작비 대비 고수입을 기록 중이다. <블랙 스완>이 북미에서 계속해서 극장을 확대해가면서 수입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북미 관객들의 초기 평가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들의 입소문에 의해서 확대 개봉되는 과정을 밝으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는 역시 놀라운 극장수입을 기록 중이다. 이 작품은 1969년 서부극 <진정한 용기>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제프 브리지스, 맷 데이먼, 조쉬 브롤린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 이 작품의 제작비는 단지 3800만 불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나온 영화마다 기대이하의 흥행성적을 보여주었던 맷 데이먼은 이 작품을 통해서 확실히 부활했다. 현재까지 북미극장수입이 무려 1억1114만 불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브레이브>는 2010년 12월 넷째 주 2위로 데뷔하였다. 1위 자리는 제작비 1억 불에 로버트 드니로, 벤 스틸러, 오웬 윌슨이 주연을 맡은 <미트 페어런츠3>가 차지하였다. 이후 2011년 첫째 주에도 <미트 페어런츠3>에 밀려서 2위에 머물렀던 <더 브레이브>는 결국 개봉 3주 만인 1월 둘째 주에 북미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대단한 저력이라고 할 수 있다.

<블랙 스완>과 <더 브레이브>의 성공은 한국 영화시스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북미에서 1300만 불의 영화와 3800만 불의 영화가 제작비 1억 불을 넘어가는 작품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성공한 작은 영화들 몇 편이나 있었나?

원스 한국 및 외국 인디영화 중에 처음으로 관객 20만을 넘은 작품

▲ 원스 한국 및 외국 인디영화 중에 처음으로 관객 20만을 넘은 작품 ⓒ 영화사 진진


할리우드 영화의 무차별적인 배급망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다른 나라의 영화들이 살아남기 힘들만큼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은 저예산이라고 해도 1000만 불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확실한 전 세계 배급망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 위력은 더할 나위 없이 막강하다.

분명 이런 문제점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잘 구축된 시스템이 있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할리우드에서 나온 작품들 중에 제작비 몇 만 불짜리 영화가 1억 불의 흥행수입을 올린 경우도 있으며, 3000만 불 이하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작품들 역시 관객들의 호응만 있으면 언제든지 확대 개봉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할리우드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쏘우>는 1편이 제작비 120만 불로 북미극장수입만 5500만 불을 벌어들였다. <쏘우>뿐만 아니라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제작비 1만5000불로 북미극장수입 1억 불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북미 인디영화(한국에서는 독립영화) <더 레슬러> 역시 600만 불의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2630만 불이 넘는 극장수입을 기록했다. 이런 범주에 속하는 작품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셀 수 없이 많이 나왔다. 저예산 영화나 인디영화라고 해도 할리우드에서 충분히 큰 영화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단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극장 시스템 자체가 이렇게 되어 있지 못하다. 한국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극장들이 생색내기용으로 인디전용관이나 예술관을 지난 몇 년 동안 운영하고 있지만 이건 정말 생색내기 외에 다른 의미가 전혀 없다. 단적으로 지난 10년 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작은 영화들의 한국에서 성공 사례라고 해봐야 국내외 다 합쳐서 200만을 넘긴 <워낭소리>와 20만을 넘긴 <원스>, 20만에 조금 못 미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20만 이상을 넘긴 작은 영화 혹은 독립영화들이 거의 없다. 결국 극장이 대기업의 논리대로 운영되면서 작은 영화들의 설 자리가 자꾸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색내기용 몇 개관 운영으로는 사실상 한국에서 작은 영화들이 한국의 큰 영화들 혹은 할리우드 영화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아무리 괜찮은 작품이라고 해도 초반에 그나마 입소문이라도 나지 않으면 극장에서 단기간에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시 대기업이 운영하는 극장에서 상영한다고 해도 보통 직장 다니는 관객들이 도저히 볼 수 없는 시간대에 상영하거나 교차상영을 하면서 극장상영을 하나마나하게 만들고 있다.

왜 작은 영화들이 한국 극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나?

더 브레이브 3800만불 제작비로 북미극장수입만 1억1000만불 넘어.

▲ 더 브레이브 3800만불 제작비로 북미극장수입만 1억1000만불 넘어. ⓒ 코엔 형제


영화는 계속해서 소재를 개발하고 어떤 방향으로든 창조를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들은 이렇게 실험적이거나 독특하게 만들 수가 없다. 최소한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일반적인 관객들이 좋아하는 코드에 맞추어서 영화를 제작해야한다. 그래서 항상 안전한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들에게 신선한 것을 요구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작은 영화나 독립영화는 흥행에 대한 부담이 블록버스터 영화나 상업영화에 비해서 덜한 편이다. 그래서 훨씬 더 다양한 소재로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다 신인 배우들과 새로운 스태프를 계속해서 길러내면서 한국영화의 하위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길 역시 열어준다. 할리우드 인디영화들을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1999년 단 6만 불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블레어 윗치>는 북미극장수입만 1억4000만 불을 기록하면서 페이크다큐가 가미된 영화의 시발점이 됐다. 이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고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면서 이후 <클로버 필드>와 <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페이크다큐가 가미된 작품들이 북미에서 대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다. 비단 북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들이 <블레어 윗치>에서 보여준 효과적인 페이크다큐에 영향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나탈리 포트만의 <블랙 스완>,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바벨>, 메릴 스트립의 <다우트>, 앤 해서웨이의 <레이첼, 결혼하다>, 조지 클루니의 <인 디 에어>와 <아메리칸> 등등 쟁쟁한 세계적인 톱스타들이 계속해서 할리우드 작은 영화나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 영화 그리고 인디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한국처럼 작은 영화들이 극장에서 확대 개봉되거나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다면 어떻게 스타 배우들이 할리우드처럼 활발하게 작은 영화나 독립영화에 출연할 수 있겠는가?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선 스타의 작은 영화 출연 어렵다

해안선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에 톱스타 장동건이 출연하여 화제가 되었던 해안선

▲ 해안선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에 톱스타 장동건이 출연하여 화제가 되었던 해안선 ⓒ LJ필름


결국 현재와 같은 한국 극장시스템은 작은 영화들이 새로운 기법과 실험을 할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여기에다 스타 배우들이 작은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작은 영화들조차도 큰 영화 흉내 내기에 열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험적인 방법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용해서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우선 단 몇 개의 극장에서라도 걸리기 위해서 대중적인 코드에 전적으로 감각을 맞추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큰 영화들에게 자양분을 공급하고, 큰 영화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어야 할 작은 영화들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작은 영화들이 큰 영화들과 함께 어느 정도 경쟁할 수 있는 극장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면, 한국영화가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간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문화적인 기초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계속해서 발전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겠는가? 항상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무작정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관객들이 극장에 찾아와서 봐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작년에 100억 이상이 들어간 <포화 속으로>는 큰 손해를 감수해야했고, <황해> 역시 손익분기점 넘기가 힘들어 보인다. 여기에다 <라스트 갓파더> 또한 한국에서 손익분기점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라스트 갓파더>는 북미 개봉 결과가 남아 있어서 좀 더 지켜봐야한다. 그리고 40억이 투입된 <그랑프리>는 16만 정도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엄청난 손해를 봤다. 톱스타에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도 관객들이 보러와 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따라서 혹자가 이야기하듯이 돈 되는 영화에만 투자하겠다는 말은 정말 난센스다. 돈 되는 영화가 어떤 작품인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냥 제작비만 많이 투입되면 무조건 좋은 영화에다 돈 되는 영화가 된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결국 좋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극장에서 상영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주어야하는데 영화산업을 문화로 보지 않고 단지 관객 수에 따른 돈으로만 환산하면서 나온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다.

다양한 작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그 중에서 관객들에게 호평 받은 영화들이 장기상영이나 확대 개봉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추어도 혹자가 말하듯이 돈 되는 영화가 많아질 것이다. 큰 영화와 작은 영화들이 어느 정도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정말 돈 되는 영화를 많이 제작하고 만들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작은 영화나 독립영화들이 한국에서도 할리우드 같이 확대개봉하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추어져서 흔히 말하는 대박 영화가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그래야만 진짜 한국 영화산업 역시 문화적으로도 그리고 산업적으로도 그 뿌리가 탄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 무비조이 더 그레이브 블랙 스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