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패스를 주고받을 단짝이나 상대 수비수를 끌고 다니는 바람잡이가 없는 상태에서 그의 드리블은 그리 위력적이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의 표정은 정말로 어두워 보였다. 최근 2연패의 수렁에 빠진 마라도나 감독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도 숨길 수 없었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10일 아침 아순시온에 있는 데펜소레스 델 차코에서 벌어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남아메리카 지역 예선 파라과이와의 방문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본선 직행 티켓이 좀 더 멀어졌다. 반면에 골잡이 발데스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낸 파라과이는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브라질에 이어 남아메리카에서는 두 번째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손에 쥐었다.

 

마라도나 감독, "노장들을 믿었지만..."

 

홈팀 파라과이는 지난 달 12일 서울로 날아와 우리 대표팀과 치렀던 평가전(한국 1-0 파라과이 관련기사 바로가기) 멤버 중 전반전에만 여덟 명을 그대로 내보내며 조직력을 중시한 축구를 구사했고 지난 6일 브라질과의 안방 경기에서 완패한 아르헨티나는 그 조급한 마음이 경기에 그대로 나타났다.

 

리베로스, 산타나, 바레토, 엔리께 베라 등이 활약한 파라과이는 미드필드에서의 집중력을 높이며 아르헨티나의 맹공을 잘 막아냈다. 이 때문에 승점 1점이 아쉬운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경기 내내 제대로 된 유효 슛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파라과이 선수들은 '두드리면 열리리라!'라는 축구판의 진리를 확인시키며 완벽한 선취골을 뽑아냈다. 이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수비력은 또 한 번 허술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왼쪽 기둥, 또 한 번은 크로스바를 때린 파라과이 골잡이들은 훌륭한 패스 두 개로 놀라운 결승골을 만들었다.

 

28분, 까바냐스의 찔러주기는 위험 지역 왼쪽으로 빠져나간 골잡이 넬손 아에도 발데스에게 정확하게 이어졌고 발데스의 왼발 슛은 아르헨티나 수비수 사네티와 문지기 로메로가 막으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라도나 감독은 브라질과의 안방 경기에서 완패한 뒤 가운데 수비 조합을 바꿨다. 주로 왼쪽 수비수로 뛰던 에인세를 가운데로 보내 도밍게스와 짝을 이뤘고 왼쪽 측면에는 에밀리아노 파파를 내세웠다. 하지만 새던 바가지가 금방 멀쩡해질 리 없었다.

 

방문 경기였기 때문에 골을 내주는 것은 얼마든지 예상해야 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그 다음이 더 문제였다. 감독의 사위 아게로가 이번에는 시작부터 나왔지만 그를 겨냥한 찔러주기가 정확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고나 마스체라노, 베론 등의 미드필더들이 빈틈 없는 패스를 주고받은 것도 아니다. 이러니 천하의 리오넬 메시가 분전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오른쪽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겨 뛴 베론이 후반전 초반에 쫓겨난 일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현 상태를 잘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이미 18분에 노란딱지를 받은 바 있는 후안 베론은 후반전 8분만에 상대 공격을 고의로 끊는 과정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고 아예 쫓겨나버렸다. 서른 넷 미드필더 베론의 시대가 정말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에 마라도나 감독은 곧바로 사위 아게로를 불러들이며 35세의 노장 골잡이 마르틴 팔레르모를 들여보냈고 81분에는 역시 36세의 낯선 수비수 로란도 스치아비를 들여보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을 베테랑들의 경험으로 넘기기 위한 것처럼 보였지만 파라과이의 든든한 골문은 절대 열리지 않았다. 그나마 종료 직전 팔레르모의 이마가 빛났지만 반대쪽에서 달려들던 동료의 발끝에는 미치지 못했다.

 

더이상 물러설 곳 없다

 

지난 일요일에 아르헨티나를 물리치고 먼저 본선행을 확정지은 브라질의 특급 미드필더 카카가 그랬다고 하지만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도 아르헨티나가 없는 월드컵은 상상하기 힘들다.

 

아르헨티나에게는 이제 딱 두 번의 기회만 남았다.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다음 달 11일에 또 이어지는 나머지 예선 일정 두 경기에서 무조건 승점 6점이 필요하다. 페루와의 안방 경기(10월 11일)가 먼저 벌어지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10월 15일에 이어지는 우루과이 방문 경기다. 네 장까지 얻을 수 있는 본선 직행 티켓이 탐나겠지만 최소한 5위를 차지해야 북중미 카리브해 4위팀과 외나무다리 승부를 겨룰 수 있다.

 

우루과이(승점 21)는 같은 날 에스타디오 센테나리오에서 벌어진 콜롬비아와의 안방 경기에서 3-1로 완승을 거두며 아르헨티나(승점 22)의 턱 밑까지 따라붙었기 때문에 이 마지막 경기가 사실상의 남아메리카 예선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베네수엘라(21점)와 콜롬비아(20점)가 각각 1점 차이로 그 뒤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로서는 한 장면 한 장면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형편이 이 지경이니 대표팀에서 물러난 32살의 미드필더 후안 로만 리켈메(보카 후니오르스)의 이름이 또 들먹거릴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앞서 마라도나 감독의 입과 발걸음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 2010 남아공월드컵 남아메리카 지역 예선 결과, 10일 아순시온

★ 파라과이 1-0 아르헨티나 [득점 : 넬손 아에도 발데스(28분,도움-까바냐스)]

◎ 파라과이 선수들
FW : 넬손 아에도 발데스(80분↔에드가 베니테스), 살바도르 까바냐스
MF : 파울로 다 실바, 크리스티안 리베로스, 호나탄 산타나(67분↔레데스마), 에드가 바레토(82분↔카세레스)
DF : 아우렐리아노 토레스, 훌리오 카세레스, 다리오 베론, 엔리께 베라
GK : 후스토 비야르

◎ 아르헨티나 선수들
FW : 헤수스 다톨로(46분↔에즈키엘 라베치), 세르히오 아게로(59분↔팔레르모)
MF : 리오넬 메시, 페르난도 가고, 마스체라노,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53분-경고 누적 퇴장)
DF : 에밀리아노 파파, 가브리엘 에인세, 도밍게스(81분↔로란도 스치아비), 사네티
GK : 세르히오 로메로

◆ 남아메리카 예선 순위
(4위까지 본선 진출, 5위는 북중미 카리브해 지역 4위팀과 플레이오프) 

브라질 33점 16경기 9승 6무 1패 32득점 9실점 → 본선 진출 확정! 
파라과이 30점 16경기 9승 3무 4패 22득점 13실점 → 본선 진출 확정!
칠레 27점 16경기 8승 3무 5패 27득점 20실점 
에콰도르 23점 16경기 6승 5무 5패 21득점 23실점 
-----------------------------------------------
아르헨티나 22점 16경기 6승 4무 6패 20득점 19실점 
우루과이 21점 16경기 5승 6무 5패 26득점 18실점 
베네수엘라 21점 16경기 6승 3무 7패 22득점 27실점 
콜롬비아 20점 16경기 5승 5무 6패 10득점 14실점 
볼리비아 12점 16경기 3승 3무 10패 20득점 34실점 
페루 10점 16경기 2승 4무 10패 9득점 32실점

2009.09.10 14:45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0 남아공월드컵 남아메리카 지역 예선 결과, 10일 아순시온

★ 파라과이 1-0 아르헨티나 [득점 : 넬손 아에도 발데스(28분,도움-까바냐스)]

◎ 파라과이 선수들
FW : 넬손 아에도 발데스(80분↔에드가 베니테스), 살바도르 까바냐스
MF : 파울로 다 실바, 크리스티안 리베로스, 호나탄 산타나(67분↔레데스마), 에드가 바레토(82분↔카세레스)
DF : 아우렐리아노 토레스, 훌리오 카세레스, 다리오 베론, 엔리께 베라
GK : 후스토 비야르

◎ 아르헨티나 선수들
FW : 헤수스 다톨로(46분↔에즈키엘 라베치), 세르히오 아게로(59분↔팔레르모)
MF : 리오넬 메시, 페르난도 가고, 마스체라노,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53분-경고 누적 퇴장)
DF : 에밀리아노 파파, 가브리엘 에인세, 도밍게스(81분↔로란도 스치아비), 사네티
GK : 세르히오 로메로

◆ 남아메리카 예선 순위
(4위까지 본선 진출, 5위는 북중미 카리브해 지역 4위팀과 플레이오프) 

브라질 33점 16경기 9승 6무 1패 32득점 9실점 → 본선 진출 확정! 
파라과이 30점 16경기 9승 3무 4패 22득점 13실점 → 본선 진출 확정!
칠레 27점 16경기 8승 3무 5패 27득점 20실점 
에콰도르 23점 16경기 6승 5무 5패 21득점 23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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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22점 16경기 6승 4무 6패 20득점 19실점 
우루과이 21점 16경기 5승 6무 5패 26득점 18실점 
베네수엘라 21점 16경기 6승 3무 7패 22득점 27실점 
콜롬비아 20점 16경기 5승 5무 6패 10득점 14실점 
볼리비아 12점 16경기 3승 3무 10패 20득점 34실점 
페루 10점 16경기 2승 4무 10패 9득점 32실점
마라도나 아게로 발데스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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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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