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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태평한 청춘, 근거 없이 낙천적인 열여덟 살 요노스케, 그가 도쿄에 온다. 대학에 입학한 그는 이제 막 시골에서 상경했다. 그가 앞으로 살아야 할 방은 작은 원룸이지만 그의 마음은 두근거릴 뿐이다. 그의 첫 도시 생활은 주인 없는 옆집에서 울리는 자명종 소리였지만 그래도 그는 떨린다. 미래 때문이다. 도쿄에서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요시다 슈이치의 <요노스케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하고 있다.

 

대학생이 된 요노스케, 그가 맞이한 미래는 어떤 것일까? <퍼레이드>와 <악인> 등에서 보여졌듯이 작가가 현대인의 차가운 심리를 소설화하는데 탁월한 만큼 그 미래라는 것이 냉소적일 것 같지만 요노스케의 인생은 그런 것이 없다. 그럼 무엇이 있을까? 정말 평범하다는 것, 그것이 있다.

 

요노스케의 이름은 평범치 않다. 에도시대 대표적인 성애소설 속의 화려한 호색한의 이름과 같지만, 소설 속의 그는 빈틈투성이다. 그러면서도 속은 편하다. 시험공부 하다가 졸리면 자고 여자 친구가 연락안하면 그러려니 한다. 뭔가가 잘 안되면 잘 안 되는 대로 놔두고 잘 되면 잘되는 대로 놔두는 성격이라고 할까?

 

한편으로 요노스케는 친구가 뭘 하자고 하면 일단 하고 본다. 그래서 대학생이 된 다음에 그가 들어간 동아리가 삼바 동아리다. 우연히 만난 동기가 가입하는데 얼떨결에 함께 가입한 것이다. 그렇다고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유령회원이다. 그러면서도 선배들이 뭐라고 하면 어설프게 춤을 추다가 창피해하면서도 혼자 좋아하기도 한다.

 

요노스케는 자취하는 곳이 더우면 에어컨 있는 친구 집에서 눈치를 주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빌붙어 지내기도 하고, 친구가 돈 빌려달라고 하면 그냥 돈을 빌려주고 남을 도와준 다음에는 생색내는 일을 못해서 혼자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이런 청춘의 성격을 뭐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정말 평범하다는 것, 그 정도다.

 

주인공이 그래서일까? 소설의 줄거리도 평범하다. <요노스케 이야기>는 그런 청춘이 대학에 들어가고 친구를 만나며 동아리 활동과 아르바이트를 하고 연애를 하기도 한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봐도 그렇다. 극적인 장면도 없다. 짝사랑하던, 미모의 여자와 뭔가 이루어질 뻔하는 장면 정도가 극적이라면 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그것도 미모의 여자가 요노스케를 차버리면서 끝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요노스케 이야기>는 평범한 소설일까? 평범하다.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평범함이 소설을 살린다. 무슨 뜻인가. 요노스케처럼 살아가는 청춘을 우리는 평범하다고 하지만, 우리들 중에서 그렇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요즘 대학생이 된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비교가 된다. 그 중에서 요노스케처럼 사는 사람이 있던가. 없다. 그렇게 무사태평한 청춘은 찾아보기 어렵다.

 

청춘을 지났거나 한창 지내는 중인 사람들은 어떤가. 비슷하지 않을까? 다들 요노스케가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알고 보면 요노스케는 '꿈' 같은 청춘을 보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요노스케 이야기>는 특별해진다. 사람들이 상상하던, 로망처럼 여기기도 했던, 청춘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낭만과 조우하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요노스케 이야기>도 그런 경우다. 소설 속의 누군가는 무사태평한 요노스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요노스케와 만난 인생과 만나지 못한 인생이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아마도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춘 시절에 요노스케와 만나지 못한 사람이 이 세상에 수없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왠지 굉장히 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라고 말한다. <요노스케 이야기>를 만나는 것도 그런 경험과 같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래서 특별한, 꿈 같은 낭만을 엿볼 수 있기에 왠지 굉장히 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요노스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은행나무(2009)


태그:#요시다 슈이치, #청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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