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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작가 옌롄커의 장편소설 <딩씨 마을의 꿈>이 국내의 독자들을 만나게 된 사연이 녹록치 않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그랬듯 이 소설 또한 판금조치를 당했던 터였다. 어떤 소설이기에 중국 정부는 이 소설을 막으려고 했던 것일까?

 

관가의 지도 아래 '매혈 운동'이 펼쳐진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딩씨 마을도 그랬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혈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로써는 피를 판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피를 팔아서 번 돈이 얼마나 효용가치가 있을지 판단하지 못했던 터였다.

 

관가는 사람들을 데리고 피를 팔아 부유해진 마을로 견학을 간다. 그곳에 도착한 딩씨 마을 사람들은 꽤 당황한다. 피를 팔아서 고기를 얻고, 피를 팔아서 야채를 얻고, 피를 팔아서 멋쟁이가 된다는 사실을 목격한 그들은 너나할 것 없이 피를 팔기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선다.

 

어떤 사람이라도 매일 같이 피를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가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관가는 딩씨 마을을 드문드문 들린다.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이 그것이 못내 아쉽다. 그러자 누군가가 그러한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다. 화자의 아버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리친다. "피 삽니다. 피 파실 분 안 계세요?"라고.

 

사람들은 그에게 피를 판다. 며칠 전에 피를 판 사람이 오늘 또 팔고 그리고 며칠 후에 또 판다. 화자의 아버지는 피를 팔아 부자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그들도 피를 팔아 부자가 됐을까? 그들은 열병에 걸렸다. 에이즈였다. 피를 판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에이즈에 걸린 것이다.

 

딩씨 마을의 '꿈'은 소박했다. 부유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피를 팔았다. 대단한 '부'를 꿈꾼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는 샴푸를 한 병 사고 싶어서 피를 팔았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맛있는 걸 먹이기 위해서 피를 팔았다. 누군가는 결혼 자금을 모을 요량으로 피를 팔았다. 그런 그들에게 남은 건 '죽음'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사람들은 절망했다. 그들은 관가나 피를 팔아 장사한 화자의 아버지 같은 이들에게 보상을 요구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을 돌보지 않는다. 이용할 대로 이용한 뒤,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었다.

 

열병에 걸린 누군가가 나서 '화자'를 죽인다. 나름대로 복수의 방법이었을 것이지만 그런 일은 딩씨 마을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한다. 화자의 죽음만 그러한가. 사람들의 죽음 또한 그랬다. 어제 누가 죽고 오늘 누가 죽었다는 소식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못 된다. 열병은 남겨진 사람들의 모든 것까지 빼앗아가고 있었다. 에이즈에 점령당한 딩씨 마을은 그렇게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그들의 피를 판 매혈 일당과 관가만이 피둥피둥 살찌며 웃고 있었다. 이제, 딩씨 마을의 꿈은 더 소박해졌다. '생'이었다. 내년에도 살아있는 것, 그것이었다.

 

<딩씨 마을의 꿈>이 판금조치를 당했던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국민을 이용할 대로 이용하는 정부와 부유한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담겼기 때문인가. '피'와 '에이즈'로 상징되는 그것들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뿐인가. 저주를 받은 '딩씨 마을'의 모습과 빼앗긴 그들의 '꿈'이 단지 소설 속의 것으로만 느껴지지 않기에 가슴은 싸늘해진다. 그것이 과연 먼 곳만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그것은 모든 이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이 중국에서 인정받고 국내에 소개되기 전까지 얼마나 어려운 일들을 겪었는지는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인가. 이 소설이 말하려고 하는 그 메시지가 유난히 더 간절하게 느껴지고 있다.


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도서출판 아시아(2010)


태그:#중국소설, #옌롄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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