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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엄습하고 있다. '제3차 북핵 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제3차 서해교전'과 '3일 전쟁' 가능성까지 공공연히 언급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남북한의 50년 갈등과 증오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딘 6.15로 돌아가자는 기치를 내건 긴급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말>

9년 전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반을 닦았던 주역들이 다시 만났다.

 

11일 오후 6시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 행사위원회'(위원장 한명숙)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대북특사' 임무를 수행했던 박지원 의원과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6·15 특별수행원이었던 문정인 교수(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등 '옛 동지들'이 빠짐없이 모였다.

 

'6·15로 돌아가자'는 주제로 열린 이날 특별강연회에는 무려 11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주최 측이 준비한 자리가 모자라 3층에 따로 자리를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장할 때는 참석자들 모두가 기립박수로 맞이하기도 했다. 평화적 남북 관계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12일 오전(현지시각)에는 유엔안보리가 북한의 반발에도 강도 높은 대북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전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 특강이 성황을 이룬 배경에는 한반도 위기라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

 

이런 탓에 특별강연자로 나선 박지원·임동원·문정인 '6·15 주역 3인'은 이명박 정부와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적대적 대북정책 전환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문 교수는 지난 2000년 11월 북-미 국교 정상화까지 이룰 뻔했던 '클린턴-김대중' 협력 모델을 현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네 번째 특별강연자로 직접 나서 현재의 남북위기를 진단하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 관련기사 <DJ "이대로 가면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도 불행해질 것"> 바로가기)

 

특별강연회 참석자들은 마지막 순서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남-북, 북-미 관계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 등 6자 회담 당사국의 평화적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북특사' 박지원 "이명박 특사 파견한다면 돕겠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 문광부장관으로 대북특사를 맡았던 박지원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비화의 일부를 처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2000년 2월 초 정몽헌 회장과 일본기업인 요시다를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고, 같은 해 3월 8일 싱가포르에서 북측 특사인 송호경 아태부위원장 등 네 사람과 만나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그동안 싱가폴 회담 자체를 부인해 왔다.

 

두 차례에 걸쳐 5시간 이상 협상을 통해 송호경 대남특사를 설득한 박 의원은 "이번(싱가폴) 회담은 발표하지 말고, 다음에 만나는 회담(상해)을 1차 회담으로 하자"는 북측 답변을 듣고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 뒤 상해(1차), 베이징(2, 3차) 회담을 거쳐 박 의원과 송호경 특사가 6·15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4·8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분단 50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결실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맡긴 배경에 대해 "통일부장관은 노출 가능성이 있고 북측에서 측근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이 나를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가장 난관은 (북측이 요구한) 경제지원 문제였다"면서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어떤 제안도 받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이 대통령이 직접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인정하고 지키겠다'는 선언을 하고 특사파견 등을 제안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대북특사로 이 대통령의 음성을 전달할 수 있는 측근이 선정된다면 경험을 가진 나 같은 사람들이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통일부장관 임동원 "경제공동체 형성, 남북연합 구성해야"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 국정원장으로 4·8합의 이후 공식적인 대북특사 역할을 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6·15 선언의 의미를 ▲민족의 평화와 통일의 길 마련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등 남북교류 실현 ▲상호신뢰 회복 ▲민족문제 주체적 해결 자신감 회복 등 4가지로 꼽았다.

 

임 전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6·15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밝히라'는 북측의 요구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임 전 장관은 "이제 우리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받들어 분단을 고착시키는 소극적 평화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적극적 평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군비통제를 실현하는 한편 남북연합을 구성해 사실상의 통일 상태를 구현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임 전 장관은 "금강산관광 재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개성공단 활성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도 "대남비방과 군사적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와 공존공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 전 장관은 또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미-북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관계정상화가 이뤄져야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년의 역사가 보여주었듯이 압박과 제재만으로는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우리 정부는 오바마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처럼,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인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15 특별수행원 문정인 교수 "오바마, 클린턴-김대중 모델 따라야"

 

6·15 공동선언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한 문정인 교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변화를 현재의 북핵 위기 해법으로 제시했다. 지난 2000년 북-미 국교정상화 직전까지 갔던 '클린턴-김대중' 협력 체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문 교수는 "만일 2000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되고 앨 고어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돼 클린턴의 대북정책을 계속 이어 나갔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되었을 것"이라며 "북미수교는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의 신기원이 마련되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문 교수는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은 최고위급 인사의 대북특사를 파견해 검증 가능한 핵 폐기의 구체적인 방안 제시, 북미간 적대관계 해소, 북미국교 정상화를 위한 기본조약을 체결 의지 등 메시지를 전달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야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했다.

 

문 교수는 또 "미국이 대화 창구를 열어 놓고 있지만 이미 고립, 봉쇄라는 강경책을 통해 북한의 정책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압력에 북한이 굴복하고 6자 또는 양자 협상의 틀로 나온다면 전화위복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반도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미국이 '군사행동'마저 결심한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무력충돌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문 교수는 "아무리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을 대한다 하더라도 고립, 봉쇄를 통한 적대적 무관심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군사행동은 더더구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나치게 북한을 몰아세워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경우, 2002~2003년과 같은 대규모 반미 정서의 확산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를 향해 "패러다임을 전환해 역지사지의 자세로 협상을 통한 해결책 마련에 적극적 나서야 한다"며 "한반도가 오바마 외교 실패의 첫 번째 사례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태그:#6·15, #김대중, #북핵 위기, #6.15 남북공동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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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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