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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 유찰 가능성 높음.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해도 '승자의 저주' 우려됨.

현대자동차그룹 : 현대건설 인수는 경영권 세습에 중요함. 미련 버리지 않았음.

현대건설 : 막대한 인수자금 탓에, 새 주인이 자산 매각에 힘 쏟을 가능성 높음.

 

17일 오후 현대건설 인수 문제를 다룬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내놓은 '현대건설 인수전' 평가표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겉보기에는 현대그룹의 승리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이들 중 진정한 '승자'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진짜 승자는 누굴까? 전문가들은 "현대건설 매각 주관사인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라고 말했다. 3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현대건설 매각이 '국민 경제 기여'가 아닌 채권단의 수익 극대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정희(민주노동당)·유원일(창조한국당)·조승수(진보신당) 의원과 금속노조 공동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매긴 현대건설 인수전 주체들의 구체적인 평가표를 살펴보자.

 

"현대그룹, 인수자금 마련할 수 있을까" 의구심 크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채권단에 적어낸 금액은 5조51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액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2006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지분 72.1%를 인수하는 데 들인 돈은 6조4000억 원. 반면, 이번에 현대그룹이 5조5100억 원을 들여 사들이는 현대건설 지분은 34.9%다. 송호연 ESOP 컨설팅 대표('바람직한 기업매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자문위원)는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라며 "현대그룹이 이 돈을 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송덕용 회계사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현대그룹은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현대그룹이 독자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돈은 주요계열사 현금성 자산 1조 원, 현대상선 유상증자 금액 3968억 원, 매각 예정인 현대부산신항만 주식 2000억 원 등 모두 1조6000억 원 수준"이라며 "인수대금이 5조5100억 원으로 결정된다면, 외부차입금만 4조 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송 회계사는 "현재 현대그룹의 부채비율은 280% 이상인데, 엄청난 차입금을 들여온다면 부채비율이 500%를 넘어선다,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도 고민될 수밖에 없다"면서 "인수를 한다고 해도 차입금에 대한 이자만 연 3000억 원 수준일 텐데, 현대건설을 제대로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결국 그 부담은 현대건설로 돌아온다. 송호연 대표는 "누가 인수를 하든, 막대한 인수대금 탓에 현대건설 내부 자산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며 "대우건설 사례에서 보듯이, 가장 큰 피해자는 현대건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세습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에 아직도 많은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송덕용 회계사는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그 수혜를 받는 글로비스와 현대엠코의 주식 가치가 띈다, 그 경우 관련 주식을 많은 보유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커진다"며 "현대건설 인수는 경영권 세습과 관련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거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인수자금을 동원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것은 경영권 세습과 관련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대차의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한 돈이 경영권 세습을 위해 쓰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현대차가 최근 좋은 경영성과를 이뤄낸 주요한 이유는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하"라며 "이는 현대차의 품질 저하 문제로 연결될 것인데, 현대차가 충분한 돈을 들여 품질 향상에 힘을 쏟지 않으면 '토요타 사태'와 같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내하청 근무가 2년 이상이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돈은 당장 5000억 원도 되지 않는다"며 "경영권 승계 위해 막대한 인수대금을 지불할 경우, 비정규직 문제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원 1000여 명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16일 1공장, 17일 2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비정규직 노조원의 불법 파업으로 회사에 수백억 원의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종 승자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대건설을 너무 성급하게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론스타'가 많이 언급됐다. 정명기 한남대학교 중국통상·경제학부 교수는 "현대건설 매각은 국민 이익이 최우선돼야 하지만, 론스타와의 연관 때문에 졸속 매각됐다"고 지적했다.

 

론스타는 지난 2003~2006년 2조1548억 원을 들여 외환은행 지분 64.62%를 사들였다(현재는 51% 소유). 이후 배당금과 매각 수익 등으로 투자금의 대부분을 회수한 상태다.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예정대로 현대건설 주식 34.9%를 현대그룹에 5조5100억 원을 받고 매각할 경우, 현대건설 지분 8.92%를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이 매각대금으로 챙기는 돈만 1조4082억 원에 이른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웃는 이유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론스타와 같은 투기 자본은 투자자에게 고수익을 보장하고 투자를 받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고 빠져나가야 한다"며 "이 때문에 인수자 결정과정에서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는 외환은행의 입장이 반영돼 최고가를 쓴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현대건설 인수전, #현대그룹, #현대자동차,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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