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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조용하던 조계사가 북적거렸습니다. 쌍코, 장발, 그리고 대장 부엉이 카페가 주동이 되어 바자회가 열렸거든요. 바자회의 타이틀은 "훈내나는 바자회"

 

 

바자회의 목적은 고인의 49재에 맞춰 신문전면광고를 낼 돈을 모으기 위해서였습니다. 대성황이었습니다.

 

 

대장부엉이 카페가 이해찬 전 총리의 팬 카페인지라, 상중임에도 이해찬 총리도 들렸고, 경매에 직접 물건을 내놓고 가셨습니다.

 

 

이외에도 봉하마을 이장님이 고인으로부터 직접 받은 볼펜과 친필 사인이 있는 책을 기증하고 가셨는데, 순식간에 경매 호가가 제한을 뒀던 30만원을 초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생방송을 해서 그런지, 바자회가 진행되던 중에도 계속 물건이 들어오는 바람에 바자회가 끝난 다음에 남은 걸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기 위해 차로 세 번 움직여야 했습니다.

 

이 날 하루 동안 모인 돈만 2000만원이 넘었답니다. 광고집행 하고 남는 돈은 49재까지의 비용으로 쓰시라고 봉하마을에 보낼 예정입니다.

 

 

이 날, 신림동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는데도 조계사는 선선하기만 했습니다. 행사가 잘 진행되도록 하늘도 도우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종로구청은 그게 못 마땅했나 보더군요. 바자회가 벌어졌던 곳은 조계사 앞 우정총국 공원이었습니다. 우정총국 공원을 ㄷ자 형태 판이 벌어졌는데, 중간에 분수가 있거든요. 한참 성황리에 진행되던 중에 종로구청 시설과 공무원이라고 본인을 밝힌 분이 찾아와 뜬금없이 '분수를 틀어야 하니 자리를 옮겨달라'라고 했던 겁니다.

 

경매를 진행하기 위해 화장실에 전기를 연결하려고 하니, 구청 재산을 왜 함부로 쓰냐면서 눈도 부라리더군요.

 

 

사람들이 밟힐 정도로 많아서 공간 한 뼘이 아쉬운 상황에, 그것도 행사장 한복판에 분수를 틀면, 행사가 잘 진행되겠습니까? 그런데, 더 황당한 이야기를 꺼내시더군요.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결국 6시까지만 진행하는 걸로 합의를 보긴 했습니다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황당하더군요. 거기다 주변을 잠깐 돌아보니, 정보과 형사님들 참 많이도 오셨더군요. 바자회에서 물품 도난 사건이 벌어질까 걱정해서 오셨던 걸로 믿어드리겠습니다. 기왕이면 경매에 참여해서 좋은 물건들 좀 챙겨 가시지 가만히 지켜만 보시더군요. 저는 4만원에 7년근 장뇌삼 두 뿌릴 샀습니다.

 

그런데, 내일인 7일, 7시부터 조계사에선 '일곱 걸음, 새 세상'이라는 제목의 추모 문화제가 열립니다. 이건 또 어떻게 반응하실지 아주 많이 궁금합니다. 혹시 고성방가?


태그:#조계사, #바자회, #쌍코, #종로구청,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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