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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른 집들 사용하는 전자렌지를 보면 저것이 우리 집에도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딱히 없으면 안되는 게 아니다 보니 결혼 30년이 다 된 지금서야 그것도 처제가 선물을 해줘서 없던 가재도구가 생겼습니다. 써 보니 참으로 좋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찬밥을 데워 먹는 데는 딱이네요. 그게 뭐 굳이 돈이 없어서 안 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림이 풍성한 건 아닙니다.

 

신학교 졸업하고 바로 교회를 개척하여 조그마한 교회를 섬기다 보니 재정 여건이 열악하여 늘 절약이 몸에 뱄습니다. 그래서 새 건물 지어 놓고도 안의 물건들은 중고를 대개 들여놨습니다. 난 내 분수를 따라 사는 사람이라 그거 때문에 주눅 들 것도 없고 크게 불편할 것도 없습니다.

 

자동차 역시도 남들은 나보고 적어도 중형 차 이상은 타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빚지고 사는 주제에 차나 좋은 거 타면 뭐 그게 잘하는 짓인가 싶어서 역시 덜덜 대는 차 끌고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유별스럽게 차 가지고 사람 평가하지 가까운 일본만 해도 경차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며 그거 탔다고 무시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태리도 역시 작은 차들이 거리를 많이 활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작은 차 끌고 다니면 사람 우습게 보니 월세는 못내도 차는 큰 거 탄다는 것입니다.

 

엊그제 동료가 설립한 대안학교에 다녀왔습니다. 그는 몇 년 전 수십만 평 되는 산을 사서 학교를 짓고 개교 했는데 지원자도 많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땅 속에 많은 보물들이 있어서 학교 재원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왔습니다. 그가 시무하는 교회도 비교적 부흥된 교회인데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뭐했나 싶어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본디 목회자란 어느 정도는 물질을 초월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목사도 사람이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한 것만큼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돈을 지나치게 밝히는 사람이라면 목회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교회가 부흥해서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감당할 사역이 있고, 교회 사이즈가 작으면 작은 대로 다 자기 사명이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가서 보면 큰 교회 목회 했다고 다 큰 상급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대기업 회장만 큰일 한 게 아니고 거기서 막 일을 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노고 또한 회장님 못지않다고 봅니다. 그들의 노동이 없었던들 빛나는 회장님의 행보가 존재하겠느냐는 것입니다. 국가로도 대통령만 큰일 하는 게 아니고 성실하게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살아가는 촌부 또한 훌륭한 국민인 것입니다.

 

아니 머리 잘 돌아가서 남 속이면서 힘 안 들이고 돈 벌어서 편히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하긴 남 속여 먹고 사는 사람도 그거 속이느라 신경 많이 쓸 것이고, 또 도둑질해 먹고 사는 사람도 도둑질 하느라 참으로 수고를 많이 할텐데 그렇게 불안하게 수고 하느니 차라리 떳떳하게 일하고 그 대가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나라는 전쟁의 참화를 겪고 그 상흔을 빠른 기간 동안에 씻어낸 저력 있는 민족입니다. 그런데 좀 겉 멋이 들었습니다. 너무 허세를 부리는 문화입니다. 있는 체, 아는 체, 잘난 체, 우아한 체 그러다가 진짜 체할까 걱정입니다. 자기 분수에 맞춰 사는 걸 무시해서도 안 되고 스스로 열등감에 빠질 이유도 없습니다.

 

버블 문화는 걷어내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았으면 싶습니다. 원래 각자에게 허락한 신의 분량이 있습니다. 그 분수 이상 넘볼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도 주어진 소임에 충실히 사는 것 그 자체가 진정 애국하는 길이란 생각입니다.


태그:#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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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교회를 섬기고 있는 목회자이며 수필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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