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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사진작가 코르다(1928~2001)는 체 게바라를 찍은 사진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게릴레로 에로이코 (혁명 영웅)>으로 유명하죠. 그렇지만 이 사진이 너무 유명해 정작 코르다의 다른 사진들이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코르다의 다른 사진들을 만날 수 있는 사진전이 열렸습니다. 서울 코엑스몰 특별전시장에서 열린 '체게바라와 쿠바, 코르다 사진전'입니다.

사실 이 사진전에 간 것은 '체 게바라'라는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체 게바라 사진은 별로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수하게 깔린 '피델 카스트로' 사진을 보며 실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망은 곧 기대로 바뀌고, 기대는 기쁨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진 속에서 코르다가 찍은 쿠바와 쿠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쿠바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혁명기, 불을 뿜어 댈 듯한 에너지가 넘치는 쿠바인들의 모습과 아름다운 쿠바의 풍경들, 안타까운 쿠바 빈민층들, 쿠바의 아름다운 여인 등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 상 앞에 선 피델 카스트로를 찍은 사진이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재미난 제목이다.
▲ 다윗과 골리앗 미국의 링컨 대통령 상 앞에 선 피델 카스트로를 찍은 사진이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재미난 제목이다.
ⓒ 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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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다는 쿠바 아바나에서 1928년에 태어났습니다. 스튜디오에서 광고사진을 주로 찍던 그가 우연히 피델 카스트로의 미국행을 동행취재하게 됩니다. 그때 찍은 사진이 '다윗과 골리앗'입니다. 제목은 코르다 자신이 붙였습니다. 재치가 넘치는 사진으로 당시 쿠바와 미국 상황이 제목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집니다.

이 사진을 본 카스트로는 이후부터 코르다를 자신의 전속 기자로 택합니다. 코르다는 카스트로가 어딜 가든 따라다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 속 피델 카스트로는 혁명 투사이지만 인간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코르다의 독특한 시각이 만들어 낸 장면입니다.

그는 또한 60년 '라 쿠브로호 폭발 희생자 추모식'에서 우연히 체 게바라 사진을 두 장 찍게 됩니다. 이게 바로 사진으로는 가장 많이 복제되었다는 체의 사진입니다. 순간적으로 누른 셔터 속에서 체의 강인하고 올곧은 모습을 잘 포착했습니다. 이 사진은 현대 아이콘이 되어 버렸죠.

사실 체의 사진으로 유명하기는 했지만 코르다는 체와는 그닥 친하진 못했습니다. 하루는 코르다가 피델의 요청으로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체의 사진을 찍으려 했습니다. 체는 자신을 찍으러 온 코르다가 태어나서 사탕수수 수확을 해보지 않았다는 걸 알고서는, 사진을 찍고 싶다면 일 주일 동안 사탕수수 수확하는 일을 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을 찍을 수 있게 해 주었지요.

재미난 에피소드인데, 이 때문에 코르다가 체를 멀리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한편 산업장관이 된 후에도 사탕수수 수확을 직접했다는 체의 모습에서 진정한 혁명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패션 광고 사진을 찍던 코르다의 작품 세계가 바뀌게 된 계기가 된다.
▲ 나무토막을 든 소녀 패션 광고 사진을 찍던 코르다의 작품 세계가 바뀌게 된 계기가 된다.
ⓒ 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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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골을 찾은 코르다가 귀여운 소녀를 보고 사진을 찍으려 했습니다. 그러자 소녀는 무서워서 눈물을 글썽이고는 나무토막을 쓰다듬으며 "울지마. 아가야"라고 말을 건넵니다. 인형 살 돈이 없어 나무토막을 인형처럼 끌어안고 있던 것이죠. 이때 코르다는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시는 코르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스튜디오 코르다, 리더들, 사람들, 여인들, 바다 다섯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코르다'는 코르다가 사진사로서 활동하던 초창기 시절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젊고 즐거운 사진들입니다.

'리더들'은 피델 카스트로와 체와 관련한 사진들입니다. 쿠바 혁명 직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쿠바 빈민층과 서민들의 모습입니다. 나무토막을 든 소녀의 사진도 이에 속하지요. 가난하지만 순수하고 열정 가득한 쿠바 사람들이 보입니다.

피델의 연설을 들으러 모인 군중 속 한 남자가 가로등에 올라가,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패션 사진과 광고 사진을 찍은 코르다만의 색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진이다.
▲ 시위 군중 속 남자 피델의 연설을 들으러 모인 군중 속 한 남자가 가로등에 올라가,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다. 패션 사진과 광고 사진을 찍은 코르다만의 색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진이다.
ⓒ 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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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은 코르다가 사진가로서는 초기에 찍은 50년대 패션 사진입니다.  당시 패션 사진하면 육감적이고 섹시한 여성 사진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르다는 지적이면서도 아름답고 독립적인 여성 사진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또 혁명 시기에는, 군중들 속에서 혁명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여성들을 찍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군중 사이로 그가 원하는 여성들을 참 잘 찾아냈습니다. 사진 속 그녀들의 모습은 당차고 진취적이었습니다. 물론 참 예쁘기도 하구요.

모델은 코르다의 두번째 부인 노르카다.
▲ 코르다의 패션 사진 모델은 코르다의 두번째 부인 노르카다.
ⓒ 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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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바다'는 코르다가 아름다운 카리브해를 잠수하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코르다는 70년대 후반 해양 사진에도 관심을 가져 쿠바해양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카리브해 깊은 곳의 풍경을 촬영했습니다. 코르다에게 잠수를 가르쳐 주고, 수중카메라를 선물한 게 피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피델과 함께 잠수하는 사진도 있더군요.

말년에 코르다는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뉴욕, 파리, 마드리드, 밀라노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과 쿠바를 알렸습니다. 쿠바의 대표적인 사진작가로 손꼽히는 코르다 사진전은  혁명기의 쿠바의 분위기를 비롯해 쿠바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전시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전시는 서울 코엑스몰 1층 특별전시장에서 2011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태그:#코르다,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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