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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연중 특별기획 '유러피언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재하고 있다. 그동안 독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을 극복했는가'를 27회에 걸쳐 심층보도한 데 이어 '스위스의 지방자치와 직접민주주의, 나의 한 표는 알프스보다 아름답다'를 현지에서 연재한다. [편집자말]
글 : 윤석준 기획위원
사진 : 남소연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스위스편> 특별취재팀

필자가 스위스에서 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목가적 풍경이 아니라, 거의 일 년 내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형형색색의 선거/투표 포스터들이었다. 사진은 스위스 제네바 레만호의 모습.
 필자가 스위스에서 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목가적 풍경이 아니라, 거의 일 년 내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형형색색의 선거/투표 포스터들이었다. 사진은 스위스 제네바 레만호의 모습.
ⓒ 윤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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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만년설로 덮인 하얀 산봉우리와 그 아래 펼쳐지는 푸르른 초원, 그리고 그 곳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의 목가적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필자가 스위스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살면서 실제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런 목가적 풍경이 아니라, 거의 일 년 내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형형색색의 선거·투표 포스터들이었다.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가 강한 스위스에서는 그만큼 일 년 내내 선거·투표가 많다. 너무 횟수가 많아서 오히려 스위스 사람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피로도를 높이지는 않을까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서구 선진국들보다 선거·투표 참여율이 낮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상당히 활발해서, 선거·투표 때마다 관련 정치 이슈가 주요 언론과 지역 주민들의 주된 화제거리가 되고는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직접 민주주의 제도 도입과 관련된 논의를 하다 보면, 대표적인 직접 민주주의 국가 스위스의 사례는 오히려 반론의 근거로 활용되고는 한다. 우선 첫째는,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우리나라와 같은 국토와 인구 규모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스위스가 농촌 중심의 전통사회라서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둘째는, '직접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스위스는 단지 특수한 사례일 뿐, 그래서 스위스를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서구 유럽 국가들은 대의 민주주의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는 스위스를 단순히 알프스 소녀가 뛰노는 목가적인 풍경만 떠올리는 관광객의 시선에서 기반한 인상비평인 경우가 많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이 오해들을 풀어보자.

[오해1] 스위스는 '작은 나라'라서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스위스는 작은 나라다. 국토는 남한의 절반 정도이고, 인구는 약 720만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나라라는 사실이 직접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이견을 표명한다. 직접 민주주의가 스위스처럼 작은 나라에서만 이루어지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취리히에서 만난 유럽의 직접 민주주의 씽크탱크인 IRI(Initiative and Referendum Institute Europe) 사무총장 마틴 뷜러(54)의 말이다.

"만약 직접 민주주의가 스위스 같이 작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어떻게 직접 민주주의제를 도입했으며, 유럽연합(EU)은 왜 직접 민주주의 제도 도입을 진행하고 있겠나. (지난해에 한국에 가서 직접 민주주의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직접 민주주의는 스위스와 같이 작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상당히 놀랐다."

전문가들이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논할 때 스위스와 함께 가장 많이 거론하는 사례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다. 국토는 남한의 두 배가 넘고, 인구는 약 3700만 명이지만, 1911년부터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까지도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제도가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대의 민주주의와 함께 나란히 다른 한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27개 회원국 약 5억 명의 인구 규모의 EU는 지난해 통과시킨 '리스본 조약(Treaty of Lisbon)'에서 가장 대표적인 직접 민주주의 제도 중 하나인 '시민 발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5억 명의 EU 회원국 시민 중 100만 명의 서명만 모으면 직접 EU 집행위원회에 관련 입법을 제안할 수 있다. 현재 EU는 시민사회의 여론을 수렴하면서, 구체적인 하부 법률안과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스위스인들의 '작은 지방자치' 선호

국가 혹은 연방 차원의 규모에 대한 오해는 이렇게 풀렸다고 해도, 지방 차원의 의문은 계속 남을 수 있다. 스위스가 농촌 중심의 전통사회라서 지방 차원에서의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주장 말이다. 하지만,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 상징인 란츠게마인데가 열리는 글라루스 칸톤은 겉으로 보이는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풍경과는 달리 지역 생산의 80%를 세계로 수출하는 상당히 산업화된 지역이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여기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스위스 사람들이 원래부터 이렇게 작은 지방자치 단위를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지방 차원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하기가 더욱 용이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다소 본말이 전도된 오해일 뿐이다. 사실 이 문제를 정확히 말하자면, 스위스 사람들은 직접 민주주의가 관철되는 지방자치를 위해서 지방 자치 단위의 규모를 확대해오지 않았던 것뿐이다. 그들의 '선택'이었지 결코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그렇듯이 스위스도 지방자치 단위들의 광역화 논의는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너무 작은 단위로 구분되어 있는 지방자치 단위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지방자치 단위들은 칸톤 혹은 코뮌의 통합을 통한 광역화보다는 현재의 작은 지방자치 단위 유지를 선호하고 있다. '농도 짙은'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그들의 '작은 지방'에 대한 선호 때문이다.

글라루스 란츠게마인데 현장에서 만난 울리히(48)라는 한 주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한때 칸톤간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주민의 절대 다수가 현재의 작은 칸톤을 선호했지요. 칸톤들을 통합해서 규모를 키우면 직접 민주주의적 전통이 아무래도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란츠게마인데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거예요. 이게 얼마나 좋은지를, 그리고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글라루스 란츠게마인데 현장에서 고등학생인 아들, 딸과 함께 참석한 울리히(48, 사진 맨 오른쪽)씨는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가 얼마나 좋은지를, 그리고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한참동안 설명해주었다.
 글라루스 란츠게마인데 현장에서 고등학생인 아들, 딸과 함께 참석한 울리히(48, 사진 맨 오른쪽)씨는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가 얼마나 좋은지를, 그리고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한참동안 설명해주었다.
ⓒ 윤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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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츠게마인데를 참관하기 위해 멀리 프랑스어권 칸톤에서 글라루스까지 찾아온 스위스인들. 이들에게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의무와 권리라는 의미보다, 생활과 축제라는 의미에 더욱 가까워보였다.
 란츠게마인데를 참관하기 위해 멀리 프랑스어권 칸톤에서 글라루스까지 찾아온 스위스인들. 이들에게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의무와 권리라는 의미보다, 생활과 축제라는 의미에 더욱 가까워보였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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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2] 직접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보다 '비효율적'이다?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보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 민주주의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이 상식에 두 가지 정도 전제를 덧붙여야 한다. 첫째는 국가 차원에서 현존하는 직접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과, 둘째는 지방 차원에서는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보다 더 효율적인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소개가 스위스는 직접 민주주의만 있다는 오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스위스는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가 맞물려 돌아가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국가 차원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그 스스로의 문제점을 혼자 해결하지는 못하기에, 직접 민주주의가 함께 돌아가는 구조이다. 직접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촉매제다. 
 
하지만, 지방 차원에서는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실증적인 분석 결과이다. 유럽의 여러 정치경제학자들이 '직접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는 물론 '직접 민주주의와 행복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는데, 놀랍게도 직접 민주주의가 발달해서 주민들의 정치참여가 높은 지역일수록 지역 경제성장률도 높고, 주민들의 행복도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생갈른 대학의 겝하르트 키르슈개스너 교수와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 라스 펠트 교수의 최근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위스에서 직접 민주주의 제도가 더 발달한 지방 자치 단위일수록, 경제성장률은 평균 15%가 높았고, 세금 연체율은 평균 30%가 낮았으며, 지방 자치 단체 재정 적자는 평균 25%가 낮았다. 시민들이 직접 자치단체 예산에 다양한 권한을 행사하는 이런 곳들에서, 연말마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뒤집어 새롭게 까는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대표적 예산 낭비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파산 원인은 바로 직접 민주주의 때문?

그런데, 몇 해 전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파산이 이들의 직접 민주주의 제도 때문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었다. 사실 명확한 논리적 근거가 있는 기사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도 직접 민주주의 제도의 비효율성의 근거로 인용되기도 한다. 이 주장의 요지는 시민들이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면서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악용해 세금을 무리하게 낮추다가 주 재정이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파산을 직접 민주주의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대의 민주주의가 가진 권한이 결코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민발안을 통해 무리하게 세금을 내리는 시도에 대해 주 정부 재정 문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의회 또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 스위스였다면 의회 차원에서 제3의 대안을 만들어 주민투표를 함께 붙였을 상황인데 말이다.

오히려 스위스 칸톤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는 달리 주민들이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오히려 세금 인상을 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단적인 예로 제네바 칸톤은 1993년도에 지방 재정 확충을 위해 자동차 연료에 대한 세금 인상을, 노후연금 재정 확충을 위해서 부가가치세 인상을 주민투표를 통해 스스로 통과시켰다. 이처럼 단기적 비용과 장기적 이익을 교환한 경우는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에서는 그 사례가 많다.

사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스위스 칸톤들의 이와 같은 상반된 결과는 오히려 '사회적 자본' 혹은 '사회적 신뢰'라는 부분을 변수로 해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차후에 기회가 있으면 하기로 하고, 이제 우리의 주제인 '스위스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로 하자. 이를 위해 잠시 다음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 의미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비가 오는 가운데 다섯 시간 넘게 야외 광장에서 진행되었던 글라루스 란츠게마인데 현장. 시민들은 점심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오후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 다섯 시간 넘게 야외 광장에서 진행되었던 글라루스 란츠게마인데 현장. 시민들은 점심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오후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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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루스 란츠게마인데는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다루는 진정한 정치의 장이었다. 그래서 란츠게마인데 현장에서는 모두들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글라루스 란츠게마인데는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다루는 진정한 정치의 장이었다. 그래서 란츠게마인데 현장에서는 모두들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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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필자의 칠순을 넘긴 노부모님은 얼마 전 암 수술을 받으신 이후, 의사의 권고대로 유기농 야채나 무항생제 육류 같은 좋은 먹거리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계신다. 그런데 평소에 장을 주로 보던 집 근처 'A 대형마트'가 이러한 표기를 위반한 업체들과 거래해 왔다는 사실을 아신 이후로는, 집에서 다소 떨어졌지만 'B 대형마트'까지 장을 보러 다니시게 되었다.

하지만, 'B 대형마트'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직접 길러서 먹을 수 없는 육류는 어쩔 수 없더라도, 야채만이라도 직접 재배를 하기로 결심하셨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작은 텃밭을 구하고, 멀리 전원농장 분양에도 참여했다. 처음에는 직접 재배하는 것이 다소 엄두가 안났지만, 실제 해보니 요즘처럼 채소값이 비쌀 때 경제적으로도 좋고, 무엇보다도 직접 작은 텃밭을 일구는 일이 생각보다 즐겁게 느껴지신다는 것이다.

노부모님의 이 먹거리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직접 민주주의 문제 또한 같은 이치에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시장에서 'A 대형마트'와 'B 대형마트' 사이의 선택의 문제로는 현행 유통구조상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듯이, 정치에서 'A 정당'과 'B 정당' 사이의 선택의 문제로는 현행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에 있어서 육류는 어쩔 수 없더라도 채소만이라도 직접 생산해서 소비하듯이, 대의 민주주의에 상당 부분은 맡기더라도 직접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적용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문제는 직접 짓는 텃밭 농사가 힘들고 비효율적이라는 소문에 한 번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부터 먹고 포기하는 것이다. 굳이 저 먼 나라의 민주주의 텃밭농사 경험을 지금 이렇게 소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내 가족을 위해 내 손으로 직접 짓는 민주주의 텃밭농사

정치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다루는 장이다. 그것을 추상수위가 높은 법으로 만들거나 전문적인 지식으로 감시해야 하는 일에는 대리인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의도 국회에서는, 그리고 지방의회에서는, 우리 가족과 이웃들의 생활과 직결된 세금 문제, 교통 문제, 국적 문제 등 다양한 생활의 이야기가 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대리인들은 4~5년마다 한 번씩 있는 선거에서 당선만 되고 나면, 주인들의 편에 서지 않고 자기 정당이나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서만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대리인들이 주인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주인들이 가지고 있는 실질적 수단이라고는 다음 선거에서 대리인을 교체하겠다는 엄포나 다짐밖에는 없다. 과연 다른 대리인으로 바꾸기만 하면, 주인-대리인 간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될까? 

문제는 이러한 엄포나 다짐마저도 막상 선거 때가 되면 다른 이슈들로 인해 쉽사리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을 대리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 아니겠는가? 이러한 가운데,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는 이러한 우리 현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보완해줄 수 있는 '차선의 대안'을 지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앞서 취리히에서 만났던 마틴 뷜러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 많은 권리를 정치인들에게 위임했습니다. 이제는 시민들이 다시 조금씩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이제 우리도 고장은 잘나고 기름만 많이 먹는 문제 많은 구식 민주주의 엔진 대신에,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엔진를 사용해보면 어떨까? 조금 번거롭고 귀찮아 보여도, 직접 민주주의 텃밭농사 한 번 같이 지어보실 생각들 혹시 없으신지요?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스위스편' 특별취재팀 : 오연호 대표기자(팀장), 안성호(편집자문위원, 대전대 교수), 윤석준(기획위원), 남소연 기자(사진), 박정호 기자(동영상), 앤드류 그루엔(Andrew Gruen, 영문판)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윤석준은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Sciences-Po) 유럽학연구소 박사과정 연구원이다. 유럽통합을 연구하는 현지 젊은 연구자들의 모임인 유로안(Euroan) 대표를 맡고 있으며, 현재 오마이뉴스 특별연중기획 <유러피언드림>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태그:#유러피언 드림,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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