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과 자금성을 보러 북경으로여름여행으로 베이징(北京, Beijing)을 선택했다. 만리장성과 자금성의 웅장함을 보고 싶다. 자유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에 관광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뭐 값싸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으니 나름 장점도 있다. 여행은 부지런해야 한다나. 여름 성수기 때 여행을 계획한지라 2달 전에 여행사를 찾아 예약을 해 놓았다.
두 달은 훌쩍 지났고, 기다리던 여행 날이다. 무안국제공항이 개항하고서 중국 가는 항로가 개설되어 조금 편리하다. 광주를 지나고 무안공항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따라 달린다. 전날 여행준비를 한다고 새벽 2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는데도 피곤하지가 않다. 멀리 공항 관제탑이 보인다.
넓은 평지에 자리 잡은 공항풍경이 썰렁하다. 항공편이 몇 편 없어선지 한가하다. 그래서 좋은 것도 있다. 공항 주차장이 무료다. 여행사와 만나 비자와 여행일정표를 받는다. 환전을 하고 출국 검색대로 들어선다. 가슴에 싸한 통증이 온다. 긴장을 한 탓인가 보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것이 아닌데도 외국을 나갈 때면 울렁증이 난다. 벌써 몇 번을 했는데도 항상 긴장된다. 누군가에게 검색을 당하고, 신분을 조회 받는다는 것은 유쾌하지가 않다. 반면에 무사히 출국장을 빠져 나오면 아직까지 큰 죄 안 짓고 살았구나 하고 위안을 삼기도 한다.
변방의 도시에서 중국의 중심으로 발전한 베이징비행기는 무안을 이륙하여 베이징으로 향한다. 베이징공항까지 2시간이 못 걸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그래도 답답한 비행기 안은 지루하기만 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파란하늘과 하얀구름 뿐이다. 그나마 날씨가 맑아 좋다.
비행기는 중국 상공을 날고, 아래로 넓은 들판이 내려다보인다. 끝이 없는 평원에 농지와 마을이 어울려 있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은 끝없이 펼쳐지는 하북평원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은 서울에 3.5배 정도로 넓지만, 인구는 8백만 명에 유동인구가 500만 명으로, 전체 1300만 명 정도가 살아가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기원전 1200년 경 고대도시에서 시작해서, 연나라 수도로 발전하였으나, 진시황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러다 10세기 말 타타르족의 수도가 되기도 하다가, 13세기 원나라 때 쿠빌라이칸이 베이징을 수도로 만들면서 중국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원나라를 무너뜨린 명나라는 난징으로 수도를 이전하였으나, 3대 황제 때 다시 베이징으로 천도하고, 청나라가 건국되고도 수도로서 유지해왔다. 국민당 정부 때 잠시 난징으로 이전하였다가, 마오쩌뚱이 1949년 10월 1일 천안문에서 중국인민공화국을 선포하면서 다시 중국의 수도로 되었다.
베이징 도로풍경, 그 많던 자전거 어디로 갔을까?베이징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현지 가이드를 만나 북경 여행이 시작된다. 시간은 저녁시간이 되어간다. 식당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친숙하면서도 조금은 낯설다. 도로변에는 숲을 조성하고 사시나무를 많이 심었다. 가로수로는 회화나무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로수로 많이 심는 친숙한 나무다.
도로는 자동차 전시장 같다. 세계의 명차들이 베이징 도로를 누빈다. 그중에는 우리나라 차들도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자전거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차가 더 많아졌다. 가이드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중국인들이 자동차를 타게 된 것은 2002년에 발생한 '사스(SARS)' 영향이라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한다.
사스바이러스는 중국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혔고, 중국인의 생명을 위협했던 사스공포는 장롱 속에 쌓아 놓았던 돈을 꺼내게 만들었다. "평생 살면서 좋은 차를 타보자." 벌어 논 돈을 써보고 죽자는 생각에 하나둘 차를 사게 되었다. 이제는 베이징 시내에서 자전거가 도로를 가득 메운 장관은 볼 수 없다. 대신 도로를 가득 메운 다국적 자동차를 마음껏 구경할 뿐….
북경오리구이는 유명세만큼 특별하지 않았다북경시내 한적한 식당으로 들어선다. 메뉴는 북경오리구이. TV에서 보았던 어마어마하게 큰 식당에서 바글바글 모여서 식사를 하던 풍경을 기대했는데…. 관광상품으로 값싸게 오다보니 어느 정도 감안은 해야겠지.
북경오리구이는 명나라 때 궁중요리에서 발전했는데, 오리 뱃속에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약초를 넣어 구운 후에 껍질과 살코기를 붙여서 썰어 나온다. 맛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다. 기름만 잔뜩 묻어난다.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 얇은 전병에 파, 오이 등을 넣고 싸 먹는다는데….
재료로 쓰인 오리는 빨리 키우기 위해서 3시간마다 불을 켜서 먹이를 주면서, 먹고 자게 해서 보통오리보다 크게 만든단다. 우리나라 삼계탕에 들어가는 영계 생각이 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데, 우리나라 횟집에서 보는 풍경처럼 수조가 있다. 수조에는 금붕어가 들어있고, 한쪽에는 '桂魚 58元/500g' 이라고 쓰여 있다. 요리해서 판다는 얘기. 중국에서는 금붕어도 맛있는 요리가 될 수 있나보다.
중국의 커다란 문화로 자리 잡은 서커스중국에 오면 꼭 보는 거? 서커스 보러간다. 왜 이곳까지 와서 서커스를 봐야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중국을 알려면 중국 문화도 알아야겠지? 극장은 쾌 큰 편이다. 예전 대형 영화관 풍경과 비슷하다. 극장 안은 다양한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막이 오르고 서커스가 시작된다. 텀블링, 접시돌리기, 대나무타기 등 아슬아슬한 묘기가 이어진다. 처음에는 그저 그렇겠지 했는데, 점점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다. 아슬아슬한 묘기도 좋지만 음악과 함께 다양한 공연을 준비한 중국 서커스의 매력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외줄타기 묘기는 거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고, 자전거묘기를 끝으로 막이 내렸다.
마지막에 커다란 통속에서 타는 오토바이 묘기를 기대했는데, 나오지 않았다. 오토바이 묘기는 상해 서커스에서 나온단다. 서커스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전 세계에서 서커스 공연으로 유명한 나라는 중국, 러시아, 북한 세 나라다. 크게 구별되는 것은 중국전통 서커스는 잡기고, 북한은 공중서커스가 최고수준이며, 러시아는 사람과 동물이 같이 공연을 한단다.
서커스를 보면서 얼마 전 수원화성 들렀다가 동춘서커스 공연 천막 옆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마지막 남은 서커스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서커스 관심도가 중국만큼은 못하겠지만 시 차원에서 지원하고, 전용극장 하나 정도 준비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중국에는 명품이 인기가 없다북경의 밤은 깊어가고, 숙소로 가기 전 베이징 밤거리를 보고 간단다. 베이징의 새로운 명소! THE PLACE(世貿天階). 아시아 최대의 대형LCD 스크린이 있는 베이징 명품거리다. 차에서 내리면 천정에 걸린 커다란 전광판이 눈을 꽉 채운다. 전광판은 그림이 움직이면서 바뀐다. 중국은 땅만 넓은 게 아니라 전광판도 넓다.
명품거리라는데, 상가로 들어서니 한산하다. 위층의 가게들은 대부분 폐점이다. 우리나라만큼 명품이 인기가 없는가 보다. 중국 사람들은 꾸미지 않아서, 입는 것만으로는 부자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 명품전문 매장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나보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중국을 짝퉁천국이라고들 한다. 짝퉁기술만큼은 세계최고다. 한때 우리나라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중국에 대한 불편한 오해 중 하나가 '중국정부가 짝퉁상품을 규제하지 않는다'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서는 짝퉁상품 만드는 것을 강력하게 단속을 하고 유통을 차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뿐이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미국이 마약을 규제하지 않아 마약이 유통된다고 오해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낯선 이국땅 밤거리에 서있으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그저 제자리만 빙빙 맴돈다. 여름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커다란 전광판 밑을 거닐며 여름밤을 즐기고 있다. 꼬마들은 둥그런 풍선을 던지며 북경의 밤을 즐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중국 북경을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