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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목동구장 가자."

 

친구의 말은 의외였다. 우리가 응원하는 팀의 주말 경기는 다른 구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의아해하는 내게 친구는 '볼보이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 힘들지 않고,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그의 제안에 응했다. '관중이 아닌 볼보이로 가는 목동구장이라' 들뜬 마음은 이미 나보다 먼저 주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난 8일, 선수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한화 vs 넥센'의 경기가 열리는 목동구장에 들어섰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녹색 그라운드가 먼저 시선에 들어온다. 경기가 시작되려면 5시간이 남았지만 덕아웃에 모인 선수들의 일과는 이미 시작된 듯하다. 그들의 배팅연습이 시작되면 볼보이들은 바빠진다.

 

선수들이 치는 공을 외야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한 곳으로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초여름의 더운 날씨지만 선수들은 힘찬 기합소리를 내지르며 즐겁게 연습에 임한다. 또 그들을 신기한 눈길로 바라보며 공을 잡는 볼보이들도 웃으며 일을 한다.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모든 이들이 야구를 너무 좋아해, 마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듯한 광경이다.

 

홈팀의 연습이 끝나고 덕아웃을 통해 구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다. 선수들의 라커룸부터 기자실, 구단 사무실, 야구용품 창고까지 다양한 곳을 구단 관계자들이 바삐 오가며 그날의 경기를 준비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구단 마스코트다. 관중석에서 보이는 그의 화려한 모습을 위해 뒤에서 고생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잡기가 가득한 창고에서 그날 입을 의상을 고르고 응원도구를 준비한다. 시구를 맡은 여자연예인에게 공 던지는 법을 가르쳐주는 코치 역할도 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마스코트 얼굴을 하고 관중들 앞에서서 즐거움을 선사한다. 관중석에서 그를 본다면 더 많이 박수쳐주고 호응해줘야겠다.

 

오후 5시.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선수들의 눈빛이 무섭게 변하며 관중을 열광시키는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진다. 관중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파울라인 밖에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볼보이들도 긴장하며 경기에 집중한다.

 

파울라인 밖에서는 전쟁에 나가기 위한 선수들이 바쁘게 준비한다. 러닝을 하며 몸을 풀고 상대팀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한다. 덕아웃에서는 수많은 사인이 오고간다. 그 사인으로 상대를 속이려 하고, 또 속지 않으려 한다. 선수들은 말이 없지만 그곳은 전쟁터다.

 

경기가 끝나도 볼보이의 역할은 남아있다. 베이스를 갈고, 패인 부분을 정리한다. 관중이 빠져나가고 어두워진 그라운드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살짝 지친 모습이라고 할까?

 

볼보이의 모든 일과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떠날 때는 여행을 마친 느낌이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야구장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한 경기가 이뤄진다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아야겠다.


태그:#목동구장, #볼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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