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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아침 운동을 하려고 집을 나섰는데 강풍을 동반한 비가 세차게 내리는 게 아닌가. 서둘러 우산을 펼쳤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 우산이 뒤집혔다. 간신히 우산을 수습하고 아파트 단지 보도블록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사방 2m 정도 되는 철판이 하늘로 치솟더니, 그대로 낙하는 것 아닌가. 다행히 내가 걸어가는 방향 20m 앞 주차장 바닥에 떨어졌다. 얼마나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던지.

 

눈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지라, 다리가 후들거려 더는 갈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안 되겠다, 오늘은 운동을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돌아서려는데, '어떻게든 헬스장에만 가면 실내운동은 될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 아닌가.

 

그래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일이 또 벌어졌다. 내가 걸어가는 방향으로 전방 10m 앞에 있던 벚나무가 강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뿌리째 뽑혀 쓰려졌다. 나무는 도로변에 주차한 승용차 위로 넘어졌다. "휴우~ 십년 감수했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앞서 갔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황천길'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다가 간신히 바람을 피해 아파트 단지 삼거리를 지나는데, 이번에는 저 앞에서 멀쩡하게 서 있던 공중전화박스가 빙그르르 한바퀴 회전하더니, 그대로 넘어지며 강풍에 밀려 도로까지 진출하는 것 아닌가.

 

 

이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더 거리를 활보하다가 무슨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겁이 덜컥 나 운동 가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서려 하였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내가 너무 깊숙이 '태풍 곤파스'의 중심에 들어가 있었다.

 

이러한 '폭풍전야' 상황 앞에서 섣불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위험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백화점 벽에 바짝 붙어 '게'처럼 옆으로 한발 한발 이동했다. 그런데 갑자기 '휙'하는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차도 건너편 아파트 정문 옆 유실수 나무가 그대로 뿌리를 들러내 보이며 인도로 쓰러져 통행을 막는 것 아닌가.

 

그러더니 이번에는 다시 정문 앞 동사무소 신축현장 가림막과 빌딩에 내건 홍보용 현수막 지지대가 그대로 병원 유리창을 강타했다. "와장창" 소리를 내며 5층 병원 유리창이 깨졌고, 강풍에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날리는데, 등골이 오싹했다.

 

이렇게 끔찍스럽고 무시무시한 태풍 피해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나니, 도저히 오금이 저려 한 발자국도 더 못 가겠단 생각이 들었다. 백화점 벽에 납작 몸을 붙이고 꼼짝 못하고 서 있는데 어느 틈엔가 순간적으로 바람이 멈추는 게 느껴졌다. 그때를 틈을 타 쏜살같이 헬스클럽에 도착하여 운동하며 유리창 밖을 내다봤다.  

 

그런데, 몇 분 전까지 그렇게 무섭게 몰아치던 광풍이 언제 지나갔느냐는 듯 잠잠해진 것 아닌가. 바로 전에 내가 걸어오면서 목격한 그 길로 아침 출근을 서두르는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불과 15분여 정도 시차를 두고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혹시 내가 '도깨비나 귀신에게 홀렸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때 시간이 오전 6시 30분인데 이상하게 기상청 발표 '방송 특보 뉴스'에서는 앞으로 30분 있으면 곤파스 중심세력이 강화도 일대를 통과하게 되니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조심하라는 발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사는 부평지역은 이미 6시 20분대에 곤파스의 중심세력이 지나고 있었다. 그 이후 강화보다 윗쪽에 있는 부평 지역은 더 이상의 피해 없이 평온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세찬 비바람을 동반한 곤파스가 지나고 난 하루 뒤 하늘은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롭다는 것이다. 이를 본 손자 아이는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할아버지 저기 저 구름은 솜사탕 같고 또 저기 저 구름은 탱크 같다"며 마냥 좋아했다. 손자 아이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이제 곧 가을이 오겠지...

 

▲ 태풍"곤파스" 지나가고 난 파아란 하늘 엄청남 태풍 피해를 안겨주고 순식간에 동해안으로 빠져나간 태풍 곤파스가 지나가고 난 하늘은 마치 잉크물을 풀어놓은듯 하늘이 샛파랗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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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이름을 결정하는 방법

태풍의 이름은 2000년부터 태풍위원회 회원국 중 싱가포르를 제외한 14개 회원국에서 10개씩 제안한 이름을 순서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태풍 이름을 제시한 나라는 (캄보디아, 중국, 북한, 홍콩, 일본, 라오스, 마카오, 말레이시아, 미크로네시아, 필리핀, 한국, 태국, 미국, 베트남) 이상 14개 나라이고

 

그전까지는 미 합동태풍경보센터에서 미국식 이름이 사용되었으나, 1998년 12월 필리핀에서 열린 31차 태풍위원회에서 새천년부터 새로운 아시아권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10개 태풍의 이름은 (개미, 제비, 나리, 너구리, 장미, 고니, 수달, 메기, 노루, 나비, 이며 북한은 기러기, 소나무, 도라지, 버들, 갈매기, 봉선화, 매미, 민들레, 메아리, 날개라고 한다. <기상청 자료 참조>


태그:#태풍곤파스 , #뭉게구름 , #태풍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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