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끝났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습니다. 장례 기간 중 각 분향소를 노랗게 물들인 수많은 리본들과 작은 카드들 그리고 방명록에는 어떤 마음들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여 틈나는 대로 내용을 읽어 보았습니다.

 

편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갑작스런 그의 부재를 믿기지 않아 하는 초등학생의 편지부터 고인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 그리고 정권과 검찰에 대한 분노와 불신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이 글은 수많은 사연을 다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확인한 방명록이나 편지 사연들은 수백만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여기 소개하는 내용은 그중에도 일부이지만 이렇게라도 정리해 두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사진과 글로 정리했습니다. 참고로 이 기사에 실린 사진이나 사연은 대전 시민광장 분향소와 시청 분향소 그리고 서울 강남역 시민분향소와 서울역 분향소 그리고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 적혀 있던 사연들입니다.

 

땅을 치며 후회한다는 시민

 

 

 

서울역 광장의 한 시민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한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한다며 "앞으로는 자손대대로 한나라당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그런가 하면 멋진 그림과 함께 고인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현 정권의 폭거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몫까지 싸워나가겠다"는 다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른 한 시민은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당신이 떠난 자리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걱정이 된다"며 탄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수구 언론을 규탄하는 격문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직접 피켓을 들고 나온 이 시민은 "이들 신문들이 무가지를 포함 3만6천 원 이상되는 불법 경품을 제공하면 공정거래위원회나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에 신고해 달라"며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고 "착한 사람이 피해보는 나라 우리가 반드시 바꿀게요" 같은 다짐도 눈에 띄었습니다.

 

"믿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글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재임 중 제대로 지지해주지 못했거나 검찰 수사 중 믿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들 이었습니다. "내 마음 속의 단 하나 뿐인 대통령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학생이 있었는가 하면 "내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라는 참회의 글도 있었습니다.

 

가장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한 편지는 "한 번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덕성을 의심해 본 적이 없지만 베스트프랜(가장 친한 친구)은 그 점을 실망했다 하여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노무현님은 그래서 죽음을 선택했을 것입니다"고 적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저를 책망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고인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편지도 많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와 이름까지 남기면서 특유의 순수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고3인 한 학생은 "근현대사 수업시간을 통해 대통령님을 알게 되었다"면서 고인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전했고, 한 학생은 "부디 하늘나라에서도 우리나라를 잘 보듬어 주세요"라며 고인에 대한 사랑을 표했습니다.

 

"당신을 거울 삼아 열심히 살게요"

 

 

그런가 하면 "바보 노무현, 바보처럼 죽다니... 그러나 정신은 등불로 살아 영원히 남으리!",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살아남은 자의 몫입니다", "그 옛날 우리의 인연이 의미 없음이 아니었음을... 꿋꿋하게 살게요" "당신을 거울삼아 열심히 살게요" 같이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이 하지 말자는 다짐들을 담고 고인의 뜻을 따라 살겠다는 글들도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봉하마을을 방문하여 대통령 할아버지와 고기를 구워 먹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너무 슬퍼 울었다"는 초등학생의 편지, "하늘도 슬프고, 땅도 슬프고, 나도 슬프다"는 탄식, 고인의 사망을 애도하고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는 필리핀, 파키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외국인들이 쓴 애도 편지는 그분들의 모국어로 적혀 있어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지만 마지막에는 한글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사연을 전해드리고 싶지만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확인한 것이 많은 사연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누군가 기회가 된다면 이렇게 전국에서 봉하마을로 전달될 수백 만 개의 사연들을 간추려 전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사진은 수백 컷을 찍었지만 모두 올릴 수 없어 의미 있는 부분 일부를 발췌하여 포토샵으로 합성하였습니다. 원본을 모두 올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와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전대통령서거, #봉하마을, #추모사연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