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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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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7·28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은평을에 대한 정가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이재오 전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가열되고 있다. 정가의 뜨거운 관심을 떠나 그 이면의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 은평을 재선은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생각하게 한다.

돌이켜보면 은평을은 지난 총선에서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곳이었다. 자타가 인정하는 '한반도대운하 건설의 전도사'인 이재오 후보에 맞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전 대표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나왔다는 점이 흥미를 끈 이유이기도 했다. 문 후보가 지식기반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반도대운하에 대해 대립각을 예리하게 세움에 따라, 은평을에서 지난 선거는 '토목경제' 대 '지식경제'의 대결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정치의 힘으로 보아서는 당시 선거는 골리앗 대 다윗의 싸움이었다. 이재오 후보는 그 해 연초에 막 출범한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권력 실세 중 실세였고, 이에 비해 문 후보는 신생정당의 정치초년생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민은 대운하로 상징되는 토목경제 대신 '지식경제'를 선택하였다. 이러한 은평의 선택은 웬일인지 무효화되었고 이명박 정권의 2인자인 이재오 국민권익위 위원장이 재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은평은 이번 재보선의 관심지역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언론은 그의 당락이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은평 출마를 통해 이명박 정권의 무능, 특히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겠다는 선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노당, 사회당, 무소속 등 출마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여기서 본인이 주목하는 점이 하나가 있다. 이러한 선언 어디를 보아도 은평을 재선이 왜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은평 재선은 문국현 의원의 의원직상실로 인해 발생한 일이다.

그러나 문 전 의원이 왜 의원직을 잃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출마 선언자들이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노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야4당 대표들이 문 의원에 대한 2심 판결이 나온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탄압"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는지.

이러한 야당 대표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 확정판결이 나오자 이번에는 '우리법 연구회' 판사들이 직접 나서 왜 대법원 재판부의 다수의견을 정면 비판하였는지. 지난 국회의원선거에서 은평을 20만명 유권자들이 행사한 주권이 무효화되는 과정에서 왜 권력에 의한 정치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민주주의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는지에 대해서 모든 출마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

먼저 그들은 한결같이 이명박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모두가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두가 은평재선의 배경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이들의 침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자기 모순은 결국 민주적 가치를 지향하는 우리의 자아심리를 분열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6·2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은 이명박 정권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견제를 원했다는 심판론이 일반적인 평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구나 주지하듯이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인 탓에 온전한 삼권분립과 상호견제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이명박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절대권력화한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집권과 동시에 청와대와 정부는 물론 산하기관에까지 폭넓게 인사권을 휘둘러 부처·기관의 충성경쟁을 불렀다. 여기에 검찰, 국정원, 경찰, 국세청, 국군기무사 등 참여정부가 통제권을 놓았던 주요 권력기관에 대한 영향력도 대부분 회수하였다. 결국 검찰의 충성경쟁이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불러왔다는 비판과 함께 '검찰의 시녀화'라는 구시대적 용어가 다시 언론에 등장하였다.

더군다나 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당의 공천·인사권까지 손에 쥠으로써 '여당의 거수기화'라는 탄식이 언론에 등장하게 됐다. 특히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에서조차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터지기에 이르렀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을 계기로 판사들이 일어나 사법정의를 요구하게 이르렀던 것이다. '사법파동'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등장하였다. 

이명박 정권의 독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광장에서의 집회를 제한하고, 인터넷에서의 표현을 제한하고, 피의사실공표 금지원칙을 무시하는 등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기본권조차 서슴지 않고 훼손하는 방향으로까지 그 폭을 확대하였다.

결국 국민의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문민정부 이후 쌓아 온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도 나타났다. 그러나 나를 따르라는 이명박 정권의 독선은 4대강 사업에서 여론무시로 일관했고 결국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불러왔다.

이번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표심에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으라는 주권자의 의사표시가 담겨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은 권력기관·당·청을 직접 장악한 이명박 정권의 독선에 대한 견제를 바라는 것이다. 이번에 은평을에 출마하는 야권 후보들은 모두 이러한 민심을 받들겠다고 한다.

이러한 그들의 진정성을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성은 먼저 '왜 은평을 재선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는 후보자들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수호하려는 의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계약의 관점에서 본다면 국회의원선거도 계약이다. 주권재민의 원칙에 따라 지역구의 주권자들과 대리인이 맺는 신성한 계약이다. 지난 선거에서 문국현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것은 2012년 임기기간까지 문 후보는 자신이 공약한 정책의 이행을 위해 성실히 노력한다는 계약서에 은평을의 유권자들이 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계약이 신성한 것은 이것이 바로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권력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 계약을 훼손한다면 이는 바로 대의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이는 권력의 독선과 오만을 뛰어넘어 아예 독재를 의미한다.

진정 은평 출마를 통해 민주주의의 회복을 원한다면 눈앞의 욕심에서 잠시 떨어져 은평에서 벌어진 대의민주주의 기본질서의 위기를 돌아보는 정치적 지혜를 요청하고 싶다. 후보자들은 왜 야4당 대표가 문 전 대표의 의원직박탈을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는지, 왜 '우리법 연구회' 판사들이 대법원 다수의견을 정면으로 비판했는지에 대해 진솔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 이유는 만약 은평재선이 정치탄압을 통해 벌어진 결과라면 이는 이명박 정권하 민주주의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웅변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동시에 모두가 침묵하는 자기모순의 질곡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태그:#문국현, #창조한국당, #사람희망정책연구소, #공성경,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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