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시즌 FA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한화이글스의 김태균과 이범호가 지난 13일과 19일 잇따라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확정지었다. 둘 모두 잡는다는 기본원칙에 최소한 둘 중 한명은 반드시 잡겠다는 것이 한화의 최종 목표였지만 결국 일본 프로구단들의 예상외의 배팅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팀의 간판인 둘 모두를 빼앗기고 말았다. 김태균은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기간이 끝나자마자 13일 지바 롯데와 3년간 7억엔(약 90억원)에 계약했고 이범호도 19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3년(2+1년) 최대 5억엔(약 65억원)에 계약하며 9년 동안 몸담았던 한화를 떠났다.

 

팀의 차-포가 모두 이탈하며 한화는 당장 다음 시즌 전력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신임 한대화 감독은 김태균의 일본진출 확정 후 이범호의 거취여부에 따라 다음 시즌에 대한 틀이 달라진다고 했지만 차-포를 모두 잃은 상황에서의 전력구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팀의 주포인 김태균과 이범호는 사실상 한화 전력의 5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한화는 2009시즌 초반 순항하는 듯 했으나 김태균의 뇌진탕 부상과 이범호의 부상이 겹치며 극심한 투-타 불균형에 시달렸고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2009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하며 우울한 시즌을 보냈다.

 

이제는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한화의 배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떠나며 팀의 차-포가 떨어져 나갔지만 아직 FA시장에는 준척급인 박한이(삼성)와 장성호(KIA)가 남아있고, 최근 LG와의 결별이 유력시 되는 검증된 용병 로베르토 패타지니도 있다.

 

박한이의 경우 주력은 떨어지지만 3할대 타율과 안정된 외야수비를 자랑하며 출루율이 좋다. 올 시즌 예상을 깨고 FA시장에 나온 장성호는 최근 들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통산타율 3할이 말해주듯 교타자형 중장거리 타자이며, 1루수비와 외야수비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중심타선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증된 용병으로 통하는 패타지니는 나이와 부상이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거포형에 정교함까지 갖추고 있어 단기간 전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에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장성호와 패타지니의 경우 한화의 차세대 거포인 김태완과의 포지션 중복이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지명타자와 외야수까지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현실도 아니다.

 

다만, 박한이의 경우 삼성라이온즈의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한대화 감독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변수로 작용할 수 있고 장성호는 돈이 문제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5억 5000만 원의 높은 연봉이 걸림돌로 작용된다. 한화가 장성호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원 소속구단인 KIA에 24억 75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16억 5000만 원에 유망주를 내어줘야 한다. 하향곡선을 그리는 선수에게 한화가 투자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9년 한화의 모습은 97년 해태타이거즈와 비슷한 형국이다. 지난 1997년 통산 9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타이거즈는 국보투수 선동렬에 이어 간판타자인 이종범까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하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타이거즈였지만 투-타의 핵이 떠난 자리는 너무 컸다. 물론 모 그룹의 재정난에 간판선수들이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불운도 함께 했지만 핵심 선수의 이탈은 팀 운영에 크나큰 타격을 안겨주었고 팀 전력을 추스르고 다시 정상에 서기까지는 무려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화 또한 99시즌 첫 한국시리즈 재패 후 영원할 것 같았지만 마운드의 주축이었던 정민철과 구대성이 일본으로 진출했고 이상목이 FA자격을 취득하며 팀 전력이 하향곡선을 그리며 어려운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최하위의 수모는 면했지만 상위권으로 오르기에는 부족했고 중위권에서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10시즌이 지나도록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한두 명의 선수로 시즌을 치르고 팀 성적을 올릴 수는 없지만 간판선수의 빈자리는 언제 어디서든 큰 구멍이 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시즌중에는 팀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9시즌 FA시장의 1라운드는 일본프로야구단의 예상치 못한 배팅에 간판선수를 모두 빼앗긴 한화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장에서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준척급의 FA들이다. 그리고 준척급 FA의 향후 진로는 차-포를 모두 떼인 한화가 키를 쥘 것으로 예상된다. 팀 전력의 50%를 잃고 다음시즌 구상을 위해 고심 중인 신임 한대화 감독이 FA시장 2라운드의 판도를 어떻게 이끌지 관심이 모아진다.

2009.11.20 15:13 ⓒ 2009 OhmyNews
한화이글스 프로야구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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