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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바로 보고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다시 깨달아 화해와 인권이 살아 숨쉬는 역사를 만들어 가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7일 오후 4시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2009 추모제'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이같이 촉구했다. 이날 추모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대표 이경희)가 20여개 단체와 함께 마련한 것이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각 단체 대표들이 묵념하고 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각 단체 대표들이 묵념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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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을 비롯한 20여개 단체는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를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을 비롯한 20여개 단체는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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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인데도 제법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2시간 넘게 진행된 추모제를 지켜보았다. 추모제는 3부로 열렸는데, 시극 '열네 살 무자' 공연에 이어 추모식과 씻김굿 공연으로 이어졌다.

'열네 살 무자'는 채희완 부산대 교수(연출)와 강봉천 부산중앙국악관현악단 단장(작곡)이 만들었는데, 소리꾼 홍순연씨가 부산중앙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했다. '죽음보다 더 깊은 나이 열네 살'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간 '무자'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의 삶을 시로 보여 주었다.

추모식에서는 각 단체 대표들이 나와 분향·묵념하면서 시작되었다. 이경희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올해가 해방 64년인데 아직 아픈 과거는 전혀 치유되지 않았다. 이것은 해방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내년이면 국치,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합방 100년'이라고 일왕을 초청하겠다고 한다. 아직 식민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일왕도 아닌 '천황'이라 호칭하면서 말이다"고 덧붙였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이경희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이경희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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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각 단체 대표들이 묵념하고 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각 단체 대표들이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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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정말 해결되어야 한다. 우리가 먹고 산다고 바빠서, 전문 단체나 활동가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할머니들의 명예회복뿐만 아니라 그것은 우리의 인권 존중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천주교, 기독교, 불교 순서로 종교의식이 거행되었다. 박창균 신부는 '위령 성월'을 낭독했고, 공명탁 목사는 위안부 할머니를 '꽃'에 비유하는 기도문을 낭독했으며, 자흥 스님은 할머니들을 '보살'이라 부르며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소리꾼 홍순연씨가 시극 "열네살 무자"를 공연하고 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소리꾼 홍순연씨가 시극 "열네살 무자"를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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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가 이어졌다. 조영건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고문은 "위안부 할머니는 우리의 핏줄이고 가족이며 겨레의 딸이고, 우리의 어머니이자 할머니다"면서 "이 비통하고 억울음 64년이 지났는데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통영거제시민모임은 최근 통영시민 3339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라며 통영시의회에 청원서를 냈다.

송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오늘은 함께 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있어 다행이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1990년대부터 피눈물 나고 고통스런 증언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고, 할머니들은 일본에 사죄를 받아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침묵하고 있다. 침묵하면 우리의 평화는 침탈되고 만다. 해방 64년이 지났고, 그 할머니들이 80, 90살의 노구를 이끌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연 지 890차가 되었데도,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침묵하기 때문이다. 분노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고 덧붙였다.

또 "과거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방 후 제대로 된 청산을 했더라면 수요집회를 이만큼 하지 않았을 것이다"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양심 세력들이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와 국민은 어떻게 하고 있나"고 그는 말했다.

"1995년 정부에서 등록한 위안부 할머니로부터 증언 채록을 위해 나온 적이 있었다. 할머니들은 섬에서 말 못할 수치심과 외로움, 냉대 속에서 사시다가 가슴에 담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그 할머니를 보면서 딸이 되고 싶었다. 그때부터 할머니들과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중간에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송도자 대표는 "엊그제 시민 청원서를 통영시의회에 제출했다. 일본의 지방의회는 이미 11개나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우리의 지방의회는 어떤가. 피해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늦기 전에 결의를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송도자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송도자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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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박창균 신부가 기도를 하고 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박창균 신부가 기도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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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자흥 스님이 불교의식을 올리고 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자흥 스님이 불교의식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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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송철민 국악실내악단 '휴' 단장이 대금으로 영화 <태백산맥> 주제곡인 '돌아눕는 산'을 연주했다. 마지막으로 사천 지역 극단 '장자번덕'이 씸깃굿을 공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결의문을 통해 "일본 연립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법적 배상할 것"과 "일본은 위안부 사실을 교과서에 수록하여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한국 정부는 미온적,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한일외교 정책을 세워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앞장 설 것", "경남도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서를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송철민씨가 대금 연주를 하고 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송철민씨가 대금 연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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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극단 '장자번덕'이 씸깃굿 공연을 하고 있다.
 7일 오후 창원대 사림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제"에서 극단 '장자번덕'이 씸깃굿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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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군 위안부, #추모제, #이경희 대표, #송도자 대표, #결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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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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