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태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가 남북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키며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사실(fact)관계나 개연성 높은 정황 증거보다는 심정적인 추론만을 근거로 논리를 전개시켜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효과까지 낳고 있다. 이는 천안암 침몰 사태 이후 정부가 갈짓자 행보를 보이며 제대로 된 사태 파악과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벌어져 또다른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30일 오전 <조선닷컴>의 메인 톱은 '~카더라' 기사의 전형이다. <고위 탈북자 "'한국 UDT'격 북 해상저격부대 소행 가능성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 고위 탈북자들 사이에선 29일 '북한 해상저격부대의 작전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리드로 시작한다. 새터민 출신 강철환 기자가 작성한 기사다.
이 기사는 탈북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를 뒷받침하는 건 딱 한 가지, 고위 탈북자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가능성을 바탕에 깔고, 북한의 해상저격부대에 대한 자세한 소개로 기사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심지어 근거도 제시하지 읺은 채 '자살특공대'에 대한 짜깁기를 통해 음모론을 증폭시키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 기사의 말미를 보면 "저격부대원들이 음향 기뢰를 설치한 후 무사귀환하면 이를 설치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작전 성공' 가능성으로까지 논리가 전개된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신문 사설에서 "아직까지 천안함 침몰과 북한을 직접 연결지을 수 있는 증거가 나오진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북한 공격설'이 마치 신빙성 있는 주장인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해 '안보 상업주의'의 몰염치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설령 천암함이 기뢰 폭발에 의한 침몰이라고 해도, 원인 제공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이같이 사실 확인을 통한 논리 전개를 펴려면 과학적인 검증을 여러 단계로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쑥 '북한 공격설'을 증폭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보도의 전형이다.
남북 간 충돌 부추기는 <조선> 사설
같은 날짜 <조선일보>에는 '~카더라 기사'와 짝을 맞춰 '~라면 사설'을 실었다. <국가적 위기에 대한민국의 저력 보여주자>는 제목의 이 사설의 핵심 논거는 "(북한이)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했다면 명백한 무력 도발이고 국제법상 전쟁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설에서는 "아직까지 천안함 침몰과 북한을 직접 연결지을 수 있는 증거가 나오진 않았고, 기뢰 폭발에 의한 침몰이라 해도 과거 북한이 매설한 기뢰가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그러면서도 곧이어 "천안함이 북한의 기뢰 또는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한 것이 사실로 입증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결정해야 할 고비를 맞게 된다"며 위기의 대한민국이 국가적 저력을 보여줄 때라고 선동한다. '~라면'이라는 가정 아래 '국가적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국가적 저력'은 누가 봐도 무력 대응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정법으로 전개된 논리를 바탕으로 사태를 예단하고, 앞질러 남북 간의 충돌을 부추기는 셈이다.
천안함 침몰 초기, 한국 정부와 미국 정보라인에서는 '북한 공격설'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9일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놓고 북한 연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사고에 제3자가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밝혀 '북한 개입설'을 일축했다.
29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현재) 북한의 움직임이나 이런 것은 현재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공격설'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초반부터 계속 해왔던 '신중론'의 연장선상이다. 애초 천안함 침몰 초기 한국 정부나 미국에서는 '북한 공격설의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카더라' 기사와 '~라면' 사설을 동원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개연성 높은 일인양 부풀려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국방부 수장조차 '신중한 접근'을 밝히고 있는 마당에 그런 보도 태도를 유지하는 건, 국민들의 불안 정서를 파고들어 신문 장사를 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을 배경삼아 앵벌이를 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한 보도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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