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새들의 합창 스틸컷 ⓒ 유니코리아 문예투자㈜
이란 감독 마지드 마지디의 <천국의 아이들>(1997년)은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한번 꼭 보고 지나가는 작품이에요. 이 영화에서 보여준 가난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었죠. 마지드 마지디 감독 이전 작품에 대한 느낌 때문에 2008년 작 <참새들의 합창>(5월5일 개봉, Avaze Gonjeshk-ha, The Song Of Sparrows) 역시 기대를 했어요. 이런 기대감이 완벽한 만족감으로 이어졌는지는 리뷰를 풀어가면서 이야기해보고자 해요.
이 영화 역시 <천국의 아이들> 같이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타조 농장에서 일하면서 살아가는 카림(모하마드 아미르 나지)은 네 식구와 살아가고 있어요. 너무 가난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뭐하나 해주지 못하죠. 이런 카림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 발생해요. 큰 딸 보청기가 고장이 나고, 자신이 일하던 타조 농장에서는 타조가 도망쳐버리죠. 당연히 카림은 직장을 잃게 되요.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식구를 부양하기 위한 일거리예요. 아빠가 힘들게 일하는 것을 알고 있는 카림의 아들과 딸 역시 그냥 손 놓고 있지는 않죠. 어린 나이지만 작은 일이라도 해서 아빠를 도우려고 해요.
이 작품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특색이 분명 살아 있는 작품이에요. 아빠 카림이 아이들을 위해 가난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과 아이들이 보여주는 순수한 마음을 통해 적잖은 감동을 얻을 갈 수 있어요. 어른이라고 해서 모두 세상살이에 찌들어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님을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죠. 카림에게 있어서 보청기는 딸이 시험을 치기 위한 중요한 도구예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딸에게 보청기를 다시 사주고 싶어 하죠. 아이가진 부모들이라면 카림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같이 짠해질 것 같아요.
어른의 눈을 통해 보는 순수함, 요즘 같은 시대에도 통할까?
▲ 참새들의 합창 스틸컷 ⓒ 유니코리아 문예투자㈜
<천국의 아이들>이 가난한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었다면, <참새들의 합창>은 가난한 어른 카림을 통해 보는 세상이에요. 카림은 오토바이 택시 일을 하면서 타조농장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요. 그에게 있어서 오토바이 택시는 또 다른 신천지죠. 예전에 알지 못했던 돈의 위력을 알게 되면서 그의 생각 또한 변해가요. 타조 농장에서 일할 때와 달리 그에게 있어선 이제 그 무엇보다도 돈이 가장 중요하죠.
어느 순간부터 카림의 눈에는 돈만 들어오게 돼요. 하지만 돈에 눈이 멀면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이상하게 보이죠. 누가 자신의 돈을 빼앗지 않을까? 누가 자신이 가져온 물건을 훔쳐가지 않을까? 오히려 타조농장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걱정거리가 생겨요. 돈이 늘어나는 만큼 마음의 어둠이 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예전에는 아이들이 하는 일을 자상하게 지켜보던 아빠였는데, 오토바이 택시 일을 시작한 카림은 아이들이 하는 순수한 행동마저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죠.
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걱정이 커져가던 카림. 그에게 예전 같은 행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재물이 늘어 가는데 마음이 편안하지 않는 것만큼 역설적인 것도 없겠죠. 이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행복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가던 카림에게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나는 것은 그가 사고를 당하고난 후예요.
이 사건 이후 카림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죠.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무엇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가난하지만 순수하게 살았던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것이죠. 우리 삶에서 어떤 게 가장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모하마드 아미르 나지는 2008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뛰어난 연기에 대한 보상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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