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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달집이다."

 

지리산 실상사를 들러 돌아 나오는 길에 달집과 만났다. 논 한 가운데 있는 실상사는 통일 신라 시대의 9 산문 중의 하나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고찰이다. 절 경내를 돌아보고 돌아서 나오는 길이었다. 지리산에 왔으니, 지리산의 토속 음식 맛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로 배를 채웠다. 쫄깃쫄깃한 고기 맛이 혀에 착착 달라붙었다. 배가 고프기도 하였지만 고기 맛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음식을 먹고 나서도 그 뒷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음식점에서 나와서 얼마 달리지 않으니 이내 인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인월의 논 한 가운데에 커다란 달집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게 되면 소원과 함께 태워버리려고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그 곳 사람들이 달집 주변에 모여서 윷놀이도 하고 즐거움을 함께 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모습에서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사람 살맛이 나는 훈훈한 인심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달집은 인월에만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인월을 지나 전주로 돌아오기 위하여 달리다 보니, 이내 이백이었다. 이백에도 커다란 달집을 만들어놓고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보름달이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풍물을 치면서 더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고깔모자를 쓰고 가슴에는 오색의 어깨띠를 매고서 농악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모습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이 듬뿍 배어 있었다.

 

  정월 대보름. 사는 것이 바빠서 우리 고유의 명절은 잊고 살아가고 있다. 특히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명절이 되어도 명절을 즐기지 못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명절을 챙기지 못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명절의 격식에 맞추어서 명절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명절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아침 밥상에 찰밥이 올라와 있어서 보름인 줄 겨울 알았다. 부럼을 깨면서 오곡밥을 먹는 보름날 음식이 그리워졌다. 집사람이 정성을 들여서 찰밥을 하기는 하였지만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반찬으로 올라온 나물들도 눈에 띄는 것이 있기는 하였다. 고사리나물과 호박 나물이 보였다. 그러나 그런 나물에서 맛을 찾을 수는 없었다.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하고 있는 혀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게 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집사람을 타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딴에는 정성을 들였는데,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 년 중, 달이 크게 뜨는 날이 바로 정월 대보름날이다. 설 명절의 대미를 장식하는 명절이기도 하다.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우지 않으면 눈썹이 희어진다는 속설도 있고 더위팔기를 하는 세속도 있다. 보름날 더위를 팔게 되면 일 년 내내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습속들이 모두 다 멀어지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달집을 태우면서 소원을 빈다.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소원을 비는 것이 보름 명절의 하이라이트이다. 달님에게 간절하게 소원을 기원하게 되면 달님이 들어준다는 믿음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속인가? 순박하고 예의 바른 우리 민족의 심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습속이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민족적 품성이다.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기원하는 것은 낮은 곳으로 임하는 겸손한 자세가 아닌가? 그 것은 감사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이기도 하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위하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순결 무후한 정신으로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가득 차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소박한 우리네 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나타내는 아름다운 풍속이다.

 

  그 것도 달빛에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달빛은 무엇인가? 해님이 서쪽으로 져버린 상태에서 어둠으로 넘치는 온 세상은 은은하게 밝혀주는 빛이 아닌가? 그러니 달빛은 성스러울 수밖에 없다. 해님처럼 눈부시지도 않는다. 누구를 차별하지도 않는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온화한 미소로서 포근하게 감싸안아주는 빛이다. 그런 보름달을 향해 오직 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보름달의 빛 속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서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간절하게 기원하였다. 올해에는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 행복이 가득 넘쳐나기를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모두가 웃음빛으로 즐겁게 살아간다면 이보다 더 바랄 것은 없다. 구름 사이로 떠오른 달님을 바라보면서 간절하게 기원하였다.<春城>

 

덧붙이는 글 | 대일리언


태그:#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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