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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과 24일 양일간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88잔디마당, 88호수 수변무대 등지에서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하 GMF)이 열렸다. 2007년 '피크닉 같은 음악 페스티벌'을 지향하며 시작된 GMF는 야외 음악 축제의 유행과 공연 문화에 대한 수요 증가와 맞물리며 매년 1.5배 이상 놀라운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GMF는 도시 속에서 즐기는 피크닉 같은 음악 페스티벌을 지향한다.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 내 피크닉존에서 음악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
 GMF는 도시 속에서 즐기는 피크닉 같은 음악 페스티벌을 지향한다.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 내 피크닉존에서 음악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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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는 보드카레인, 재주소년, 몽니, 짙은 등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 외에도 클래지콰이, 이승환, 이소라 등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가수들도 참여했다. 폭넓은 장르의 라인업을 지향하는 GMF의 개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배우 한효주가 페스티벌 레이디로 활약했고, 노리플라이와 함께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다.

GMF에는 네 개의 스테이지가 있으며, 각각의 스테이지별로 출연하는 아티스트와 공연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88잔디마당에 설치된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에서는 넓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여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이고, 88호수 수변무대에 설치된 '러빙 포레스트 가든'은 1천석 규모의 작은 원형극장으로 관객과 아티스트와의 교감이 극대화된다.

아티스트와 관객이 교감하는 수준 높은 공연 펼쳐져

'러빙 포레스트 가든'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모습
 '러빙 포레스트 가든'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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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러빙 포레스트 가든에서는 달콤한 보컬과 매력있는 노랫말로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10CM가 공연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입장 인원에 제한이 있어 공연장 바깥으로 긴 줄이 늘어졌다. 스태프가 메가폰을 들고 다니며 "10CM 공연 끝날 때까지 입장 못 하신다"고 안내하자 긴 줄이 산산히 흩어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간신히 입장한 공연장 분위기는 훈훈했다. 10CM는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인기곡인 <아메리카노>를 부르기 전에는 "떼창(관객들이 아티스트와 함께 노래를 한목소리로 따라 부르는 것) 한 번만 해 달라"고 수줍게 부탁하기도 했다. 1천 여명의 관객들이 함께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를 외쳤고 노랫말처럼 향긋한 행복감이 무대와 객석 사이로 퍼져나갔다.

탭댄스 퍼포먼스와 함께 신곡을 선보인 국카스텐
 탭댄스 퍼포먼스와 함께 신곡을 선보인 국카스텐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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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공연한 국카스텐은 워낙에 마니아층이 두터운 팀이라 시종일관 열광적인 분위기였다. 화려한 탭댄스 퍼포먼스와 함께 공연을 시작했고, <거울>, <싱크홀>, <비트리올> 등 나오는 노래마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다만 관객을 가만히 앉혀놓지 않는 국카스텐의 평소 스타일과는 달리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한 잔잔한 연주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관객들은 객석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체조경기장 내의 '클럽 미드나잇 선셋'에서 공연하는 김윤아의 모습
 체조경기장 내의 '클럽 미드나잇 선셋'에서 공연하는 김윤아의 모습
ⓒ 곽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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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F에서는 아티스트마다 배당되는 공연 시간이 상당히 긴 편이라 공연의 수준이 높은 것이 강점이다. 밤 시간대에 70-80분이 할당된 이승환, 김윤아, 이소라 등의 공연은 아티스트의 단독 공연을 방불케 했다. 클럽 미드나잇 선셋에서 공연한 이승환은 '라이브의 황제'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만큼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김윤아는 섬세하고 청아한 음색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쓰레기 없는 깨끗한 축제, 뮤지션들도 분리수거 동참

행사장 내에 설치된 쓰레기통 주변에는 자원봉사자가 배치되어 분리수거를 도왔다. 관객들도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행사장 내에 설치된 쓰레기통 주변에는 자원봉사자가 배치되어 분리수거를 도왔다. 관객들도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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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락페스티벌과 차별화되는 GMF만의 두드러진 특징은 '친환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에서는 으레 행사장 곳곳에 관객들이 먹고 난 음식물과 용기, 음료수병 등의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GMF에서는 그렇게 눈살을 찌푸릴만한 광경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회용품에 담긴 외부 음식은 철저히 반입을 금했고, 쓰레기통이 있는 곳마다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되어 분리수거를 도왔다. 관객들이 행사의 취지를 이해하며 스스로 분리수거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노리플라이, 좋아서하는밴드 등 뮤지션들 역시 공연을 마친 뒤 분리수거에 동참하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다.

자원봉사자로 GMF에 참여한 김영민(27) 씨는 "많은 인원이 있는 것에 비해 쓰레기가 무척 적게 나온다. 관객들에게 미리 분리수거에 대해 공지해서인지 다들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어서 좋다"며 "힘들지만 뮤지션들도 같이 도와주니까 더 힘이 나기도 하고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축제 전반은 합격점, 관객 편의는 좀 더 배려해야

23일 축제에 참가한 이나라(23) 씨는 "인디 뮤지션들은 큰 공연을 자주 하지 않는데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무대는 많지만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 조금씩밖에 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이런 점이 개선된다면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다른 관객 이하늘(24)씨도 "처음 와보는 음악 축제라 설렜다. 공연 퀄리티가 높아 감동받았다"면서도 "다음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4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관객들이 다리가 아파서 바닥에 앉아 있자 주최측에서 객석이 좁다며 일어나라고 했다. 관객들이 너무 많아서 보고 싶은 공연을 보지 못하기도 했는데, 이런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운영상의 미숙을 지적했다.

'러빙 포레스트 가든'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러빙 포레스트 가든'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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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스테이지별 수용인원 제한 때문에 인기 아티스트가 공연하는 무대에 입장하지 못한 관객들은 입장 순서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특히 수변무대인 러빙 포레스트 가든은 객석 규모에 비해 관객이 몰려 입구 밖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기 십상이었다. 반면 5천 명 이상의 관객을 동시 수용 가능한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느낌이었다. 관객이 너무 많아 생기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티켓 판매수량을 한정하기도 했지만 관객들이 같은 무대로 많이 몰리다보니 역부족이었다. 관객 이동 패턴을 보다 세심히 분석한 공연 시간표가 아쉬웠다.

메인 무대에서의 유치한 영상 출력도 옥의 티로 남았다.평소에도 많은 인기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는 체조경기장에 설치된 클럽 미드나잇 선셋에서는 무대효과와 영상을 잘 활용해 음악의 전달 효과를 극대화했다. 반면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 양편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상대적으로 조악한 귤이나 하트가 흩뿌려지는 영상이 송출되어 일부 관객들의 빈축을 샀다.

메인 무대인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 앞의 스탠딩 존에 모여든 열정적인 관객들
 메인 무대인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 앞의 스탠딩 존에 모여든 열정적인 관객들
ⓒ 곽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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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GMF의 마지막 무대는 4년간 계속된 러브콜 끝에 어렵사리 오케이 사인을 보내온 이소라가 장식했다. 노련한 실력파 가수답게 관객과의 소통이나 음악 모두 최고였다. 예정된 종료 시간이 지나고도 관객들의 앵콜 요청은 이어졌다. 이소라는 앵콜곡으로 <바람이 분다>를 부르며 선선한 가을 밤의 꿈 같은 축제에 작별을 고했다.


태그:#그랜드민트페스티벌, #GMF, #올림픽공원, #민트페이퍼, #분리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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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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