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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첫 방송 이후 4개월 남짓 방송하던 MBC 일밤의 간판코너 <오빠밴드>가 25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되었다. 예능 프로그램이란 건 생겨났다가도 사라지고 포맷이 바뀌어서 나오기도 하고 사라졌다가 시즌 2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번 프로그램만큼 종영이 아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출연자들이 말하듯 단순한 프로그램 폐지 이상의 밴드가 해체되는 느낌을 시청자인 나도 함께 받게 된 탓인지 마음이 먹먹해져 온다.

마지막 방송에서야 그들은 작게나마 꿈을 이루었다. 잃어버린 음악에 대한 열정을 깨워 밴드를 만들고 무대에 서겠다는 그 꿈. 신동엽은 보컬의 꿈을 이루고, 탁재훈은 오랜만에 '드럼탁'이 되어 멋진 연주를 보여주는 등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정말로 제대로 된 오빠밴드의 콘서트를 보여주었다. '아동탁' 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철없고 투덜대는 캐릭터를 보여주었던 탁재훈이 영상편지를 통해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귀찮게 한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며 도와준 정모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할 때에는 그 영상을 보는 정모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 눈물이 났다. 자신이 정모만한 나이 때 제대 후 사회생활을 했던 이야기를 하며 열심히 해서 잘 되라는 격려까지 진솔하게 다가왔다.

오빠밴드, 왜 실패했을까?

<무한도전>,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에서부터 최근의 <남자의 자격>과 <천하무적 야구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성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빠밴드>는 왜 실패하고 말았을까? 음악, 밴드라는 소재는 이렇듯 관객을 비롯하여 시청자와 교감할 수 있고 공감을 통해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일밤은 이전에도 다양한 포맷으로 시도하던 코너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고 또 바뀌어가며 출연진은 물론 PD까지 교체하며 변신을 거듭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빠밴드 역시 마찬가지로 '시청률' 이라는 벽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오빠밴드에게 시청자가 기대한 것은 훌륭한 연주도 완벽한 공연도 아니었다. 다른 스케줄이 있는 멤버들이 오빠밴드에게만 '올인' 할 수 없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사회의 직장인 밴드가 그렇듯 재능도 시간도 조금은 부족하지만 열정만은 넘치는 멤버들이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그 안에서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무대에 올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다면, 그래서 그 환희와 희열을 시청자에게도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완전한 음악인이라고도, 또한 음악인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멤버들은 유쾌한 좌충우돌 성장기를 완성하지 못하고 이렇게 끝을 내고 말았다. 

오빠밴드, 정말로 실패일까?
 
오빠밴드가 그 밴드 안에서의 관계 형성과 그를 통해 캐릭터를 보여주고 인물들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면, 그래서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뿌듯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더 오래 갈 수 있지 않았을까. 당장의 큰 무대에 서는 것보다, 이벤트 형식으로 가볍게 무대에 서는 것보다 정말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오래도록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오빠밴드가 실패한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빠밴드 멤버는 물론 프로그램 형식과 내용 역시 조금만 다듬고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많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조금 더 기다려주지 못한 것이 오빠밴드 멤버들만큼이나 아쉬운 것이다.

오빠밴드는 015B의 '이젠 안녕' 이라는 노래를 끝으로 앵콜도 없이 사라졌다. 그래, 더 이상 앵콜이 없다. 정말로 이젠 안녕이다. 오래볼수록 빠져든다는 오빠밴드는 조금 더 오래 보지 못하고 미처 많은 사람들이 빠져 버리기 전에 과거의 시간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젊은이는 늙기 전에, 늙은이는 죽기 전에! " 라고 외치던 그들의 구호는 오래도록 내 안에 남을 것 같다.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 역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태그:#오빠밴드, #탁재훈, #일밤, #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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