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는 두 주역(10번 지소연, 20번 김혜리)의 사진이 크게 실린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활짝 웃는 두 주역(10번 지소연, 20번 김혜리)의 사진이 크게 실린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 국제축구연맹


한국 축구 역사상 또 하나의 쾌거가 이루어졌다. 불모지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는 여자 축구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것. 결과는 물론 내용면에서도 따져볼 것 없는 완승으로 이룬 업적이기에 그 기쁨은 더욱 큰 것이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6일 이른 새벽 독일 드레스덴에서 벌어진 2010 FIFA(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8강 토너먼트 멕시코와의 맞대결에서 3-1로 이겨 당당히 준결승전에 올라 오는 29일 개최국 독일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여자라고,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경기장 크기나 경기 운영 시간도 모두 남자 축구와 똑같은 여자 축구였다. 더구나 그녀들은 20세 이하의 어린 나이였지만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묵묵히 준비해 온 것을 그대로 경기장 구석구석에 쏟아붓고 있었다.

상대는 C그룹에서 잉글랜드, 나이지리아, 일본에 패한 적 없는 북중미의 전통 강호 멕시코(1위)였다. 간판 골잡이 코랄이 힘이 넘치는 드리블과 슛 실력을 자랑했지만 그녀 못지 않은 실력자들이 우리 팀에는 더 많았다.

빠르고 정교한 드리블과 공을 다루는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고 해서 '지 메시'라는 별명이 붙은 골잡이 겸 공격형 미드필더 지소연은 이제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번 대회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그녀를 뒤에서 지원해주는 가운데 미드필더 김나래는 든든한 체격 조건 말고도 패스의 감각이 탁월하며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는 이현영은 공간을 찾아 빠져들어가는 눈썰미가 예사롭지 않다.

경기 시작 14분 만에 터진 선취골에서는 지소연의 넓은 시야와 이현영의 멋진 왼발 중거리슛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에서 오른쪽 측면을 겨냥하여 갈라 주는 지소연의 패스가 이현영의 발 앞에 제대로 떨어졌고, 이에 달라붙는 멕시코 수비수를 쉽게 따돌리고 이현영은 회심의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멕시코 문지기 산티아고는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봤지만 골문 왼쪽 구석으로 감겨 들어가는 공은 손끝에서 멀게만 느껴졌다.

28분에 터진 이 경기의 실질적인 결승골 주인공은 바로 지소연이었다. 정혜인이 상대 벌칙구역 반원 바로 밖에서 직접 프리킥을 얻기까지 '김나래-정혜인-지소연-정혜인'으로 이어지는 패스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잘 맞아 돌아갔다. 특히, 정혜인과 지소연이 주고받는 논스톱 2:1 패스의 수준은 웬만한 성인 남자 축구팀에서조차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여자 축구의 리오넬 메시, '지소연'

이번 대회 스위스와의 첫 경기(7월 14일)에서도 정확한 오른발 프리킥 골을 터뜨린 바 있는 지소연은 정혜인이 프리킥을 얻어내는 순간, 눈동자가 빛났다. 바로 자기가 원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담코바(체코 공화국) 주심이 어드밴티지 규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불만이 없었다.

공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지소연은 멕시코 선수들이 쌓은 인간벽의 가장 오른쪽에 서 있던 시에라 머리 위를 겨냥해서 잘 넘겨찼다. 그리 빠르지 않은 공이었지만 수비벽에 가려 있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프리킥은 문지기 산티아고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지소연은 이 득점에 힘입어 통산 6호골로 미국의 르루를 따돌리고 단독 2위 자리에 올랐다. 오는 29일 보쿰에서 벌어지는 개최국 독일과의 준결승 첫 경기는 득점왕 경쟁자들의 양보 없는 맞대결까지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현재까지 7골로 득점 순위 1위에 올라 있는 독일의 골잡이 알렉산드라 포프와 지소연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지난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팀의 주역이었기 때문에도 그 인연은 깊다.

지소연은 이 프리킥 골 장면 말고도 멕시코 수비수들 틈에서 안정된 공 간수능력을 자랑하며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 주었는데, 한번은 왼쪽 끝줄 가까이에서 호나우지뉴의 드리블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현란한 드리블 기술을 자랑했다. 첫 번째 터치부터 드리블 후 패스, 슛 기술은 정말로 여자 축구 판에서 보기 드문 인재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덧붙이는 글 ※ 2010 FIFA 20세이하 여자월드컵 8강 토너먼트 결과, 26일 새벽 1시 30분, 독일 드레스덴

★ 한국 3-1 멕시코 [득점 : 이현영(14분,도움-지소연), 지소연(28분), 이현영(67분,도움-김나래) / 고메즈 준코(83분)]

◎ 한국 선수들
FW : 정혜인
MF : 김진영, 지소연, 김나래, 이민아(55분↔권은솜), 이현영(76분↔전은하)
DF : 정영아, 김혜리, 임선주(84분↔고경연), 서현숙
GK : 문소리
지소연 정혜인 이현영 여자축구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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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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