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경상북도 남부지역에 널리 퍼진 속요 중에 '징검이타령'이라는 소리가 있다. 징검이 타령은 몸의 각 부분을 팔아서 빚을 갚는다는 내용이다. 징검이는 민물새우를 말한다고 하지만, 소리의 사설을 보면 단순히 민물새우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신체의 각 부분이 그대로 노출이 되는 처절한 사설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체를 팔아 빚을 갚아야 하는 처절한 소리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머리카락은 빼어서 해금 줄로다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눈은 빼어서 요리통으로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귀는 빼어서 귀걸이 전에다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목은 빼어다 벌통으로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사설의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이 주고받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선창을 하는 사람은 빚쟁이요, 뒤에 신체의 각 부분을 팔고 있는 사람은 빚을 진 사람이다. 빚쟁이는 돈을 달라고 조르고, 빚을 낸 사람은 부분 부분을 팔아도 빚을 갚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징검이타령을 보면 참으로 슬픈 소리다. 빚에 시달린 사람이 빚쟁이의 독촉을 받자,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하나하나 모두 팔아서라도 빚을 갚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리를 즐겁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 소리를 하는 사람은 빚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있다. 그저 구전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귀동냥으로 들어, 또 다시 불러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설을 들어보면 얼마나 참담한 내용인지 알 수가 있다.

 

끝없는 빚 가림, 왜 요즈음 우리들이 생각날까?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창새기는 빼어서 빨래줄루나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팔은 빼어서 각지발루나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다리는 빼어서 책상다리로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발은 떼어서 호미자루로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응뎅이는 빼어서 떡판 한 판으로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불알은 빼어서 겨울초로나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아나 여봐라 징검아 내 돈 석 냥을 내놔라

고추는 빼어서 떡메자루로 팔아서

다만 닷 돈을 못 받아도 네 돈 석 냥 여기 있다

 

소리로만 들으면 재미가 있다. 신체의 각 부분을 사설 중에 팔다가 은밀한 곳이 나오면, 웃느라 소리가 그치고는 한다. 그만큼 지금 듣는 소리는 재미로 부른다. 그러나 그 소리를 들으면서 요즈음의 우리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아마 이런 소리가 지금 세상에 만들어진다고 하면 더 슬픈 소리로 나오지는 않았을까? 징검이 소리를 할 수 있는 부녀자들의 연세가 80세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런 소리를 지금을 살아가는 세대들이 한다고 하면 이보다 훨씬 처절한 소리가 나올 듯도 하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살던 시대보다도 모든 것이 나아지기는 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빚쟁이에게 더 시달리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 세대를 풍자한다는 속요. 그 안에서 들을 수 있는 징검이소리. 아마 세상은 돌고 돈다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이런 소리가 생각나는 것을 보니.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들이 웃으면서 들려주는 징검이소리 안에는, 지금 우리들의 힘든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왜인지? 아마 이모저모로 살림살이가 버겁기 때문인가 보다.


태그:#징검이 타령, #옛소리 풍자, #빚쟁이, #신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