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진 총격전 현장에서 마주친 한규와 지원

▲ 영화사진 총격전 현장에서 마주친 한규와 지원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장훈 감독은 발전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 협회상 신인감독상(2008)과 대종상 시나리오상(2009)을 안겨준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2008)에 이어 2년 만에 두 번째 작품을 선보인 장훈 감독의 영화<의형제>를 보다 문득 든 생각입니다.

액션영화라는 동일한 장르적 동일성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는 영화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진한 페이소스와 해학적 웃음을 담고 있는 <의형제>는 장훈 감독의 작품 해석 능력과 연출력이 2년 전보다 진화해 발휘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극한 상황에 처한 두 주연배우로부터 출발합니다. 국정원의 팀장이었지만 대간첩작전에서 실패한 책임을 지고 파면당한 이한규(송강호)와 남파공작원이었지만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채 쫓겨 다니는 송지원(강동원)이 두 축입니다.

감독은 사상의 우월, 체제의 우월관계를 떠나 인간적인 한계에 몰린 두사람을 통해서 극한의 상황에 몰린 두사람이 역설적으로 서로 교감을 나누는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갑니다. <쉬리>(1999)이래로 남파공작원, 간첩, 국정원 요원들을 다룬 영화는 제법 많았지만, <쉬리>의 흥행성적과 공식을 염두에 둔 탓인지 피상적으로만 그들의 모습을 다뤄왔지 그들이 가진 불안과 내면의 고통을 다룬 영화는 많지 않았습니다.

극한상황에 처한 두사람의 불안과 고통 다뤄

영화사진 한규를 구해주는 지원

▲ 영화사진 한규를 구해주는 지원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의형제>는 바로 그 점을 놓치지 않고 다루고 있습니다. 버림받은 남파공작원과 북에 남겨진 가족, 가정에 충실치 못한 남편을 버린 채 떠나버린 아내와 딸 등, 이한규와 송지원은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둘은 국가와 가정 모두에게서 버림받게 되는 존재론적 아이러니에 빠지게 됩니다.

극적 아이러니는 긴장을 만들고 긴장은 묘한 파장을 일으키며 두 사람의 주위를 감싸고 돕니다. 재개발지구를 중심으로 벌어진 국정원과 간첩간의 카체이스신이나 연이어진 격렬한 총격신이 볼거리와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지만 두 주연배우를 둘러싼 조연들의 상황극이 적절한 긴장완화의 요소가 됩니다.

<영화는 영화다>의 봉 감독 역에 이어 베트남 보스역할을 해낸 고창석의 꽤 이국적인 연기가 급팽창한 이한규와 송지원의 갈등을 코믹하게 중화시켜줍니다.

극중 송강호가 연기한 이한규는 <우아한 세계>(2006)에서 그가 연기했던 건달 강인구나 <반칙왕>(2000)에서의 임대호와 매우 일맥상통한 캐릭터입니다. 직장에서 악다구니 치며 일해도 계속 가족에게서 멀어지는 비애를 다루기에 송강호는 역시 적역입니다.

강동원이 연기한 영화 속 송지원의 캐릭터 역시 그의 전작에서 찾아볼수 있습니다. <형사>(2005)의 슬픈 눈이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의 사형수 정윤수의 눈망울과 송지원의 여리고 슬픈 눈빛은 맞닿아 있습니다. 비극적 현실에 정면대응하는 그의 슬픈눈이 <의형제>의 한 쪽 축을 버텨주고 있습니다. 송강호에 비한다면 아직 세기는 부족하지만 영화속 강동원의 진화의 움직임 역시 팬들에게는 즐거움입니다.

한국 액션영화라는 측면에서 <의형제>를 두고보면 그리 흠잡을 데가 없는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막상 영화의 결론 부분을 두고서는 강경파 관객과 온건파 관객간의 의견이 크게 갈릴 듯 합니다. 치열한 서론과 본론에 비하면 너무 여유로운 마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수 없습니다. 하지만, 극한상황에 몰린 두사람의 갈등과 고난을 통한 행복한 수렴이 애초 감독의 의도였다면 마무리 역시 감독의 의도 그대로로 이해해 줘도 무방할 듯합니다.

의형제 장훈 한상철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