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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뿌듯하게 흐린 날씨가 금방이라도 뭔가 내릴 것 같다. 15일 올 들어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한 탓 때문일까.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체감 온도를 뚝 떨어뜨렸다. 맑던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더니 세찬 바람과 함께 진눈개비가 내린다.

 

들녘에는 김장 준비가 한창인지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배추와 무 뽑기 작업을 하는 농부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이 겨울을 재촉하는 것 같다. 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 '한농원' 일대에 가면 '서산 사과밭 국화꽃 한마당'이 펼쳐지고 있는데 진한 국화향을 맡으며 늦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담을 수 있다.

 

 

가지가 부러질 듯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사과밭과 포도밭 7만㎡ 규모의 사이로 울긋불긋 20여종, 100만 송이의 다양한 국화가 피어 빨간 사과와 국화 터널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특별함을 선사하고 있다. 수원에서 왔다는 아주머니께서 "이곳에 있는 사과는 눈으로만 보세요. 따서는 안 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보며 한마디 한다.

 

"아, 국화향이 코를 간질이고 붉은 사과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게 하네요. 이렇게 토실토실하고 예쁜 사과를 눈으로만 보고 딸 수 없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요. 한 번만 만져 보는 것은 괜찮겠지요?"

 

살며시 만져보며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달콤한 사과의 향과 국화향이 어찌나 강한지 지나가는 행인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근처 하우스에는 현애, 다륜대작, 석부작, 목부작 등 시 국화동아리 회원들이 1년 동안 정성을 들여 준비한 다양한 국화작품 100여점이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다. 조롱박에 국화를 심어 공중에 매달아 방문객들이 자취를 남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에 관객들은 감탄을 한다. 대형하트와 국화터널, 달구지, 허수아비 등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에서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을 엿볼 수 있다.

 

식용이나 차로 마실 수 있는 국화꽃 따기 체험행사도 있는데 다정하게 보이는 부녀가 한 가득 꽃바구니에 국화꽃을 따서 국화향을 맡아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씨는 두 딸과 함께 가을 여행을 떠나 왔는데 딸과 함께 탐스런 사과도 보고 국화꽃을 따니 행복하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국화를 말려 차로 만들어 국화향을 맘껏 음미해 볼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는 가족들도 흥미로워하며 노란 국화꽃을 따고 있다.

 

 

 

서울, 인천, 수원, 서산, 등 전국에 흩어져 살던 동창들 부부가 오랜만에 만나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국화향에 이끌려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서산에 산다는 유병인(47)씨는 친구들과 함께 사진 멋지게 찍어주면 <오마이뉴스> 열렬한 독자가 되겠다고 말한다. 그 정겨운 입담에 멋지게 한 컷 담아주었다. "우리도  <오마이뉴스>에 나오게 되는겨? 유명인사가 되는 것 아녀? 나가 서산에서 한 인물 혀는디…"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덩달아 웃는다.

 

사과나무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담겨 있는 색색의 띠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간호사가 되게 해 주세요."

"수능 대박 나게 해 주세요."

"우리 사랑 영원히 변하지 않게 해주세요."

"착하게 잘 살게요."

 

산지에서 바로 수확한 총각무를 한 자루씩 들고 가는 사람들이 무겁다며 쉬엄쉬엄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좀 전에 근처 밭에서 수확하던데 이곳에서 직거래하기 위해 서둘러 작업을 했나보다. 무겁지만 싱싱하고 가격도 시장보다는 20%정도는 싸게 판다고 귀띔한다.

 

농업기술센터 담당자 전혜선(29)씨의 말에 의하면 전 국민들이 참여하는 한마당잔치, 국화축제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신종플루'로 공식 행사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역주민들이 화합해 사과밭 국화꽃 한마당행사에 동참하고 황토밭에서 자란 고구마와 총각무 캐기 등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개최했다고 한다. 쌀과 잡곡, 마늘, 고추 등 지역농산물을 시중보다 10~20% 저렴한 가격에 재배농가로부터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가지가 부러질 듯 매달려 있던 사과는 재배하는 농가에서 수확할 예정이란다. 시든 국화는 제거 하지만 노지에 탐스럽게 피어 있던 국화꽃은 그대로 남겨 둔다고 한다. 늦은 가을, 국화 향에 취하고 싶은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찾아와 흠뻑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태그:#사과, #국화,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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