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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전국 최악의 경관훼손 사례로 뽑힌 여수의 H아파트.  산 정상부에 있어 아파트 주민은 최고의 경관을 누리지만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전국 최악의 경관훼손 사례로 뽑힌 여수의 H아파트. 산 정상부에 있어 아파트 주민은 최고의 경관을 누리지만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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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가 경관제도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LH공사와 공동으로 실시한 국토경관 훼손사례 사진공모에서 박건희씨가 전남 여수시 고소동 H아파트를 배경으로 찍은 작품 <이건 해도 너무해요>가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국토해양부는 국가 브랜드 및 국격제고 차원에서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고 경관을 잘 관리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경관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관련규정 개정 등 전반적인 경관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경관제도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지난 8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국토경관 훼손사례 사진공모를 실시하고 지난 7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경관 SOS 사진 공모전'에는 129명이 참여해 208점의 경관 훼손사례를 응모했다. 이에 사)한국경관학회 등 3개 관련학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총 6명)를 개최해 최우수상(국토해양부 장관상) 1점과 우수상(LH 사장상 등) 3점, 장려상 6점, 참가상 20점 등 30점의 입상작을 선정했다.

국토해양부는 "사진공모전에 이어 LH공사와 함께 공모에 참여한 국토경관 훼손사례를 대상으로 현장조사 및 원인분석 등 실증분석 작업을 거쳐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후속연구에 곧바로 착수한다"고 밝혔다.

서울 모고등학교에 다니는 박군의 응모사유이다.

"어머니 고향이 여수라서 가끔 여수를 방문하는데 매번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례가 있어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이 아파트는 대표적인 경관불량 사례로 여수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로부터 항상 지적을 받아온 아파트입니다. 산 정상부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섬으로써 여수 시내를 바라보기에 매우 불쾌해지고 뒤로 종고산 및 마래산을 가려서 볼 수가 없습니다. 또한 주변 주택들과도 전혀 조화가 되지 않는 대표적 경관 불량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최우수상 선정 이유 3가지이다.

▲ 이 작품은 대표적인 해안경관 불량사례로서 대상지의 특성으로 인해 기성시가지에서 나타나는 유사 사례보다 경관 훼손의 심각성을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 경관은 특정인 특정집단을 위한 것이 아닌 공공에 의해 공유되어야 하는 공공재로서의 역할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측면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해안경관 형성 및 관리를 위해 입지특성에 따른 개발행위의 규제 또는 바람직한 경관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 경관형성 유도 등을 위한 경관관리 제도의 보안 및 개선 등에 시사성이 매우 큰 작품이다.

H아파트가 소재한 지역에 올라가면 여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수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로는 최적의 위치다. 여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고소대를 여수8경 중 하나로 꼽는다. 고소동 아파트 주변 개인주택에 사는 한 주부의 얘기다.

"여기서 바라보는 경치는 10억짜리입니다. 어디 가서 이런 경치를 보며 살 것입니까? 바다 건너편 돌산과 장군도 돌산 제1, 2대교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요. 그런데 아파트가 생기면서 자산공원이 보이지 않습니다. 외국을 돌아다녀 보면 저 아파트 단지처럼 위치 좋은 곳에는 고층 건물을 허가하지 않고 공원을 만들어 여러 사람들이 즐기도록 하죠."

아파트와 전라좌수영이 있었던 진남관 중간에 고소대가 있다. 고소대는 이순신 장군이 수군 훈련을 독려하던 곳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작전 계획을 세우고 군령을 내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장군이 수군을 지휘할 당시 '고소정'이라는 정자가 있었지만 현재는 없어지고 장군 전사 후 통제이공수군대첩비(보물 제571호)와 타루비(보물 제1288호)를 모셨다.

나무와 민가에 둘러싸인 고소대. 이순신 장군 전사 후 '통제이공수군대첩비'(보물 제571호)와 '타루비'가 모셔져 있다. H아파트와는 200미터도 안 떨어져 있다. 환경영향평가라도 받았더라면---
 나무와 민가에 둘러싸인 고소대. 이순신 장군 전사 후 '통제이공수군대첩비'(보물 제571호)와 '타루비'가 모셔져 있다. H아파트와는 200미터도 안 떨어져 있다. 환경영향평가라도 받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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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대첩비각 사이는 20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다. 현재 대첩비를 찾아가려면 차 한 대도 돌릴 공간이 없어 여수지리를 잘 모르는 외지인은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아파트 자리에 공원으로 만들었다면 여수시민과 여수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최고 조망위치와 역사교육 현장으로 더할 나위없는 곳이 되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럼 H아파트를 건설하는데 아무런 논란이 없었을까?

그동안 여수에서는 H아파트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뜻있는 시민과 관광객,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경관훼손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는 논의가 있었다.

H아파트 부지는 건축되기 전 민가 몇 채와 밭이 전부였다. 아파트부지로 예상되는 중심에 시유지가 있어 건축이 곤란해진 건설업자는 시에 매각을 요청했고 시의회 상임위에서는 세 번에 걸쳐 부결시켰다(1992년). 하지만 매각을 찬성하는 시의원이 본회의에 수정안을 상정해 한 표 차이로 통과됐다(1993년). 당시 과정을 잘 아는 한 시의원은 "당시 지역 정치권이 개입해서 20층 고층아파트가 들어섰고 여수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개탄했다.

도시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민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경관을 파괴하는 사람들과 대조된다.
 도시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민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경관을 파괴하는 사람들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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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중앙동 대로변 한 평도 안되는 짜투리 땅에 꽃을 심고 "아름답고 깨끗한 거리를 가꾸기 위한 작은 노력이니 주민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합니다"라는 중앙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팻말이 보인다. 경관을 파괴하는 사람과 대조된다.
 여수시 중앙동 대로변 한 평도 안되는 짜투리 땅에 꽃을 심고 "아름답고 깨끗한 거리를 가꾸기 위한 작은 노력이니 주민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합니다"라는 중앙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팻말이 보인다. 경관을 파괴하는 사람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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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법 제3조 1항 '경관관리의 기본원칙'에는 지역의 고유한 자연·역사 및 문화를 드러내고 지역주민들의 생활 및 경제활동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지역주민의 합의를 통해 양호한 경관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어느 특정인이나 자치단체장의 소유가 아닌 공공의 것이다. 외지에 사는 고등학생이 지적하는 문제인데도 눈감고 살았던 자신이 부끄럽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경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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