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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를 당한 여성으로부터 양주와 골프채 등을 받고, 또 그 여성에게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성관계를 가지는 등 비위를 저지른 경찰관을 파면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에 따르면 부산의 모 경찰서 강력계 형사인 J(42)씨는 2005년 9월 사기 및 상해죄로 고소된 K(여)씨로부터 사건 청탁 명목으로 2회에 걸쳐 55만 원 상당의 양주 3병을 받았다. K씨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J씨가 이 식당에 자주 들러 알고 지내던 관계였다.

 

기소된 K씨는 2006년 7월 유죄가 선고돼 수감됐다가 2007년 3월 출소했다. J씨는 며칠 뒤 K씨의 동거남으로부터 "수감기간 동안 K씨에게 잘해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200만 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받았다.

 

J씨는 K씨와 친해지고 나서 2005년 12월부터 2006년 4월까지 5회 성관계를 가졌고, 2008년 8월에는 300만 원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또한 J씨는 K씨가 빌려간 돈 870만 원을 갚지 못하자 휴대폰으로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10회 보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J씨는 2007년 7월 M씨에게 1000만 원을 빌려주고 매월 100~200만 원을 변제받아 왔는데, 2008년 3월 M씨가 기소중지자인 것을 알면서도 검거하지 않았다.

 

결국 해당 경찰서장은 J씨에 대해 징계의결을 요구했고, 부산지방경찰청 징계위원회는 J씨가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파면'했다.

 

그러자 J씨는 "징계 사유는 대부분이 2005년과 2006년에 발생한 것인데, 이는 징계의결요구시인 2009년 4월1일 당시 징계시효기간이 모두 경과했으므로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16년을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7년 동안 생명의 위험이 뒤따르는 수사, 강력반 업무를 수행했고, 경찰청장 이상의 표창 3회 등 23회의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는 점, K씨가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파면 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부산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부장판사)는 최근 J씨가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징계처분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고는 고소된 K씨로부터 사건청탁을 받아 금품을 받고 성관계까지 가져 비위 정도가 중대하고, 또 원고는 K씨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돈을 대여하면서 성관계를 가졌고, 돈을 변제하지 않자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 경찰공무원의 품위를 현저히 실추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강력계에 근무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의 범인 검거는 기본적인 의무인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에게 돈을 차용한 채무자라는 이유로 위 임무에 위배해 기소중지자인 M씨를 검거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는 범죄의 예방, 진압, 수사 등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임무로 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는 부적당하다"고 덧붙였다.

 

J씨는 경찰청장 표창 등을 내세워 징계가 무겁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원고는 2003년 8월 음주운전을 적발하고도 사건을 묵살해 견책 처분을 받았고, 계고 4회, 특별교양 2회, 성실근무다짐서 1회 작성 등을 받았으며, 2007년도 근무성적은 경사 358명 중 305등, 2008년도 근무성적은 307명 중 286등으로 성실하게 근무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원고 주장과 같은 제반 정상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명백히 부당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J씨에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K씨로부터 양주 3병을 받고, 5차례 성관계를 가졌으며, K씨의 동거남으로부터 골프채 세트를 받은 것은 모두 단일하고도 계속된 의도 하에 지속적으로 행해진 일련의 행위이므로, 징계시효 기산점은 일련의 비위 중 최종의 것인 골프채 세트를 받은 2007년 3월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따라서 이로부터 징계시효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09년 4월1일에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요구가 있었으므로 징계사유에 대한 시효는 완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파면, #징계시효, #경찰관, #품위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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