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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낯선것과 만나기

 

  여행! 글쎄, 일상이 아닌 것과의 만남? 아니면 낯선 것 껴안기?

 

  윈난 공정 여행! 우리 큰 딸의 입학축하 선물로 이 여행을 택했다. 무엇보다도 '공정 여행'이라는 취지가 좋았고, 혹시 [오래된 미래]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은 중국의 오지랄 수 있는 윈난으로 간다기에 좋았다.

 

사실, 여행에 무슨 큰 의미를 둘 수 있겠는가?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길을 거기 가야 찾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항상 보아왔던 거울이 아닌 내가 다르게 보여지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잠시 돌아보는 정도의 의미는 찾을 수 있겠지.

 

  그렇게 떠났다. 가볍게.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난 사람을 느끼고, '내가 사람이란 사실에 감사'하게 됨을 찾은 것 같다.

 

  리잔에서 루구후로 가는 길에 보이는 그 수많은 다락밭들!! 진사강 협곡을 에워싼 해발 3800m 그 높은 산들에는 모두 계단밭이 있었다. 어찌 저기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곳에 집들도 몇 채 있었다. 저 산에서 삶을 꾸린 사람들! 왜 굳이 이 높고도 가파른 산 위에 밭을 만들었을까? 마치 세상과 아무 소통이 없을 듯한 곳에 집을 짓고 밭을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들. 어떻게 저기에 밭과 집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위대한 이름 그대는 바이족, 이족! 그들이 나와 같은 사람이란 사실에, 아니 내가 그들과 같은 사람이란 사실에 감사 또 감사했다.

 

  난 10시간 넘게 달리는 차 안에서 내내 그 생각만 했다. 가파른 저 산들과 결코 만지는 걸 허락하지 않을 듯 흐르는 저 진사강 협곡을 보며 여기에 사는 이 사람들은 투정하거나 원망하지 않았구나. 비교하지 않았구나. 이 곳을 그저 바라보고 받아들였구나. 그래서 비가 오면 쓸려갈 듯 한 저 산등성이에 밭을 일구고 염소를 치면서도 행복하구나. 어딘가 있을 너른 들을 비교하며 슬퍼하지 않았겠구나. 비교와 경쟁과 불만의 연기만 가득한 문명이란 이름의 대한민국의 도시가 절로 떠올려졌다.

기도 드리는 모서인 할머니

 

  굽이굽이 자다가 졸다가 잠도 지칠 될 즈음에 도착한 루구후! 아침에 루구후 모서인 할머니가 신께 드리는 기도를 보며 난 그만 통곡이 나오려는 걸 꾸역꾸역 참아야 했다. 아침마다 할머니는 두 손을 합장하고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모닥불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바라보며 고개 숙이고 맨 땅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모습을 보며 셔터를 누르는 내가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가족과 마을의 평화와 안전을 빌며 불 피우고, 절하고, 합장할 때, 그래서 그 마음이 여기 루구후를 온통 적실 때, 우린 아니 난 언제 우리 강산에 엎드려 절해봤던가?

 

  저녁에 열린 마을의 등불 야회에서 모서인들과 어울려 신나게 춤을 추고, 돌아와서 숙소 앞에서 수리마주를 마시며 같이 노래를 불렀다. 쑥스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노래하고, 신나게 노는 그들. 낮에 우리가 점심을 먹을 때도 식당에 들어와서 노래를 해주었는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시원시원하게 노래 불렀다. 절로 우러나와 부르는 노래는 무진장한 기쁨을 주었다.

 

자신감, 씩씩함, 솔직함, 같이 어울림. 이 모든 것이 루구후 거무 여신이 준 선물인가? 모서인의 모습을 보며, 이오덕 선생님이 떠올려졌다. 열등감을 조장하는 교육과 그것으로 황폐화된 어린이 글쓰기를 통탄해하셨던. 자신을 존중하는 것에서 자기가 사는 지역의 문화가 살고, 역사가 살고, 그래서 신화가 살아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저기 저 모서인들은 저렇게 자신감있게 노래를 부르는데...

 

  비오는 아침, 루구후 산책. 그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 말이 통하진 않았지만 웃음은 통했고. 돌아선 그 길에 갑자기 다가온 하얗게 눈 덮인 봉우리. 용닝장터와 티벳 불교 사찰 자메이사. 이 절에 6대 법회에는 1000명이 넘게 모인다니, 얼마나 먼 길을 모서인과 푸미족과 장족이 걸어오는 걸까? 이 오지에 이렇게 큰 절이 있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리장은 목부성과 쑤허산성, 차마고도 박물관 못지 않게 집들 사이로 깨끗하게 흐르는 물이 가슴에 남는 곳이었다. 쿤밍의 유채꽃과 찬돌콩밭 풍경, 대리 창산을 말을 타고 오르던 일은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루구후 거무 여신을 만나러

 

  공정여행이 아니었으면 와 보지 못할 곳, 만나 보지 못할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통했다. 패키지 여행을 다녀올 때 느낌은 건물, 박물관, 쇼핑, 그리고 편안함이란 단어로 표현된다면, 이번 공정여행은 소수 민족이 운영하는 객잔(민박), 그들 음식, 노래와 춤, 불편함과 미안함과 감사함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한마디로 사람이 보이는 여행이였달까?

 

  또 하나를 들자면, 공정여행이 그들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의 삶에 우리 여행이 폐가 아니라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고 있기에, 같이 간 일행이 곧 식구가 된다는 사실이다. 여행을 시작하는 마음이 통하여서 그런가, 자신을 일행과 섞고 비비는 게 작은 기쁨이 되었다.

 

특히 내 딸들은 착한 언니 오빠 만나서, 세대를 넘나드는 사교(?)도 하고, 청소년들은 노총각을 교주로 한손클럽(무슨 뜻인지 상상해보시라)을 만들어 신나는 일탈도 했다.

 

  일상을 벗어나 몸과 마음이 자유로와지는 것, 속박이었던 것을 구겨 뭉개서 씹어먹고 던져버릴 수 있는 것, 새롭고 다른 것을 만나 오감을 재구성해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이 교감하면서 누리는 여행의 행복이 아닐까. 이 맛을 보려면 하루라도 젊었을 때 여행을, 아니 편안함과 소비 일색인 여행이 아니라, 발로 걷고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공정 여행을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꽉 짜여져서 빈 틈이 없는 시간을 보내는 대한민국!  민국이가 루구후의 거무여신을 만나고 오면 여기가 살 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2009년 여름 함께 떠나는 공정여행'

하나, 차마고도를 따라서1-윈난 소수민족 문화체험: 2009년 7월18일(토)-7월 26일(일) 8박9일 168만원

      주요일정: 세계문화유산 리장 고성탐방, 대리 창산 말과 도보 트레킹, 소수민족장터 탐방, 고원 청정호수 루구후 마을 주민들과 다양한 프로그램

둘, 내몽고 초원 게르에서 잠들다: 2009년 8월 8일(토)-8월 12일(수), 4박5일  96만원

      주요일정: 몽고 이동식 전통가옥 게르(천막텐트)에서 숙박, 말타기, 활쏘기 체험, 초원 트레킹, 세계문화유산 윈깡 석굴, 절벽에 매달린 1500년된 사찰 현공사 탐방 등

셋, 차마고도를 따라서2-윈난에서 티벳 소금마을까지-차마고도를 따라서: 2009년 8월15일 (토)-8월23일(일) 8박 9일  177만원

    주요일정: 마음속의 이상향 샹그릴라 고성탐방, 장족 민속춤 배우기, 티벳 만년설산 매리설산 트레킹, 티벳 소금마을 탐방 및 염전작업하기, 소금마을 주민들과 저녁모임 등

 

자세한 프로그램 및 공정여행 권장사항: www.khis.or.kr  선착순마감

 

문의: 최정규 019-432-3604 김경 010-3230-1633  02)736-5808,9  khis21@empal.com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태그:#국제민주연대, #차마고도, #착한여행, #공정여행, #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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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는 2000년 창립이래로 인권과 평화에 기반을 둔 국제연대 사업을 통해 해외한국기업감시 및 민주주의와 인권연대활동,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감시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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