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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가을 하늘 아래 듬직한 삼각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성산대교를 이용해 한강을 건넌 뒤, 한강공원으로 내려와 마포구 망원동으로 빠져 강변북로 옆 주택가를 따라 합정동사무소로 나아가면 하얀 돌담이 나옵니다.

 

이 돌담 안에는 1925년 큰 홍수로 자취를 감추었다가 1989년 10월 복원해 1990년 6월 서울시기념물 제9호로 지정된 문화재가 있습니다. 마포구 망원동의 동명이 유래되기도 한 망원정은 양화나루 서쪽에 자리한 옛 정자로,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이 세종6년(1424)에 지은 별장입니다.

 

 

 

별장은 지은 이듬해 가뭄이 계속되자 세종이 농사형편을 살피려 효령대군이 기거하던 마포에 거동했다가 이 정자에 올랐는데, 그 때 마침 단비가 내려 들판을 흡족히 적시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정자 이름을 '희우정(喜雨亭)'이라 명하며 글씨를 내린 곳입니다.

 

세종은 그후 자주 희우정에 나와 농사일을 살피고 한강을 지키는 수군들의 군사훈련을 참관했다 합니다. 이후 1484년에는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소유로 바뀌게 되자, 월산대군은 정자를 보수해 '먼 경치도 잘 볼 수 있다'는 뜻으로 이름을 '망원정(望遠亭)'이라 고쳐 지었습니다.

 

 

 

 


세종이 농사일과 수군을 살피던 희우정, 이젠 나그네가 쉬어가네

 

성종은 세종때의 예에 따라 매년 봄, 가을 이곳에 거동해 농사의 정도를 살피고 문인명사들과 시주를 즐겼으며 형인 월산대군이 죽은 후에는 정자를 다시 찾지 않았다 합니다. 이어 연산군이 왕위에 오른 해인 1506년 연산군은 창외문 밖 탕춘대에 호화찬란한 탕춘경을 짓게 하고 한강변에 있는 망원정을 크게 확장할 것을 명하여 이름도 '수려정(秀麗亭)'이라 고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해 9월 중종반정으로 모든 공사가 중단되고 철거됨에 따라 망원정은 본래의 경치 좋은 모습으로 남게 되었고, 명사들이 시를 읊는 명소로 바뀌었습니다. 또 이곳은 명나라 사신을 접대하던 장소로 사용됐으며 잠두봉(현 절두산)과 가까워 오가는 이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다 합니다.

 

현재는 강변북로와 병풍처럼 줄지어 늘어선 아파트들 때문에 수려했던 옛경치를 볼 수 없지만, 한강이 굽어보이고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 오가는 나그네들을 쉬어가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망원정, #희우정, #한강, #정자,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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