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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의 부활을 알린 <지붕뚫고 하이킥>
 시트콤의 부활을 알린 <지붕뚫고 하이킥>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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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트콤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는가? 요즘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면 시트콤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몸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역시 '김병욱'이라는 찬사를 느낄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실 MBC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이후 몇 개의 시트콤이 방송되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래서 유일하게 펼쳐지고 있는 시트콤이기에 시트콤의 시대가 지났다는 말들이 나왔다. 더욱이 <지붕뚫고 하이킥>은 전작의 아류작처럼 비춰져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끌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은 시트콤의 전성기를 다시금 찾아오게 했고, MBC의 효자 프로그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이 뜰 수밖에 없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시트콤에 대한 편견을 우리는 버려야만 <하이킥>의 진정한 매력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시트콤은 웃겨야 산다'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버렸다. 사실상, 시트콤을 드라마 장르와는 별개로 보는 시선들이 많았다. 또한 시트콤 제작진들도 웃기기 위해 부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김병욱표 시트콤에는 웃음과 눈물, 감동이 함께 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시트콤 장르 아래 멜로와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했는데, 이번 <지붕뚫고 하이킥>에는 신파와 웃음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것은 시트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재미없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고정관념 탈피라는 차원에서 <하이킥>을 본다면 충분히 재미있고 신선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물질만능주의 도시 속에서 상실된 가족애

상실된 가족애로 인해 어린 딸 해리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가족 어느 누구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
 상실된 가족애로 인해 어린 딸 해리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가족 어느 누구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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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보여주었던 가족애가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실종되었다. 순재네는 모든 가족이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영역은 한 가족이지만 서로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여주지 않는, 즉 해체된 가족의 모습을 띠고 있다.

사실 서울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미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두메산골에서 살다 온 세경 자매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새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순재네 가족을 보면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훈훈함은 없다. 특히 해리의 문제만 봐도 해리에게 현경과 보석은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해리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이는 찾아 볼 수가 없다.

특히 현경은 아들 준혁과 딸 해리의 공부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가르치지 못한다. 준혁이 과외선생인 정음에게 반말을 하는 부분도 간과하며 오로지 '성적을 올려 달라'고만 주문하는 엄마이다. 또한 해리가 나쁜 짓을 할 때 가차 없이 매로 응징하지만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현경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순재도, 아빠 보석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순재의 아들 지훈은 여타의 가족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바쁜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에 있을 때조차 가족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책을 읽는 일에 전념한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히 가족이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없는 것은 각자의 개인 생활에 치우쳐 다른 가족의 안위에 큰 관심이 없으며, 지극히 개인주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사회의 단면을 풍자하는 하이킥

극중 자옥네 머물고 있는 하숙생들의 모습 속에서 동시대에 청년 백수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다.
 극중 자옥네 머물고 있는 하숙생들의 모습 속에서 동시대에 청년 백수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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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버무려 내 다채롭게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순재네의 가족이 중요한 인물들이지만 순재와 로맨스를 벌이고 있는 자옥이네 하숙생들 또한 <하이킥>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현대인의 병폐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가령 정음을 본다면 이 두 가지의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음은 서운대 학생으로 현경이 서울대 학생으로 오해하고 자신의 아들 준혁이에게 과외를 맡기고 있다. 하지만 정음은 그같은 사실을 속인 채 수업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자신이 서울대가 아닌 서운대 학생이라는 사실을 들킬까봐 노심초사한다. 그리고 내뱉는다. 학벌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하지만 반대로 정음이 과외를 하게 된 것은 끊임없이 소비하는 과소비 때문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이자 물질만능주의에 상응하는 신용카드를 믿고 무조건 써대는 정음은 결국 빚을 갚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과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반복하는 악순환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이는 해리도 마찬가지다. 갈비 때문에 변비를 앓고 있는 해리는 누구보다 갈비를 먹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해리는 갈비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밤낮으로 갈비를 외쳐댄다. 

여기에 한국말이 서툴러 매번 낙방하는 줄리엔과 광수, 그의 여자친구도 정음과 마찬가지로 백수생활을 하며 그야말로 시대의 희생양으로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보다 황혼 로맨스가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젊은이들이 연애에 더 열정적일 것 같지만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는 그들이 마음 놓고 연애하기란 쉽지 않다.

세월이 변해도 가족은 변하면 안 된다!

그래서 세경 자매는 <하이킥>에서 돋보일 수밖에 없다. 세경 자매는 두메산골에 살다 도시로 오게 되는 설정인데, 이들은 서울이라는 욕망과 물질이 팽배해진 공간 속에서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드라마적인 요소인 신파에 가깝지만 순재네 가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들이 보여주는 가족애는 김병욱이 그토록 이야기하는 가족의 진정성과 닮아 있다.

김병욱은 줄곧 가족애를 그려왔다. 그렇지만 비슷한 여타의 시트콤에서 보여주는 가족과는 다르다. 그가 말하는 가족은 진부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고독, 욕망의 도시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군상을 잘 그려내면서 그것을 해결하는 열쇠는 가족애와 인간성 회복이라고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해리와 신애의 에피소드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진 자, 해리.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해리는 신애와 비교하면 물질적인 풍요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인형과 같은 장난감이 주위에서 넘쳐난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로이드라 불리는 인형이 사라지게 된다. 해리는 이에 고성을 질러대며 울기 시작했고 식구들은 해리의 소음을 막기 위해서 인형을 찾는데 애를 쓴다. 그리고 인형을 가져간 장본인은 바로 신애였다.

깜찍한 반전을 만들어 낸 이 에피소드는 순재네 식구 지훈을 뺀 나머지는 신애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지훈은 신애에게 인형을 사다주면서 "내가 보기엔 해리보다 정말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는데, 뭐가 부럽냐"며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이러한 에피소드에서 결국 해리는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만 가장 소중한 가족의 사랑이 부족하다. 겉으로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갈비뼈로 윷놀이를 언니랑 재미나게 하는 신애보다도 못한 것이다.

김병욱은 <하이킥>에서 역시 가족애를 주장하고 있고,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없는 순재네와 가족애가 절절해진 세경 자매와 묘한 대비를 이뤄내 가족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가족이 있어 든든한 울타리이지만 그것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이는 많지 않다. 더욱이 현대사회에서 가족애가 사라져가는 가족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경자매는 현대인들의 상실된 인간성 회복과도 맞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순재네 가족들과 자옥네 하숙생들이 앓고 있는 질병과도 같은 물질만능으로 인한 고독과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존재, 그것은 바로 세경자매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지붕뚫고 하이킥 , #시트콤 , #이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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