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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등이 14일 오전 11시 고 김주현씨의 빈소가 있는 천안 순천향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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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에서 일하다 투신자살한 김주현(26)씨의 유가족들과 관련 단체들이 경찰의 엄정한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고 김주현씨는 지난 해 1월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에 설비엔지니어로 입사해 설비 정비, 세정작업을 해왔으나 입사 1년 만에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 김씨는 회사 복귀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새벽 가족들에게 문자를 남기고 기숙사 13층에서 투신자살했다. 김씨는 1차 자살을 시도하다 삼성전자 경비 및 보안요원 4명에 의해 제지당했지만, 혼자 남게되자 다시 자살을 시도했다.

이와 관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등은 14일 오전 11시 고 김주현씨의 빈소가 있는 천안 순천향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고 김주현군의 사망이 단순자살이라는 경찰의 사건 보고서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한시 바삐 사건 재수사에 착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고 김주현씨의 자살은 충분히 미연에 방지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삼성은 과실을 덮으려는 데만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 김주현씨가 일한 LCD 칼라필터 공정은 감광제를 포함하여 독성 화학물질들이 많이 사용되는 위험한 작업장이었다"며 "이 때문에 입사한 지 수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경미하게 앓던 아토피가 악화되고 자극성 접촉피부염까지 생겨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그는 하루 14∼ 15시간씩 주야로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하루 14∼15시간씩 주야로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이들은 "그와 그의 아버지가 회사에 호소해 작업부서를 옮겼지만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병가를 받고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했다"며 "5개월간의 치료를 요한다는 의사의 권유에도 회사에서 허락한 병가 기간은 2달뿐이었고, 허락된 두 달의 시간이 끝나고 복귀가 가까워오자 밤잠을 설치다 기숙사 밖으로 몸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은 자살기도의 재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없이 방치한 책임이 있는데도 유족을 모텔로 불러내어 돈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 협상하고 장례식 발인을 재촉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찰의 엄정한 재수사와 삼성의 공개사과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유해위험 작업 실태한 대한 특별 근로감독 실시, 삼성의 비인간적 노동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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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등이 14일 오전 11시 고 김주현씨의 빈소가 있는 천안 순천향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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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 재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유가족들은 "주현이가 근무 당시 화학약품취급에 따른 피부 발진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을 때 회사에서 어떠한 조치를 했는지, 하루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 및 잦은 특근이 회사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또 "'3개월 추가약물치료 필요'라는 의사소견서를 보고도 곧바로 근무배치한 이유와 1차 자살 시도를 제지한 안전관리요원들이 이후 주현이를 밀착 보호하지 않고 곧바로 기숙사 방으로 인도한 이유 등을 해명할 것"도 요구했다.

친구들에게 "복직 앞두고 회사 가기 싫다" 

유가족들은 이밖에도 "유가족들이 병원에 도착한 지난 11일 오전 삼성전자 인사 담당자와 산재 담당자 등이 유가족을 근처 모텔로 데려가 금전적 보상을 제시하며 장례절차를 서두르도록 회유했다"며 해명을 촉구했다.

김칠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경찰은 타살의 의혹이 없으니 수사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쾌활하고 건강한 사람이 1년 동안 어떤 고통을 당했기에 회사 복귀를 앞두고 고민했는지에 대해 복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인의 친구들은 "주현이가 평소 '상급자들이 밥도 안 먹고 일해서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기숙사에 가도 식당이 없어서 과자로 때운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11시까지 일한다'는 등 회사 생활에 많이 힘들어 했다"고 증언했다.

삼성전자 "고인은 화학물질 다루지 않았다"

삼성전자쪽은 최근 천안 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김씨의 사망사건에 대해, 유족들이 회사가 사고를 충분히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쪽 관계자는 "사고 당시 복도 난간에 사람이 올라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곧장 기숙사 안전요원이 출동했다"면서 "이후 고인을 방으로 데려다 주었으며, 기숙사 해당 동을 맡고 있는 동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동장이 이 사실을 듣고 난 후, 방으로 올라가 확인했을 때 이미 고인이 1층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봤다"면서 "이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기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일했던 공장 내부에서 화학물질을 다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씨는 LCD 설비 수리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화학물질을 다루지 않았다"면서 "과거부터 가져왔던 피부병이 재발한 이후, 업무 수행의 어려움을 호소해와서 다른 부서로 조정해주기도 했다"고 회사쪽은 전했다.

그는 이어 "김씨의 죽음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회사는 장례절차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