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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정아무개(29)씨는 꿈을 포기해야 한다. 그는 토목학과에 다니며 토목직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자신은 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홍글씨처럼 남아 있는 백혈병 투병 기록이 문제였다.

정씨는 2006년 7월에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군 전역을 한 달 남긴 시점이었다. 의병 전역을 했다. 다행히 이듬해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현재는 일 년에 두 번 정기 검진만 받고 있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 2008년 가을부터는 농구동아리 활동을 하고, 겨울에는 스노보드를 즐길 정도다.

하지만 백혈병을 앓은 병력이 발목을 잡았다. 공무원 임용 불가 사유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사 소견서도 소용없었다. 그는 "투병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려는 사람은 오히려 국가에서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한숨 섞인 웃음을 토해냈다.

백혈병 완치되면 정상생활 가능

2010년 2월 현재 백혈병 환자는 완치 돼도 공무원이 될 수 없다.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 제4조에서 불합격 판정기준으로 백혈병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백혈병이 완치 가능한 질병이라는 사실이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이식 또는 항암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경우 글리벡이라는 항암제를 복용하면 골수이식을 받지 않고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성주명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2일 "완치된 환자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힘을 많이 쓰는 직종에서 일하는 데도 별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 성주명 교수 인터뷰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성주명 교수 인터뷰
ⓒ 이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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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 개선해야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 임용을 막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얘기도 나온다.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안기종 한국 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환자에게 희망을 줘야 할 국가가 오히려 채용을 막아서는 안 된다"며 "의학적 자문을 받아 채용규정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혈병환우회는 지난 4일부터 채용규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불합격 판정기준을 '백혈병'에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백혈병'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 서명운동 현장 스케치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불합격 사유 ‘백혈병’ 개정 청원 서명운동 현장
ⓒ 이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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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재영씨는 아들이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다. 지난 4일 서명운동 현장에서 만난 그는 "올해 26살 된 우리 아이도 공직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며 "완치를 인정하지 않고 불치병이라고 낙인찍는 불합리한 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를 받고 있는 이아무개(27)씨는 "요즘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데 공무원은 될 수 없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 채용 제도를 담당하는 차성신 행정안전부 인력개발기획과 주무관은 5일 "상반기 내로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분간은 백혈병 환자의 공무원 임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태그:#백혈병, #공무원, #공무원 임용, #신체검사,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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