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자 최윤식, 배동철은 전작인 <2030년 부의 미래지도>(2009)에서 세계경제의 동향과 변화에 대해 '위기'라는 말을 썼다. 두 저자가 이번에는 아예 '전쟁'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전작과 이번 책의 제목에 쓰인 어휘를 갖고 작위적인 워드 퍼즐 놀이를 해본다면 이런 연상도 할 수 있다.

 

'미래의 지도 위에는 수많은 전선이 그려질 것이다.'

 

위기(crisis)와 전쟁(war)은 물론 다르다. 하지만 둘은 동전의 앞과 뒤처럼 짝을 이루고 있다. 주류경제학 진영에서도,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정치경제학 진영에서도 위기와 전쟁이 서로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임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삶 자체가 전쟁'이라고 말한다. 개인, 집단, 국가 간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이르는 말이다. 이 책 <2020 부의 전쟁 IN ASIA>에서 전쟁은 그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전쟁이 생존경쟁의 비유일 뿐만 아니라 가시적인 시나리오이자 현실일 수도 있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부의 전쟁'이라는 말은 시의적절하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어법을 빌려 전쟁은 경제의 연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NIC(National Intelligence Council)의 보고서 <Global Trends 2025 : A Transformed World>(2008)에서도 그런 시나리오와 현실을 읽을 수 있다. 달러 체제의 유지가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심장이며 그 심장의 판막은 안팎으로 이상증세를 겪고 있다. 그 심장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을 때를 대비하는 예방적 처치와 심지어 제세동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의 헤게모니는 달러 체제를 유지하는가 못 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중동 문제뿐만 아니라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위기, 중일 대립, 한반도 문제 등은 모두 달러 체제 유지의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일 것이고 불행하게도 그 마지막 카드로 '힘'이 암시된다. 한반도에서 그 제세동기는 북한의 핵 포기, 남한의 강고한 달러 체제 유지이다. 그리고 같은 힘의 카드가 만지작거려진다.

 

위와 같은 것들이 <2020 부의 전쟁 IN ASIA>가 이 시점에 던져주는 거시적인 '나쁜 소식'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던져주는 좋은 소식 또는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소식은 없을까. 우리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으며, 또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희망을 가져야만 하고, 가질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좋은 소식은 이른바 우리나라 경제경영계의 이론 및 의제 생산에 있어 제대로 모양과 내용을 갖춘 미래학이 비로소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피터 슈워츠나 짐 데이터 같은 미래학자들을 마냥 부러워하고 밑줄 긋던 시대를 벗어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두 번째 좋은 소식은 두 저자의 미래학적 문제 제기가 추상화가 아니라 세밀화라는 것이다. 이전 정치세력의 폄하와 배제를 위한 천박한 정치 슬로건으로서 '잃어버린 10년'이나 막연한 장밋빛 미래를 역설하던 20세기식 경영과 자기계발의 메타포로서가 아니라, 현실의 구체적인 부문들에서 닥쳐오는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10년'을 진단하고 경고하는 저자들의 시도는 그런 점에서 반길 만하며 그 의의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미시적인 것들의 산술적 총합이 곧 거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미시적인 것들의 운동은 거시적인 운동에 영향을 끼치고, 변수가 되며, 그것을 통째로 좌우하기도 한다. 건강은 밥 한 숟갈, 반찬 한 점, 사소한 습관 하나로 좌지우지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고 했다. 저자들은 이 시점에 한국의 시스템이 가진 병을 끄집어내어 자랑하고 있다. 그것은 시스템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치료의 희망과 의지이기도 하다.

첨부파일
부의전쟁.jpg

덧붙이는 글 | 필자의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출판사가 출간 이전에 전문적 서평을 위해 제공한 가제본을 읽고 쓴 글입니다. 이 책은 10월 7일 출시예정입니다.


2020 부의 전쟁 in Asia

최윤식.배동철 지음, 지식노마드(2010)


태그:#글로벌금융위기, #미래학, #시나리오, #한국경제, #동북아정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