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스틸컷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스틸컷 ⓒ ㈜스폰지이엔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2010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가장 화제를 뿌렸던 작품이에요.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 완성도는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았죠. 여기에 덧붙이자면 서영희씨가 주연을 맡았기에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물론 서영희씨가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는 훌륭했어요. 그녀는 연기력 뛰어난 배우로 이미 인정받고 있죠. 이런 연기력은 김복남이란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 동요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힘이 되었어요. 김복남은 서영희란 배우가 아니면 과연 누가 맡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예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무도'란 외딴 섬이에요. 이곳은 겉으론 평화스러워 보이지만 안은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에요. 특히 김복남이란 인물에게 행해지는 폭력은 그 수준이 우리 상상을 넘어서요. 영화 속 복남은 섬에 사는 거의 모든 남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해요. 그녀가 낳은 연희란 아이 역시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죠. 그녀에게 행해지는 성폭력은 너무나 집요하고 잔인해요.

 

이뿐만이 아니죠. 복남과 결혼한 남편 만종(박정학)은 그녀에게 온갖 폭력을 휘둘러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상처 입은 마음을 자신의 아내에게 휘두르는 폭력으로 대신하는 것이죠. 복남이 만종과 결혼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행하는 행동에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예요. 여전히 집요하게 그녀 주위에서 폭력은 일상처럼 일어나죠.

 

이럴쯤 섬에서 육지로 나간 복남의 친구 해원(지성원)이 잠시 쉬기 위해 섬으로 와요. 복남에게 해원은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섬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구원해 줄지도 모르는 하나의 희망이 되죠. 하지만 이런 그녀의 바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지게 돼요. 우리 모두 방관자일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일까요?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가장 큰 폭력은 다름 아닌 해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복남의 비극에 눈감는 해원... 아이 잃고 핏빛 복수에 나서는 종남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스틸컷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스틸컷 ⓒ ㈜스폰지이엔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확실히 나뉘어요. 전반부는 섬사람들에게 온갖 폭력을 당하면서도 살아가는 희망을 놓지 않는 복남이, 후반부는 그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등대가 사라져버린 후 무자비한 복수를 감행하는 복남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후반부 복남의 모습은 전반부에 순종적이던 그 복남이 과연 맞을까 할 정도의 파격적인 변신으로 보이죠.

 

그녀가 이렇게 변하게 되는 것은 바로 딸 연희의 죽음 때문이에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유일한 희망이자 자신과 같은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던 딸이 죽으면서 섬사람들에게 복수를 감행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연희의 죽음과 관련하여 복남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막을 기회가 있었단 것이에요.

 

바로 도시에서 온 해원이 나섰다면 말이죠. 하지만 그녀는 도시에서 했던 것처럼 모든 것에 눈을 감아버려요.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나서서 괜히 다른 귀찮은 일을 만들기 싫다는 것처럼 말이죠. 만약 해원이 방관자로 있지 않고 섬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조금이라도 나서고자 했다면 이런 비극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녀는 결코 스스로 나서지 않아요.

 

해원이 보여준 이런 방관자적인 자세는 결국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에요. 우리 주위에서 누가 어려운 일을 당해도 혹시나 자신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귀찮아지지 않을까? 하면서 모른척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나 자신만 편하게 살고 싶어 하는 이런 것들이 모여서 결국 복남이란 후반부 살인마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자신의 욕망은 충족시키면서 다른 사람은 어떤 피해를 당하던 눈 감아버리는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말이에요.

 

그래서 해원은 이 작품에서 영화를 이끌어가는 시선이자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녀가 보여주는 모든 행동들이 관객들에게 비수처럼 마음에 꽂히는 것이죠. 복남이 실제 살인마로 변하는 그 시점부터 관객들 모두 그녀에게 죄를 지은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게 되는 것이에요.

 

잔인한 후반부,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스틸컷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스틸컷 ⓒ ㈜스폰지이엔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전반부와 후반부가 확실히 나뉘어요. 무덤덤한 전반부가 지나고 나면 잔인한 핏빛 복수가 시작되죠. 문제는 이 복수의 강도가 관객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선혈이 낭자한 데 있어요. <스승의 은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여배우 서영희는 이 작품에서도 후반부 복수의 화신으로 섬사람들을 죽이는 살인마 복남을 완벽하게 연기했어요.

 

그녀의 이런 살벌한 연기가 잔인한 비주얼과 겹쳐져 그 강도는 더욱 심해졌어요. 결국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복남이 보여주는 복수 장면들이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따라서 다른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어요. '무도'라는 섬 자체가 요즘 시대라고 생각할 수 없는 곳인데, 이곳에서 벌어지는 핏빛 가득한 복수의 장면들 역시 조금 오버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물론 김복남이란 캐릭터가 워낙 잘 잡혀 있어서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복수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위에서 이런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은 한국에서 조금 고어한 장면들이 있는 영화의 경우 작품적인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전력들이 있기 때문이죠. 이 작품 역시 김복남이 보여주는 강렬한 복수가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그 평가가 뒤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장철수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죠. 첫 장편영화 완성도가 좋기 때문에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이에요. 특히 감독 역량이 느껴지는 부분은 영화에 나온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잘 정립해서 자리 잡고 있어요. 이런 건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비현실적인 섬 '무도'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공상처럼 느껴지지 않고 현실적으로 와 닿는 이유 역시 감독 연출력과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한 몫을 한 건 틀림없어 보여요.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0년 9월2일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9.01 10:03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9월2일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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