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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밤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시민추모제'에서 민족극단 우금치가 '열음굿'을 하고 있다.
 27일 밤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시민추모제'에서 민족극단 우금치가 '열음굿'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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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밤 대전 중구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시민추모제'. 이날 추모제에는 5000여 시민들이 참여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27일 밤 대전 중구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시민추모제'. 이날 추모제에는 5000여 시민들이 참여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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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대전 추모제'는 눈물과 분노가 범벅된 가운데 두 시간 진행됐다.

27일 오후 7시 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대전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제에는 6000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메웠다.

이날 추모제는 꽃상여를 무대 위에 올려놓는 열음굿으로 시작됐다. 꽃상여에는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실렸다.

"지켜주지 못한 것 미안하고/ 믿어주지 못한 것 괴롭고/ 그런데도 껄껄 웃으며 떠나니..."

상두꾼의 상여소리(輓歌)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상두꾼의 한 마디 한마디가 눈물방울로 또로록 흘려 내렸다.

뒤를 이은 대금소리는 혼을 깨우는 듯 구슬펐다. 사회자는 꽃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대금소리로 재현한 듯하다고 평했다. 때문인지 백좌 안성군씨의 대금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은 대열 맨 뒤 쪽으로 자꾸 늘어만 간다.

"우리 모두 노무현 입니다"

27일 밤 대전 중구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시민추모제'에서 대금연주가 백파 안성군 씨가 '낙화'를 공연하고 있다.
 27일 밤 대전 중구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시민추모제'에서 대금연주가 백파 안성군 씨가 '낙화'를 공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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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학 시인이 추모시를 통해 묻는다.
"진정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는 스스로 이렇게 답한다.
"우리 모두 노무현입니다. 편안히 눈 감으소서"

붓춤을 추듯 글씨를 휘갈린 서예가 바우솔 김진호씨와 귀원 송인도씨는 대형 천에 이렇게 새겼다.

"사랑 눈물... 부활하라! 가슴 속에"

눈물과 분노는 한 길을 오가는가 보다. 서울광장이 꽉 막히고 추모제를 위해 준비한 방송차량이 포위됐다는 서울 소식에 곳곳에서 이우성이 터져 나왔다. 항변의 목소리가 광장에 메아리쳤다.

"추모의 념(念)조차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게 정부입니까. 대체 무엇이 두렵단 말입니까"

뒤를 이은 추도사의 톤이 높아졌다.

최교진 추모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님이 스스로 역사에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믿을 수 없었다"며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이 땅의 권력과 검찰과 언론을 향한 분노가 치솟아 올라 욕을 퍼부어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것은 내 잘못을 덮어 보려는 비겁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우리들 자신이었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우리들 자신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시민추모제' 참석한 여고생들이 추모시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시민추모제' 참석한 여고생들이 추모시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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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높이 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있는 대전시민들.
 촛불을 높이 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있는 대전시민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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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우리는 당신을 보내드리지 않겠다"며 "통일된 나라,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는 나라를 완성하는 날 비로소 당신을 보내드리겠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우리들 하나하나는 당신의 뜻을 마음에 나누어 간직하고, 우리 모두 노무현이 돼 당신이 시작한 역사와 한 판 싸움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추도사에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심전심으로 터져 나온 박수였다.

사회자가 추도사의 한 구절을 되뇌였다.

"이제는 편안히 쉬시라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의 뜻을 이어 우리가 벌이는 싸움터에 함께 해주시고 지켜보시고 격려해 주십시오"

이날 추모제는 28일 저녁 천주교, 불교, 원불교, 기독교 등 종교인들의 합동기도회를 예고하며 밤 9시 40분 경 종료됐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시민추모제'에서 한밭춤연구소장 김학덕 씨가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굿 '가시리' 공연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대전시민추모제'에서 한밭춤연구소장 김학덕 씨가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굿 '가시리' 공연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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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무현, #노무현전대통령서거, #노무현추모제, #노무현대통령서거, #서대전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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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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