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핏 스틸컷

▲ 위핏 스틸컷 ⓒ ㈜S&M코리아

드류 베리모어는 배우로서도 유명하지만 영화제작자로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그녀가 연출한 영화 <위핏>(Whip It)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올지 심히 궁금했다. 배우와 제작자로서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그녀가 뛰어난 재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작품 북미흥행수입을 보고 사실 실망했다. 1500만불로 제작된 <위핏>은 북미에서 1738개 극장에서 개봉하여 70일 동안 상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수입이 1304만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분명 북미에서 흥행은 생각했던 것만큼 좋지 않았다. 특히 이 작품이 코미디영화로서 온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무난한 작품이란 것을 감안하면 이런 흥행성적은 상상외로 부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이 작품을 보고나면 북미 흥행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을 것이다. 드류 베리모어가 보여준 감독으로서의 재능이 빛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북미흥행에 상관없이 잘 만든 작품

 

북미관객들에게는 외면 받았을지 모르지만 <위핏>에서 보여준 이야기들은 한국관객들의 감성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주인공 블리스 카벤다(엘렌 페이지 분)는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미인대회에 엄마 때문에 참여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참여한 미인대회가 즐겁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이렇게 후회의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롤러 더비 대회에 완전히 반하게 된다. 가슴속에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블리스 카벤다의 열정이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녀는 모든 것을 속이고 꼴찌 팀 '헐 스카우트'에 입단한다. 승승장구할 것 같은 그녀였지만 입단할 때 한 거짓말이 문제가 되는데...

 

<위핏>은 상당히 많이 봐오던 이야기들이다. 이런 작품에 무슨 새로움이 있겠어? 하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 예상외로 재미있고 감성적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각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구성되고 있지만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알차단 의미다. 자신의 딸이 미인대회에 나가서 입상만하면 지금보다 훨씬 멋진 삶을 살 것이라 믿는 엄마와 블리스 카벤다의 갈등 구조와 꼴찌 팀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단순한 이분법적 나눔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위핏 스틸컷

▲ 위핏 스틸컷 ⓒ ㈜S&M코리아

이런 다양한 시각에 롤러 더비가 주는 스포츠 영화로서의 매력 또한 잘 살아 있다. 스포츠란 것은 어차피 승패가 나누어질 수밖에 없는 분야다.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 승리를 쟁취하는 팀은 보통 한 팀인 경우가 많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롤러 더비 경기는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항상 어떤 팀에게 달콤한 승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서로 팀으로 뭉치고 협력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과정에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설 가능성이 있다.

 

또한 주인공 블리스 카벤다 자신이 스스로 껍질을 깨고 성장해가는 과정 또한 볼거리다. 87년생인 엘렌 페이지는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블리스 카벤다가 스스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과 모습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그녀가 보여준 좋은 연기가 없었다면 블리스 카벤다의 성장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즐거움을 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분명 <위핏>은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난 작품이다. 하지만 왜 북미에서 흥행실패를 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간단한 곳에서 답이 나온다.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크게 감점요인을 받을 요소도 없지만 아주 뛰어나다고 극찬할 요소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드류 베리모어 첫 연출작이란 것을 감안했을 때 생각보다 좋았다는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감독이 누구인지 모르고 봤다면 그냥 팝콘영화로서 괜찮다고 평가할 가능성도 높다.

 

극장에서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팝콘영화란 생각이 든다.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떨어지는 작품도 아니다. 적절하게 재미와 작품성 사이에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드류 베리모어의 첫 연출작이란 것을 감안하면 칭찬해 주어도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 송고된 후 http://www.moviejoy.com 에 순차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2010.02.19 09:47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 송고된 후 http://www.moviejoy.com 에 순차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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