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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학교장의 성추행 사건이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 대상이 학생, 여교사, 심지어 학부모까지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교사가 어린 학생의 몸을 만진다거나, 교장이 학생이나 교사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 과도한 신체 접촉 등 그 행위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교장과 납품업자의 회식 자리에 여교사가 불려나가 업자에게 술을 따르고 교장의 강권에 못 이겨 춤을 추면서 평생 씻을 수 없는 자괴감을 느꼈다는 증언에 이르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최근 성추행 가해자들의 면면을 보면 국회의원, 지방의 군수, 학교장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 조직 내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이다. 피해자가 쉽게 거절할 수 없는 권력 관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권력에 의한 힘의 관계가 작동하는 것이다.

학교장의 성추행은 왜곡된 학교문화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절대 권력이 학교장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학교장은 학교 내에서 가장 힘 있는 존재이다. 그 힘은 전혀 견제 받지 않는다. 따라서 교장은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행동에 충언을 하는 사람보다는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고, 교장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신의 언행이 상대방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상대방의 수치심을 자극하면서 당황하는 모습을 통해 통쾌함을 느끼는 것이다.

혹자는 여성들이 NO라고 말하며 거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후의 학교생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거절을 하지 못한다. 거부하면 회식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이후 업무를 구실로 사사건건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한다. 여기에 일부 부장교사들까지 가세하면 여교사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이처럼 약자들은 후환이 두려워 거부 의사를 밝히지 못할 뿐이다. 2~3년 후 스스로 조용히 학교를 옮기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성추행을 일으키는 학교장들의 대부분이 50대 후반의 나이다. 나이가 들수록 마초콤플렉스가 작동하기도 한다. 자신의 약해지는 남성성에 집착하다 보면 부드러운 남성에 거부감이 생기고, 똑똑한 여성에게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저항할 수 없는 약자(교사, 학생, 학부모)를 상대로 추행을 일삼는 것이다. 이는 마초콤플렉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마초 본능은 권력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면서 강한 권력에는 쉽게 굴복하고, 이를 방패삼아 자신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남성중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간 교육당국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한 두시간 성평등 교육 강의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었다. 더욱이 징계수위가 낮고, 사건 자체를 은폐하는 경우가 많아 학교장들이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교육청 관료들의 성 인식이 낮아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차제에 성교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교사와 교장을 대상으로 한 성 인지교육이 지나치게 겉돌고 있다. 내용과 형식이 모두 엉터리다. 충분한 연수 시간 확보, 풍부하고 전문적인 내용, 그리고 외부 전문가에 의한 교육 시스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교장 자격연수에 성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 학교장을 임용하는 과정에 성평등 의식을 평가해야 한다. 동료 교사들을 통해 평소 그의 언행이 학교장의 성품에 적합한지 조사하면 될 것이다.

성추행은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성추행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의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학교의 민주화를 통해 학교장의 권력을 적절히 분산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회식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 '술 따르기 강요', '춤추기 강요'를 통해 성추행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교장 교감에게 잘 보이려는 일부 부장교사들의 부추김도 문제다. '전원 참석', '전원 음주' 같은 마초적 회식문화를 개선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민주적인 학교 행정과 구성원간의 자유로운 소통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덧붙이는 글 | 취재기사가 아니라 칼럼입니다. <교육희망> 인터넷판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성추행, #학교장, #학교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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