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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서 골문을 지키는 문지기만큼이나 외로운 자리가 있다. 이른바 '원 톱'이라 불리는 타킷형 스트라이커 자리다. 축구가 확률의 스포츠는 아니지만 득점 성공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지역을 넓게 누비며 경기 내내 뛰어다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가 걸어오는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우리 축구대표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골잡이로 성장하고 있는 박주영은 바로 그 까다로운 역할을 맡으면서도 경기 내내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점에서 더욱 긍정의 힘을 느끼게 하고 있다.

기 라콤브 감독이 이끌고 있는 AS 모나코는 우리 시각으로 14일 새벽 모나코에 있는 스타드 루이 II에서 벌어진 2009-2010 프랑스 리그 앙 19라운드 몽펠리에 HSC와의 안방 경기에서 골잡이 박주영과 공격형 미드필더 하루나의 뛰어난 활약에 힘입어 4-0의 대승을 거두고 리그 7위(9승 3무 7패, 30점, 24득점 22실점)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주목해야 할 공격형 미드필더 '루크만 하루나'

오는 6월 23일 새벽 3시 30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우리 축구대표팀과 만나게 되어 있는 나이지리아는 지금 앙골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 2010에 참가하고 있다.

슈아이부 아모두 감독이 이끌고 있는 나이지리아 현 대표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해서 지금은 함께 뛰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나이지리아 공격에 힘을 불어넣어 줄 주인공 중 하나가 공교롭게도 박주영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이제 스무살이 된 공격형 미드필더 '루크만 하루나'. 그는 2007년 8~9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바 있는 FIFA(국제축구연맹)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활약하며 에스파냐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주역이었기 때문에 우리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도 한 구석을 자리잡고 있다.

또한, 하루나는 지난 해 9~10월 이집트에서 벌어진 20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하여 팀을 16강에 올려놓기도 했는데, 2008-2009 시즌부터 모나코 유니폼을 입고 주로 후반전 교체 선수로 뛰다가 이번 시즌 첫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아 데뷔골을 포함하여 혼자서 두 골이나 터뜨리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것이었다.

그 중 하나가 66분에 박주영의 훌륭한 몸놀림에 의한 도움으로 성공시킨 쐐기골(3-0)이어서 더욱 인상 깊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루크만 하루나가 이처럼 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게 될 경우 월드컵 본선에서 박주영과 운명의 맞대결을 펼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각'으로 빛나는 골잡이 박주영

리그 3위의 강팀 몽펠리에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모나코는 공격형 미드필더 하루나를 잘 활용한 덕분에 뜻밖의 대승을 거뒀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전을 맞이한 모나코 선수들은 내리 세 골을 더 터뜨리며 5763명의 안방 팬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루크만 하루나를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두고 변함없이 골잡이 역할을 맡은 박주영은 특유의 감각적인 몸놀림을 자랑하며 스파이치, 콜린 등이 버틴 몽펠리에 수비수들을 경기 내내 괴롭혔다.

특히, 하루나와 박주영의 인연은 결정적인 장면마다 이어졌다. 경기 시작 10분만에 하루나의 빗맞은 중거리슛을 운 좋게 잡은 박주영은 몸 방향을 180도 돌리며 절묘한 왼발 슛을 시도했지만 각도를 잘 잡은 몽펠리에 문지기 주르드렝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박주영은 66분에 더욱 빼어난 몸놀림을 자랑하며 시즌 세 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알론소의 날카로운 측면 찔러주기를 받아 잡지도 않고 왼발 발리슛을 시도했을 때 문지기가 떨어뜨린 공을 달려들어가 발끝으로 일어준 것이 하루나의 밀어넣기 쐐기골이 된 것. 이 도움은 지난 달 16일부터 지금까지 네 경기 연속(3득점 1도움)으로 이어진 공격 포인트 기록이어서 더욱 뜻깊게 남았다.

공을 다루는 감각이 뛰어난 박주영이지만 공의 진행 방향과 속도에 잘 어우러지는 공간 감각도 박주영의 능력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열쇳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75분에는 역습 과정에서 빠른 드리블에 이은 날카로운 찔러주기를 바꿔 들어온 이고르 롤로에게 밀어줘 편안한 슛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좁은 곳에서 공을 다루면서도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공간을 미리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박주영은 노련한 오른쪽 수비수 프랑수아 모데스토와의 단짝 호흡까지 자랑하는 훌륭한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78분에는 상대 수비수들이 파 놓은 오프사이드 함정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며 빠져들어가 이마로 골을 노렸지만 야속하게도 공은 골문 오른쪽 기둥에 맞고 굴러나갔다.

86분에는 오른쪽 끝줄 가까이까지 공을 몰고 들어온 모데스토와 눈빛을 교환하며 기막힌 오른발 뒷발질로 골을 노렸다. 비록 골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상대 수비수 뒤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순간적으로 빠져들어오는 공간 이해력이 매우 뛰어난 장면이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모나코 선수들은 오는 일요일(1월 17일) 새벽 소쇼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리그 스무번째 경기를 벌인다.

덧붙이는 글 ※ 2009-2010 프랑스 리그 앙 19라운드 경기 결과. 14일 모나코 스타드 루이 II

★ AS 모나코 4-0 몽펠리에 HSC [득점 : 푸이그르니에(11분,도움-네네), 하루나(55분), 하루나(66분,도움-박주영), 페레스(87분)]
박주영 모나코 몽펠리에 하루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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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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