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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총선에서 이른바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 대법원장, 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2일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6억 원의 당채를 발행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문 대표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결국 문 대표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토록 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날부로 의원직을 잃게 됐으며, 이로써 제18대 국회의원 중 모두 16명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문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은 내년 7월 재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제기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절차가 법률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소장 기재 방식에 관해 피고인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법원도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그대로 공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증거조사절차가 마무리돼 법관이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해 이미 진행된 소송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해야 하고, 그밖에 사건에 관해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형사소송규칙 118조.

 

쉽게 말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각종 수사서류가 공소장 기재라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법관에게 제출돼 피고인에 대해 법관이 가질 수 있는 유죄의 예단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검사가 공소장에 문 대표가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인용하거나, 범행에 이르기까지의 동기와 경위 및 범행을 둘러싼 주변의 세세한 사실들을 비교적 길게 기재했고, 문 대표는 1심에서 증거조사를 모두 마친 마지막 변론기일에서야 처음으로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초 공소가 제기됐던 주위적 공소사실은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당대표 등이 금품 등을 수수해 공직을 매수하는 범행에 관한 것으로서, 이러한 범죄는 당 내부적으로 일부 핵심 인사만 알 수 있도록 은밀하고도 계획적으로 행해지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그 범의나 공모관계, 범행 동기나 경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정을 적시할 필요도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1심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판절차가 진행돼 공소사실에 인용된 증거들을 포함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증거조사가 모두 마쳐진 점 등을 종합해, 원심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해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므로 공소기각해야 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정당하고, 여기에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 대법관은 "공소사실의 기재는 어디까지나 검사의 주장에 그쳐야지, 사실에 대한 주장의 정도를 넘어 법관의 판단과 심증형성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개재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데, 이 사건의 경우 공소장일본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또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한 공소제기는 법률 규정에 위배된 것으로 시기 및 위반의 정도와 무관하게 항상 공소기각 판결을 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은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홍훈 대법관은 상고기각이라는 결론에는 다수 의견과 함께 하면서도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부 기재는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지만, 그 위반 정도가 중대하지 않아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별개 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대법원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한 공소제기에 대해 그 절차가 법률 규정에 위반해 무효이므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임을 명확히 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형사소추기관인 검사는 공소제기 시 공소장에 법원에 예단을 줄 수 있는 서류나 물건의 내용을 첨부하거나 기재하는 등으로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법원은 이러한 공소제기가 있는 경우 초기 단계에서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를 심사해 위법한 공소제기에 의한 공판절차가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은 문 대표 사건을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에 배당했으나 검찰이 문 대표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공소사실 외의 범행 배경 등을 기재한 것이 형사소송법상 공소장일본주의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넘겼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문국현, #공소장일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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