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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화 광주시의회 의원(교육·광산구)은 지난 10월 사비를 들여 개인 정책보좌관 김아무개(30)씨를 채용했다. 박 의원은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김씨의 꼼꼼한 성격에 시민사회단체활동과 지방 일간지 기자로 근무한 경험을 높이 사고 그를 채용했다. 김씨 또한 정치부 기자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정치를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박 의원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였다.

 

최근 광주시의회의 유급 보좌관제도 도입에 따른 논란이 거듭괴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은 전문성과 의정활동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정책보좌관을 채용하고 있다. 시의원 26명 가운데 21명이 이미 정책보좌관들의 지원을 받아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의원은 "어차피 유급보좌관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문성 있고, 질 높은 의정활동을 펴나가기 위한 고육지책이다"고 말했다.

 

초선인 박 의원 입장에선 의정활동에 충실하기 위해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는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구체적 보수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연간 4천800만 원에 달하는 의정비 중 절반 가까이를 정책보좌관 운용에 지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좌관들은 의정활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정질문을 비롯, 행정사무감사, 예산안 심의 자료 등을 직접 챙기고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회기가 열릴때면 밤을 새우는 일도 허다하다. 늦은밤까지 광주시의회의에 불이 밝혀진 까닭이다.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를 포함, 중앙과 지방정치에 직간접적 관여가 된 상태에서 전문적인 식견으로 자료를 챙기고 분석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 시의원들이 적잖은 비용에도 보좌관을 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국가로부터 세비 보조를 받는 7명의 보좌관과 비서관 제도를 운용 중이다.그러나 지방의원들은 정책보좌관제 도입 여부를 놓고 수 년째 논란 중이다.

 

제6대 광주시의회가 지방의회의 견제역량과 개혁성을 겸비한 새로운 의회로 거듭나고 시의회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유급 보좌관제도를 도입키로 했으나 편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제동이 걸린 것.

 

지방의회 정책보좌관제는 전국시도의장협의회를 주축으로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강력 대두되고 있는 사안이다.이는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된 지방의회에서도 역점 과제 중 하나다.

 

문상필 환경복지위원장 (북구 3)은 "의원 혼자서 지역의견을 수렴하고 예산 3조2천억원 규모인 광주시 정책을 꼼꼼히 다루기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지방의회 수준 향상을 위해 유급보좌관은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이어 "실제로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환경복지 상임위원회서만 선심성 예산과 부풀려진 낭비성 예산 34여억원을 찾아내 삭감했다"며 "이는 보좌관들의 꼼꼼한 자료 분석의 결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보좌관들에게 지급되는 경비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급보좌관제가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인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부실한 의정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낭비나 행정의 질 하락을 고려한다면 꼭 예산의 개념으로 볼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반면 시민단체 등은 지방의회 정책보좌관제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다. 지방분권화가 미진한 상황에서 유급제에 이어 보좌관제까지 도입하는 것은 자칫 '의원 중심적' 발상으로 흐를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김길홍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유급 보좌관제 도입에 대한 당위성에 일부 타당성이 있지만, 검증과정없이 보좌관제를 한다면 주민들에 이해를 구하기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유급제가 나름대로 의정활동에 전념하라는 것인 만큼 의원들 스스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소양을 넓혀가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지방자치법의 위법성을 따지는 데 그칠 것인지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호남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책보좌관, #유급보좌관, #광주시의회, #의정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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