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재철 MBC 사장.
 김재철 MBC 사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자, 김재철 사장 이하 MBC 경영진에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무엇을 위한 '선택과 집중'입니까. 편성이야 말로 방송사 재량이라지만,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현 정권이나 권력층이 부담스러워 하는 공영성을 포기하고, SBS에 버금가는 상업성을 갖추자는 심산 아닌가요?

네, 알려진 대로 28일자로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개편안을 확정하셨더군요. 주말 <뉴스데스크> 8시 이전과 <후플러스> <W> <라라라> 등 9개 프로그램 폐지가 골자였습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며, 특정 형태 프로그램의 시간이 축소된 것을 가지고 공영성이 축소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량 분석의 전형적인 오류라고 강조했다. 문화방송은 이번 개편을 앞두고 관련 국·실장은 물론 실무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단계적 회의와 토론을 거쳤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백지 상태에서 편성을 검토"한 끝에 이번 개편안을 확정지었다."

일선 PD들과 프로그램을 아끼는 시청자들의 반발을 뒤로하고 '단계적 회의와 토론'을 거쳤다고 하시니 할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5년간 누적 적자 50억 원을 보였다는 <W>를 드셨더군요. 진짜 돈이 문제였던가요? 그렇담 신설 프로그램은 진정 '저비용, 고효율' 프로그램인 맞는 건가요?

너무나 신자유주의스러운 MBC의 '선택과 집중'

"돈이 있어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거다. 지금 시대가 그렇다."

"그럼 먹고 살아야 되니 돈 못 버는 프로그램은 버리자는 거냐.(조합)"

"더 좋은 방송을 하기 위해서 돈도 있어야 된다는 거다. 돈이 있어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거다. 지금 시대가 그렇다. 그 돈으로 드라마 작가도 잡고, 특종상도 더 주고 그런 거다.(김재철 사장)"

지난 20일과 27일 열린 MBC 긴급 공정방송협의회에서 나온 김재철 사장 이하 사측과의 일문일답을 MBC 노조가 정리한 '비상대책위 특보 30호' 내용 중 일부입니다. 내용을 더 볼까요?

"우리 보도 프로그램의 경쟁력 너무 떨어졌다. 1차적으론 우리 기자들에게 책임이 있다. 예전에 <2580> 잘 나갈 때 특종이 꼭 하나 있었다. 특종이 많아서 항상 화제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신선하고 공격적인 아이템이 많이 사라졌다."

사장님 이하 경영진의 현직시절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적 <2580>을 얘기하는 건가요? MB 정권 들어 연성화된 KBS의 심층탐사보도 프로그램이나 실종되다시피 한 SBS에 비해 선전하고 있는 건 여전히 MBC 시사보도프로그램들이 아니던가요? 그런데 특종이 없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요? 그거야 말로 정량 분석이 아닐까요? 

"<김혜수의 W>는 국내 방송 프로그램 중 국제 문제를 우리시각에서 다루고 있는 유일한 정규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프로그램 하나쯤은 대한민국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MBC에 바라는 시청자의 요구 아닐까요? 경영진의 근시안에 답답할 뿐입니다.

<후플러스>는 또 어떤가요. <암니옴니>부터 <뉴스후>를 거쳐 지금까지 굵직굵직한 심층보도로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준 프로그램입니다. 축구만 투 톱 세우나요. 심층보도도 <PD수첩> <후플러스> 세우면 안 되나요? 감독이 철학부재상태입니다."

<PD수첩> 오행운 PD가 자신의 트위터(@luckypd)에 올린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스폰서 검사'나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종을 터트린 <PD수첩>은 국민들의 눈이 있어 폐지하지 못하는 건가요? 그럼 10%를 넘기는 시청률 때문입니까? '신자유주의'스러운 논리인 '선택과 집중'은 시청률과 광고수주가 그 철학의 요지로 보이는데요.

<슈퍼스타K> 베끼기가 <W> <후플러스>보다 중요?

MBC '김혜수 W'
 MBC '김혜수 W'
ⓒ MBC

관련사진보기


"이로써 본사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시사매거진 2580>과 <PD수첩>만 남게 됐다. 뿐만 아니라 평일 프라임 타임대(오후 7시에서 자정까지)의 오락비율은 53%에서 57.6%로 수직 상승했다. 이는 상업방송인 SBS의 56.3% 보다도 높은 것이다. 이로써 공영방송 MBC가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 공영성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마침내 현실화 됐다."
 
MBC '비상대책위 특보 30호'의 또 다른 내용입니다. 예능, 오락 프로그램의 비율이 SBS를 따라잡았더군요. <뉴스데스크>의 전진 배치가 바로 이번 개편의 핵심임을 입증해 주는 대목입니다. 9시와 10시, 드라마를 연이어 편성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SBS의 편성이 부러우셨던 게지요.

또 다른 신설프로그램을 볼까요?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은 요즘 장안의 화제인 Mnet의 <슈퍼스타 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지요. 얼마 전 편성회의에서 김재철 사장이 "우리는 왜 <슈퍼스타K>같은 프로그램을 못 만드냐"며 질타를 하셨다지요.

<슈퍼스타K>의 제작비는 현물협찬을 제외하고도 회당 1억 5천만 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MBC와 달리 Mnet 측에서 오랜 준비를 해 왔고, 그럼에도 시즌1 초기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과 포맷이 유사하다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의 제작진은 얼마나 프로그램을 준비하셨는지요. 작금의 '베끼기' 비난을 딛고 또 순탄히 성공할 거라 예상합니까? 2007년 시청률 부진으로 급하게 종영됐던 MBC의 <쇼바이벌>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억이나 하십니까?

추석 때 파일럿으로 방영됐던 <여배우의 집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후플러스>나 <W>를 없애고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인가요? 남자 연예인들이 여배우들의 집사로 변신해 그녀들의 소망을 들어준다는 내용은 <우리 결혼했어요> '집사 버전' 재탕일 뿐입니다. 연예인들의 출연료는 얼마나 책정하셨는지요?

과연 이런 프로그램들이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프로그램 전체가 하나의 인권보고서"라고 호평하며 '10대 인권보도'로 선정한 <W>와 맞바꿀 프로그램인지요. 아티스트와 인디밴드들이 출연했던 <라라라>는 어떻고요? <후플러스>와 <W>의 폐지 청원에 이미 5천 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29일 오후 4시 기준)했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실패한다면 나간다는 약속, 꼭 지키세요!

"실패할 것이란 생각을 먼저 하면 안 된다. 책임은 제가 질 것이고, 실패한다면 제가 두 손 두 발 들고 나가겠다."

'쪼인트' 김재철 사장께서는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이런 발언도 하셨더군요. 그간 MBC 노조측에서 끊임없이 퇴진운동을 벌여왔으나 버티신 분께서 이번 개편의 '선택과 집중', '저비율 고효용'에 명운을 건 걸로 보이는데요.

이 약속 꼭 지키실 걸로 믿겠습니다. MBC 노조 또한 "그러나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우리는 '공영성 포기'와 '위험한 도박'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물을 것이다"라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으니까요.

끝으로, 부디 이번 MBC 개편을 바라보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시기 바랍니다. 트위터 분위기는 대신 제가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경청하시기를.

"MBC의 11/1 가을 개편안은 다분히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으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상업방송'의 본분에 충실한 "주식회사 문화방송"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 MBC는 이제 소유구조도 바꿔서 '공영방송' 꼬리표 떼려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Narciman)

"김 사장님. MBC도 공영방송입니다. 그럼 아예 뉴스도 없애시지? 주말 뉴스도 앞 당긴 것도 돈 벌려고 그랬나요…?"(@boohwal96)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영성을 버리고 정부 정책을 무한 RT하는 트위터 계정으로 변신을 하려나 봅니다."(@songDiamond)

"MBC의 <음악여행 라라라>가 폐지된다고 한다. 김죄철 사장에겐 결국 소수를 통한 다양성은 무시되는 '자본주의 샬랄라'인 게지."(@yisonoo)  


태그:#MBC, #김재철사장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