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깡패 같은 애인 스틸컷 ⓒ (주) JK FILM
<내 깡패 같은 애인>, 처음에는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제목부터 삼류코미디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죠. 여기에다 왕년의 코미디스타로 유명했던 박중훈이 주연까지 맡고 있으니 예감이 더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런 지레짐작이 잘못되었음을 확인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 작품은 코미디영화로서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완성도 있는 코미디영화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니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누가 뭐래도 정유미가 있지만 실제 이 작품에서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면서 재미난 상황에서 웃음을 준 박중훈씨 연기에요. 두 번째는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관객들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가져다준 감독의 연출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코미디영화로서 적정수준 이상이 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죠.
박중훈씨야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코미디배우로 이름을 날렸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감독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갔어요. 그래서 김광식 감독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드라마 및 영화 작가로 활동을 이미 오랫동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여기에다 한 가지 눈에 들어오는 또 다른 이력은 바로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오아시스>에서 조연출을 한 경력이에요. 요즘 작품성 있는 감독 밑에서 조연출을 경험한 감독들이 대중성도 뛰어나면서 적절한 작품성도 가진 영화로 데뷔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광식 감독 역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역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야겠죠.
박중훈으로 시작해서 박중훈으로 끝나는 영화
▲ 내 깡패 같은 애인 스틸컷 ⓒ (주) JK FILM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박중훈으로 시작해서 박중훈으로 끝나는 영화에요. 그만큼 이 영화에서 그의 비중이 엄청나다는 것이죠. 다른 인물들은 사실 박중훈이란 배우에 가려서 거의 존재감이 없어 보일정도에요. 이건 영화에 장점이자 단점이란 생각이 들어요. 박중훈이란 배우가 얼마나 코미디영화에서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하는지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작품인 동시에, 그가 가진 재능과 끼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는 작품이에요.
영화는 코미디영화답게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해요. 깡패지만 이제는 정말 한물간 옆집 아저씨 같은 인물 동철(박중훈)은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여자가 불만이에요. 그래도 명색이 깡패인데 자신을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한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그게 어디 쉽게 되나요? 동철 옆집에 이사 온 세진(정유미)은 지방대학을 나와서 서울에 상경했지만, 구한 직장도 부도가 나고 이후 변변한 직장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돈도 궁하고 먹고 살기도 어려워져서 반지하로 이사 오게 된 인물이에요. 그런데 옆에 깡패 같지도 않은 깡패가 있으니 얼마나 화딱지가 날까요?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 부딪치고 싸우면서 정들어가는 전형적인 로맨스코미디를 보여주어요. 할리우드 영화에서 너무나 자주 봐왔던 방식이라 특별할 것 없는 로맨스코미디 영화라 생각할 가능성도 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연출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어느 정도 매워주고 있어요. 단순히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상황으로만 웃기는 코미디가 아니에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상당히 아기자기하게 엮여지고 관객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전개가 되요. 이 영화 보면서 말도 안 되는 코미디라고 이야기할 관객들은 많지 않단 의미죠.
코미디영화로서 볼만한 재미있다
▲ 내 깡패 같은 애인 스틸컷 ⓒ (주) JK FILM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박중훈이란 배우가 보여주는 뛰어난 코미디 연기와 감독이 만들어 놓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 때문에 충분히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코미디영화가 되었어요. 정말 큰 기대하지 않고 갔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웃고 나왔다는 이야기지요. 영화에서 주연 캐릭터들이 나름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들이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서 감정이입할 가능성도 상당히 많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인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어요.
이렇게 좋은 점이 분명 있는 코미디영화지만 그 이면에 다른 부분에서 접근하면 약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에요. 우선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작품은 박중훈 외에 다른 인물들이 크게 튀지 않아요. 영화에서 그만큼 그의 위치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박중훈이 만들어 놓은 캐릭터에 1차적으로 만족 못하면 이 작품 전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단 말이에요. 배우 한명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운 것이죠.
영화가 이토록 박중훈 위주로 흘러간 것은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연출했다고 밖에 볼 수 없어요. 김광식 감독은 포인트를 분명 잘 잡아서 박중훈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 발휘시키고 있지만 그 외에 다른 인물들 캐릭터들은 정유미가 연기한 세진 역외에 눈에 들어오지 않게 만들고 있어요. 영화에 몇 명의 조연이 출연하고 있지만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캐릭터란 생각까지 들게 만들죠. 조금만 더 주변 인물을 다채롭게 가져갔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수작 코미디영화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아요.
여기에다 한국 코미디영화가 가지고 있는 전반부 웃음, 후반부 감동이란 이분법 코드가 이 작품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는 것 역시 조금 아쉬워요. 분명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내 깡패 같은 애인>은 관객들이 만족할만한 장점이 더 많은 코미디영화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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