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감독 장철수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감독 장철수 ⓒ ㈜스폰지이엔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영화 제목부터 심상치 않죠. 개인자격으로 다녀왔던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보게 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배우 서영희씨가 출연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본 후 장철수 감독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어요. 그에게 있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장편영화 데뷔작이기도 해요. 그런데 첫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담하면서 짜임새 있게 만들었어요. 물론 이런 평가는 개인적인 것이에요.

장철수 감독이 어떻게 장편영화에 입봉했을까 알아보면서 데뷔작이 신인답지 않게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등에서 조연출을 맡았으며, <신부수업>에서도 조연출 경험이 있어요. 장편영화데뷔가 늦었지만 이미 충분히 영화 현장을 경험하면서 기본기를 착실히 다져놓았단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이런 기본기는 자신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에서 확실히 빛을 발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세상과 떨어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 무도에 사는 여섯 가구 아홉 명의 주민 모두가 끔찍하게 살해된 사건을 다룬 잔혹 스릴러에요. 작은 섬 무도를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순박한 섬 여인 '김복남'의 비극적인 삶과 복수를 통해 타인의 일에 무관심하고 불친절한 현대인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이 작품은 2008년 한국영화 시나리오 마켓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최관명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영화로 만들어졌어요.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본 후 감독인터뷰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 정확한 개봉날짜가 잡혀있지 않아서 차일피일 기회를 미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드디어 9월 2일 개봉확정 되었단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미루고 미루었던 감독 서면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많은 것이 궁금했던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감독에게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어요. 이 서면인터뷰 답변은 지난 21일 도착했어요.

"저예산의 강력한 영화 아니면 내 꿈 펼치기 힘들 것 같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주연배우 서영희씨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주연배우 서영희씨 ⓒ ㈜스폰지이엔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이 작품을 장편영화데뷔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주시겠어요?
"김기덕 감독님이 충무로에서 비상업적인 감독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김기덕 감독님의 조감독 출신인 저도 같은 그룹의 사람으로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처음에 아주 상업적인 소재의 영화를 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충무로 영화 제작 상황이 피폐해지고, 신인감독의 데뷔 창구도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게 되면서 저예산의 강력한 영화가 아니면 감독의 꿈도 내 인생도 한번 펼쳐보지도 못하고 여기서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상업적인 영화로 오인 받을 위험성도 있는 소재였지만 충분히 공감하게, 재밌게 만들면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괴물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 선택한 이유는 서영희씨가 출연했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서영희씨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게 되었나요?
"서영희씨를 생각하게 된 건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이 오신다'라는 시트콤에서 칸 영화제 갔다 온 여배우 역을 했던 것도 그렇고, 드라마에서 이미 복남이란 이름으로 연기를 한 적이 있는 것도 그렇고, 제 이름이 철수 인 것도 그렇고요(^^). 김기덕 감독님도 서영희씨를 가장 먼저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서영희씨는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해왔고, 연기력도 인정받고 있던 터라 제가 이 배우에게서 새로운 모습, 더 나은 연기력을 뽑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컸던 게 사실입니다.

결국,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 서영희씨의 살아온 인생에 대해 듣고 난 다음이었는데, 고생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우리 영화의 딸처럼 가여운 눈으로 보고 자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이 배우에게서는 연기를 뽑아낼 게 아니라 아픔과 슬픔을 뽑아내야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 영화에서 보여준 성폭력이 상당히 집요하고 잔인해요. 작품속의 여러 상황 때문에 우리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성폭력이 가부장적 제도 하에서 나온 병폐처럼 느껴질 가능성도 있는데요. 감독님은 이 부분을 연출하면서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요?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가부장적인 제도와 관습이 만연한 근대화 과정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여인들이 짊어져야 했던 고통과 슬픔은 한이 되어 많은 어머니, 아내 그리고 딸들의 가슴속에 쌓여있습니다. 평생을 안고, 짊어지고 온 이런 응어리들을 이 영화를 통해서나마 조금 풀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여성뿐만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상대적인 약자들. 무언가에 의해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상대적인 강자와 그나마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주변을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스릴러나 호러로 만들 의도는 없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배우 서영희, 지성원과 감독 장철수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배우 서영희, 지성원과 감독 장철수 ⓒ ㈜스폰지이엔티


-희생자들의 살해 장면에 잔인한 부분이 많아요. 김복남에게 그들이 행했던 성적착취와 폭력, 그리고 방관 등을 생각하면 그렇게 잔인하게 당하는 것 역시 이해가 되는데요.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이 영화를 관람한 분들의 의견 중에 스릴러가 아니라 호러 영화란 이야기도 있었어요. 감독님은 이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영화의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저는 이 영화를 스릴러나 호러로 풀 생각이 없었습니다. 투자, 제작하시는 분들이 말하기 편하고, 대중들에게 전달하기 쉬우니까 스릴러나 호러를 원했지만 저는 이 영화를 서스펜스, 멜로, 드라마로 풀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장르가 드라마의 상승곡선에 맞춰서 적용된 것 같습니다." 

-김복남의 친구 해원은 이 영화에서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방관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요. 결국 사건이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하지만 방관자로 있으면서 결국 비극적인 사건을 잉태하게 만들고 마는데요. 해원이란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가지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요?
"해원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거울이 아닌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인물입니다. 처음 서울에서 해원의 각박하고 외로운 생활을 보면서 우리는 해원과 동일시합니다. 그러나 섬에 가서 해원의 방관적인 태도와 이기적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느새 해원을 남이라 생각하고, 미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섬에서의 이야기가 끝나고 서울로 다시 돌아올 때쯤이 되면 문득, 해원의 모습이 어쩌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가장 무서운 체험을 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사건의 장소가 되는 무도란 섬 자체가 가부장적인 곳인 동시에 인간의 정이 느껴지지 않는 외로운 곳이란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이 바라보는 영화 속 무도란 곳은 어떤 장소인가요?
"영화 속 무도는 도시와 가장 상반되는 곳, 현대라기보다는 과거를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인간과 인간사회의 모습이 과거나 현재나, 도시나 시골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도입부를 보시면 알듯이 현재의 서울이라고 해서 무도와 크게 다른 곳은 아닙니다. 다른 영화들처럼 안전한 도시를 떠났다가  맞게 되는 공포의 공간으로써 무도를 설정한 것이 아닙니다."

"김복남의 폭력이 똑같다는 것은 밥이 똥이란 이야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배우 지성원씨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배우 지성원씨 ⓒ ㈜스폰지이엔티


-김복남은 마을 사람들의 폭력에 노출된 인물이에요. 결국 이런 인물이 폭력으로서 마을 사람들을 응징하게 되는데요. 김복남이 행사하는 폭력과 마을사람들이 김복남에게 행사한 폭력은 둘 다 같은 폭력일 뿐이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분명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정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두 폭력이 같은 거 아니냐는 질문은 저에게는 마치 밥과 똥이 같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원인과 결과는 다릅니다. 결과에는 분명히 원인이 있고요."

-김복남에게 있어 연희는 어떤 존재인가요? 연희는 김복남이 무도에서 당한 성폭력으로 태어난 아이인데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명확하지 않아요. 여자 입장에서 김복남이 낳은 연희란 존재 자체가 스스로 부정하고 싶은 인물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하지만 결국 김복남이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계기가 되는 인물이기도 한데요.
"연희는 대단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냥 연희입니다. 그냥,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에 대해서 잘 모르는 어린 아이입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에 속하는 어린 여자아이입니다. 게다가 연희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기까지 한 안타까운, 그러면서도 섬의 생존을 위해 대를 이어가야 할 운명이 주어진 아이죠. 복남이는 그게 슬펐고, 연희에게 자신과 같은 인생이 되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 비로소 참아왔던 모든 것을 버리고 섬을 탈출합니다."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장점은 극중 인물들이 자신들의 캐릭터를 잘 정립한 부분인데요. 감독으로서 연기자들의 캐릭터에 대해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 썼나요?
"배우들의 과거를 많이 캐려고 노력했습니다. 캐다보면 그 속에 우리 영화에 필요한 부분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 부분이 발견되면 자꾸 자극해서 터뜨리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첫 데뷔작으로 가능성을 보여주었어요. 다음 작품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어떤 장르영화로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영화인으로서 안타까운 점은 다음 작품 계획은 많지만 실행에 옮겨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인데요. 저의 장점이라면 남들보다 더 빨리 더 적은 비용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다음 작품으로 운명 지어진 작품이 뭘지 궁금합니다. 관객을 만나기 위해 10년을 기다린 만큼 우선은 김복남이 관객을 만나는 순간에 더 충실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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