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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산곡동 70-8번지에 소재한 인천 근로여성임대아파트. 이 아파트는 1989년에 5층 6개 동 규모로 건립됐다. 총398명의 비혼 여성이 입주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매각 방침을 세워 단계적으로 이곳 여성들을 내보내고 있다.
 인천 부평구 산곡동 70-8번지에 소재한 인천 근로여성임대아파트. 이 아파트는 1989년에 5층 6개 동 규모로 건립됐다. 총398명의 비혼 여성이 입주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매각 방침을 세워 단계적으로 이곳 여성들을 내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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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생산직 여성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중소업체에서 일한다. 이런 비혼 여성들이 언제 돈 모아 집을 장만할 수 있나? 우리도 사회적 약자 아니냐. 이곳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왜 이런 시설을 폐쇄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4대강 사업 등에 예산을 투입하다보니, 도시 서민들이 살고 있는 이런 시설들도 다 매각하려 한다. 여성만 이용 가능한 이곳은 우리 같은 저소득 비혼 여성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대다수 비혼 직장 여성들은 주거 불안과 범죄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여성 근로자 아파트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다. 오히려 확대해야한다고 본다."

부평구 산곡동 70-8번지 인천 근로여성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최아무개(25)씨는 정부가 근로여성임대아파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내년 3월이면 정든 이곳을 떠나야 한다.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지는 데다, 이곳 매각 예정일이 2012년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2006년 부평에서 취업해 이곳에 입주하게 됐다. 최씨는 조만간 살 곳을 마련해야 하지만, 인천 대부분의 주택지역이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어 전월세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틈틈이 모은 돈으로는 원하는 전세를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다 은행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처지다.

비혼여성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사라진다

최씨는 최근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내년 3월까지 정든 이곳을 떠나야 하나 갈 곳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최근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내년 3월까지 정든 이곳을 떠나야 하나 갈 곳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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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이외에도 인천아파트에 살고 있는 비혼 여성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좀처럼 목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더욱이 각종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인천에서 추진되면서 주변 전세가격도 예전 같지 않다.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비정규직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시설이 늘어나야할 상황이지만, 오히려 정부는 부천·춘천·대구 등 전국 6곳의 근로여성임대아파트를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복지공단은 1986년부터 '독신 여성근로자의 주거환경개선과 주거생활비 절약으로 실질소득증대를 통한 복지증진을 도모한다'는 목적 아래 근로여성임대아파트를 설립했다. 전국 6곳에 총 820세대를 건립해 올해 11월 현재 1832명이 입주하고 있다. 근로여성임대아파트는 월 3만~5만원의 싼 임대료와 관리비 덕분에 지금까지 저소득 독신 여성근로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정부는 근로복지공단 기금운영평가에서 이용자의 국지성과 국민주택기금 사업과의 중복성 등을 거론하며 매각을 권고했다. 근로복지아파트는 저소득 생산직 근로자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 생산직 근로자는 입주자 중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으로 당초 목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근로복지공단는 지난해 9월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상 2년간 입주보호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공단은 임대아파트 입주자를 최장 4년간 보호해 동요를 방지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근로복지아파트 입주여성들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연간 10억원 내외에 불과했다.

근로복지공단 "임대차계약 4년 유예... 충격 최소화"

인천 근로여성임대아파트에는 398명의 비혼 여성이 입주 가능하다. 정부가 매각 방침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이곳 여성들을 내보내면서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인천 근로여성임대아파트에는 398명의 비혼 여성이 입주 가능하다. 정부가 매각 방침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이곳 여성들을 내보내면서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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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근로아파트에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 B(37)씨는 "도시 생산직 근로 여성 가운데, 연봉 3000만원 이상을 받는 여성이 어디 있냐, 대부분이 저임금 고노동에 시달린다"며 "약간의 저축, 부모님 용돈, 생활비 등으로 돈을 지출하면 사실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고 이런 현실을 노동부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 비혼 여성을 위한 근로아파트를 매각한다면 우리는 당장 어디로 가냐"고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방과 후 학교 교사를 하면서 3년째 이곳에 살고 백은미(32)씨는 "비혼 여성이 도시에서 혼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를 것"이라며 "가격도 저렴하고 여러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이곳은 성범죄 등 각종 범죄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빌라에 살면서 한 달에 네 번이나 도둑이 든 친구가 있는데, 근로복지공단이나 노동부 관계자들이 본인이나 자식들이 그런 처지에 놓여있다면 사업의 중복성을 이유로 이런 시설을 매각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백씨는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단순 생산직 근로 여성의 비율이 줄어드는데, 그것을 이유로 아파트를 매각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저소득 비혼 여성들을 위해서 이런 아파트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변화하는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 임금고용팀 관계자는 "노동부 위탁사업인 근로여성임대아파트 임대 사업은 매각 방침이 확정돼 추진 중"이라며 "수혜 대상이 얼마 되지 않고, 저소득 근로자 대부나 융자 사업 등에 집중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다만, "임대차 계약을 4년 동안 유예 기간을 둔만큼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근로복지공단, #근로여성임대아파트, #노동부, #비혼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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