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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에 같이 일한 사무국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창립 10주년 사진 자료집을 만들고 있으니 가제본집을 한번 봐주고 내가 가지고 있는 10년 전후한 사진들을 좀 전해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래서 사진찍기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사진정리는 전혀 안하고 그냥 묻어두기만 하고 살아서 10년 전의 사진이라야 몇 장 밖에 건지지 못했다.

그 중의 두 장이 사진이 그날의 감동을 생생히 전해준다. 서울 안티미스코리아에서의 사진이다. 10년 전에 여성장애인들이 모였지만 아무런 지원금도 전혀 없었고 사단법인 등록도 하기 전이라 우리들이 우리들에게 비문해, 산수, 국어, 자립 등의 돈 안드는 교육을 하는 것 이외에 당장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우연히 안티미스코리아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시와 노래와 수화퍼포민스로 참가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낭랑한 성우빰치는 발음을 하는 사람이 시를 하고 수화는 잘 빠진 여대생과 선교회자원봉사아가씨들을 세우는 등 나름대로 잘하는 사람들로 팀을 꾸리려고 했다.

그러나 한 번 더 되짚는 과정에서 이미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은 점수를 딸 수있을 지언정, 우리 스스로에게 무엇을 창출하는 의미가 있는지 자문해보니 긍정적인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머리를 맞대고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시는 듣지도 못하고 발음도 외국아줌마같은 사람이 낭송하고, 노래는 손을 잡아주어야만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시각아줌마와 맹학교 출신 안마아가씨를 찾았다.

수화퍼포먼스는 왼팔을 앞으로 돌리자고 마음먹고 움직이면 엉뚱하게 팔이 위로 올라가고야마는 신체통제가 안되는 뇌병변, 그리고 수화를 전혀 모르고 살아온 왜소증아가씨와 오토바이 사고로 한팔만 남은 여대생과 그냥 평범한 비장애총각과 긴머리 아가씨 등 다양한 장애와 비장애인들을 섞어서 팀을 구성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엉망진창이었다. 어딘가로 세상에 나가는 팀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중간에 창피하다고 그만두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보이기위해 세상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에게 힘을 주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것'에 의미가 있어 포기를 하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밤낮으로 연습 그리고 또 연습 하는 것 이상의 해답이 없었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구할 수 없어 임신 8개월의 사무국장이 양 손에 시각장애여성들의 손을 하나씩 잡고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서 마치 유치원아이가 동화를 읽듯이 한 음절 또박또박 시낭송을 하면서 시작했다.

'함께 가요!'라는 간절한 시 낭송을 시작으로 정릉의 큰 공연장무대에 올랐을 때 경험없어 중간에 구토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과는 1500명의 관객이 감동으로 가슴과 눈을 적시고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대상을 수상하자 아셈세계비영리심포지움에도 초대를 받고 참 많이도 초대공연을 다녔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장의 감회깊은 사진은  대상수상으로 받은 유럽항공권 2장을 제주도 항공권 20장으로 바꾸어 한번도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사람들이 비행기를 탄 사진이다. 그 일이 지역의 언론에 알려지면서 물심양면으로 후원과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 후  사단법인 등록을 하고 공적인 여러 일들을 본격적으로 활기차게 하였다.

사진을 내일 10주년 사진집을 만드는 사무국장에게 갖다주기 위해 챙겼다. 그 때 우리를 움직이고 사람들의 가슴을 적신 것은 무엇이었을까?  잘 하지 못하는 것들에 도전했던 우리들의 최선의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세상사람들에게 우리들은 당신과 소통하고 싶다는 간절함이었을까?

10년을 하나의 책으로 제본하는 사진집이 어떻게 완성될지 궁금하다. 이미 그 사진집의 앞부분은 내 마음속에 출간되어 있지만, 뒷부분의 사진들은 내가 잘 알지 못한다. 내가 함께 한 일들에 대한 추억은 생생하지만, 내가 함께 하지 못한 일들은 감감하다.

하지만 생생한 일들과 감감한 일들이 동전의 앞과 뒷면처럼 사이좋게 하나의 책으로 묶여서 역사의 자료가 된다는 사실이 중요할 것이다. 마치 안티미스코리아에 공연한 '함께 가요'처럼말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지난간 시대와 현재의 시대가 바톤터치하는 계주처럼 그렇게 사이좋은 릴레이 경주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태그:#안티미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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