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골잡이 우성용(맨 왼쪽 검은 반바지 18번)이 이마로 개인통산 116호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인천 골잡이 우성용(맨 왼쪽 검은 반바지 18번)이 이마로 개인통산 116호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 심재철

 

모처럼 동행자가 없는 축구장 나들이었다. 어린이날이 남의 집 일이 된 지 벌써 2년째라 홀가분했다고 할까? 거의 빠지지 않고 나란히 앉아 서로 묻고 답하며 축구 보는 눈을 넓히던 친구들이 오늘은 어린이날의 아빠가 되어 함께 오지 못해 옆구리가 허전하기는 했다. 혼자 먹는 컵라면은 역시 맛이 없었다.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5일 낮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피스컵 코리아 2009(리그 컵 대회) A조 강원 FC와의 맞대결에서 3-2 펠레스코어 역전승의 짜릿함을 2만 6천여 안방 팬들에게 선물했다.

 

① 한국 프로축구 최다 116골, 기록의 사나이 '우성용'

 

지난 해까지 울산에서 활약하면서 한국 축구 골잡이의 살아있는 전설로 인정받은 키다리 골잡이 우성용의 인천 데뷔골이 드디어 터졌다. 33분, 팀이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얻어낸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값진 골이었다.

 

박재현이 얻어낸 왼쪽 끝줄 바로 앞 프리킥 기회에서 드라간이 올려준 것을 안재준이 떨어뜨려주자 뒤에서 어슬렁거리던 우성용이 큰 키를 이용해 이마를 내민 것. 프로축구 개인 통산 116번째 골이었다. 그가 터뜨리는 한 골 한 골이 모두 새로운 기록이기 때문에 조금 싱거워 보이기도 했지만 인천 유니폼을 입고 처음 선발로 나와 터뜨린 첫 골이었기에 그 기쁨은 더했다.

 

2008년 9월 24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컵 대회 대전 시티즌과의 안방 경기 64분에 개인통산 115번째 득점을 왼발로 터뜨린 이후 7개월 열하루의 골 침묵을 깬 것. 지금은 성남 코치로 일하고 있는 김도훈의 기록 '114골'보다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역대 개인통산 최다득점자 상위 10명 중에서 현역 선수는 단 세 명 뿐이다. 당연히 인천의 우성용이 그렇고 나머지 둘은 김은중(창샤 진더)과 이동국(전북)이다.

 

프로축구 개인통산 최다득점자 상위 10명

1 우성용 인천 116골 426경기, 경기당 0.27골

2 김도훈 성남 114골 257경기, 경기당 0.44골

3 김현석 울산 110골 371경기, 경기당 0.30골

4 샤샤 성남 104골 271경기, 경기당 0.38골

5 윤상철 안양 101골 300경기, 경기당 0.34골

6 신태용 성남 99골 401경기, 경기당 0.25골

7 김은중 창샤 진더 80골 300경기, 경기당 0.27골

8 노상래 대구 76골 246경기, 경기당 0.31골

9 이원식 대전 73골 270경기, 경기당 0.27골

10 이동국 전북 71골 195경기, 경기당 0.36골

註) 현역 선수의 경우는 현재 소속팀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구단으로 옮길 때 이상한 보상금(이적료)이 붙는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정환(부산→다렌 스더), 심재원(부산→창샤 진더)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간 김은중의 기록은 300경기 80골에서 멈춰 있지만 최근 전성기의 골 감각을 되찾고 있는 전북의 이동국은 그 순위를 더 높이 끌어올릴 기세다.

 

② 프로 데뷔 38경기만에 첫 공격포인트, 인정 못한다?

 

 33분, 드라간의 프리킥을 이마로 처리하며 우성용(맨 왼쪽)의 동점골을 돕는 안재준(오른쪽 솟구친 27번).

33분, 드라간의 프리킥을 이마로 처리하며 우성용(맨 왼쪽)의 동점골을 돕는 안재준(오른쪽 솟구친 27번). ⓒ 심재철

 

지난 해부터 인천의 가운데 수비를 맡으면서 그 실력을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수비수 안재준이 있다. 영원한 주장 임중용과 단짝 호흡을 자랑하고 있는 그가 드디어 프로데뷔 38경기만에 처음으로 공격포인트를 올린 줄 믿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돌아와 한국프로축구연맹 누리집(www.kleaguei.com)의 공식 기록을 확인해보니 다음과 같이 쓸쓸하게 적혀 있었다.

 

전반 33분 , 우성용 GA 정면내 헤딩-슈팅-골 (득점:우성용)

 

한 마디로 안재준의 마수걸이 공격 포인트가 현재로서는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공식 기록원이 '도움' 기록을 우습게 처리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성용의 동점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재준의 헤더가 우성용의 골을 분명하게 도왔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답답한 마음에 위 사진을 증거 사진으로 제출하고 싶을 정도다.

 

안재준은 분명히 드라간의 프리킥을 이마로 받아 직접 골을 노린 것이 아니고 반대쪽에 자리를 잡은 강수일이나 우성용을 겨냥하여 떨어뜨린 것이었다. 중간에서 강원 문지기 김근배가 그 공의 흐름을 끊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손끝에 닿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인천의 골잡이 유병수가 얼마 전 잃을 뻔한 '도움' 기록 하나를 되찾은 날이기도 하다. 지난 달 26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정규리그 경남 FC와의 방문 경기 83분에 유병수가 강수일의 추가골을 도운 것으로 고쳐 기록된 경우다. 안재준의 프로데뷔 첫 도움 기록도 정확하게 인정받았으면 한다.

 

③ 프로 데뷔 골, 강원 FC 오른쪽 미드필더 '박종진'

 

 후반전, 인천 골잡이 강수일을 따라붙고 있는 강원 FC 미드필더 박종진(오른쪽)

후반전, 인천 골잡이 강수일을 따라붙고 있는 강원 FC 미드필더 박종진(오른쪽) ⓒ 심재철

 

이긴 팀 인천에만 '처음'이라는 짜릿한 느낌이 전달된 것은 아니다. 이을용, 윤준하, 김영후, 마사히로, 김봉겸 등을 모두 쉬게 하고 거의 2군에 가까운 선수 구성으로 방문 경기를 치른 강원 FC는 올 시즌 정규리그나 컵 대회 모두 상위권에 올라 있는 인천을 상대로 펠레 스코어 명승부를 벌였다는 점에서 큰 수확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며 강원의 공격을 빠르게 주도했던 박종진이 있다. J리그 JEF 유나이티드 치바 생활을 끝내고 올 시즌 드래프트를 통해 K-리거로 데뷔한 박종진은 지난 달 22일 강릉에서 벌어진 컵 대회 대전 시티즌과의 안방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로 나오자마자 정경호의 이마 앞에 자로 잰 듯한 띄워주기를 보내 '도움'으로 첫번째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그리고 이 경기 27분에 까이용과 순간적으로 자리를 바꾸며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선취골을 오른발로 터뜨려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첫 경험을 멋지게 했다. 박종진은 이밖에도 인천의 왼쪽 수비수로 뛰는 전재호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팀의 주축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④ 강원도의 흑진주 '까이용'

 

 강원 FC 골잡이 까이용이 후반전 높은 공을 따내고 있다.

강원 FC 골잡이 까이용이 후반전 높은 공을 따내고 있다. ⓒ 심재철

강원 FC의 최순호 감독은 구단의 앞날을 내다보며 열 아홉살 먹은 브라질 출신 골잡이를 데려왔다고 했다. 그리고 어린이날에 그는 처음으로 한국팬들 앞에 섰다. 그의 공을 다루는 기술적인 부분은 정말 놀라웠다. 특히, 공을 연결하는 감각이 탁월했다.

 

이 경기에서 강원 FC가 터뜨린 두 골 모두 그의 발끝에서 나온 것이었다. 27분에 동료 미드필더 박종진이 선취골을 터뜨리기 직전에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가며 자로 잰 듯한 찔러주기를 성공시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후반전 교체 선수 이성민이 터뜨린 2-2 동점골(56분) 순간에도 인천 수비수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절묘한 찔러주기 실력은 빛났다.

 

앞으로 경험만 잘 쌓는다면 유연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무력화시키는 K-리그판 사무엘 에투(FC 바르셀로나)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⑤ 인천대교 타임과 세 경기 연속골 '강수일'

 

 50분, 인천 골잡이 강수일이 오른발 안쪽으로 침착하게 두 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다. 왼쪽은 강원 MF 권순형.

50분, 인천 골잡이 강수일이 오른발 안쪽으로 침착하게 두 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다. 왼쪽은 강원 MF 권순형.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올해 살림을 꾸리기 위해 여러 곳에다가 손을 내밀었다. 그 중 하나가 인천 앞바다에 짓고 있는 '인천대교'다. 그래서 후원만큼의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천대교 타임(35분~55분)'을 운영하고 있다. 그 시간 중에 골을 터뜨리면 경기 종료 직후 득점자가 시합구에 사인을 하여 관중들에게 차 주기로 한 것. 20만원 가까이 되는 공식 매치볼 가격을 감안하면 시즌권보다 더 귀한 선물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유병수와 함께 인천의 떠오르는 골잡이가 된 강수일이 그 첫번째 주인공이 되었다. 50분, 전재호의 수준 높은 찔러주기를 받아 매우 침착하게 오른발 안쪽으로 구석을 노렸다. 바로 옆에는 상대 미드필더 권순형이 따라붙었지만 탁월한 속도로 제압했고 그렇게 빨리 뛰면서도 몸 균형(중심)을 바꿔가며 오른발을 썼다는 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는 분명히 타고난 골잡이였다.

 

4월 26일 경남 FC와의 정규리그(2-0 승, 83분 득점), 5월 2일 대구 FC와의 정규리그(2-1 승, 85분 득점)에 이은 세 경기 연속골이다. 공교롭게도 그가 터뜨린 골은 모두 해당 경기 팀의 두 번째 골이다. 강팀의 조건 중에서 매우 중요한 '추가골(쐐기골)'의 위력을 그가 정말로 보여주고 있다.

 

인천 골잡이 유병수의 침착한 왼발, '펠레스코어' 완성!

 

 69분, 인천 골잡이 유병수가 왼발로 침착하게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69분, 인천 골잡이 유병수가 왼발로 침착하게 결승골을 터뜨리고 있다. ⓒ 심재철

 

이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교체 선수에 의한 득점이 나왔기 때문에 관중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두 팀이 하나씩 나눴으니 그것도 재미있는 구석이다. 특히, 최순호 감독의 예지 능력은 족집게라 불러도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강수일에게 역전골을 얻어맞은 강원 FC는 5분 뒤 권경호 대신 이성민을 들여보냈다. 그리고 그가 거짓말처럼 첫 번째 볼터치로 기술적인 왼발 동점골을 터뜨렸다. 선수 구성으로 볼 때 쉽게 이길 줄 알았던 인천은 크게 당황한 듯 보였지만 탁월한 골잡이 덕분에 안방 팬들 앞에서 망신을 면했다.

 

69분, 미드필더 박재현의 왼쪽 띄워주기가 낮게 오자 유병수는 그 공을 가슴으로 침착하게 떨어뜨렸다. 상대 수비수 정철운이 바짝 붙어 있었지만 골잡이의 냉정함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리고 골문을 바라보며 왼발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 강원의 주장 이세인이 몸을 날리며 막아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유병수의 발끝을 떠난 공은 그의 몸에 맞고 그물을 흔들고 있었다. 이른바 펠레스코어라 불리는 짜릿한 '결승골'이었다.

덧붙이는 글 | ※ 피스컵 코리아 2009 A조 인천 경기 결과, 5일 문학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3-2 강원 FC [득점 : 우성용(33분,도움-안재준), 강수일(50분,도움-전재호), 유병수(69분,도움-박재현) / 박종진(27분,도움-까이용), 이성민(56분)]

◎ 인천 선수들
FW : 우성용(46분↔유병수), 강수일
MF : 박재현, 드라간(65분↔박창헌), 손대호(59분↔김영빈), 김민수
DF : 전재호, 임중용, 안재준, 윤원일
GK : 송유걸

◎ 강원 선수들
FW : 까이용, 권경호(55분↔이성민)
MF : 오원종(70분↔추정현), 문주원(74분↔문병우), 권순형, 박종진
DF : 이강민, 이세인, 정철운, 김주봉
GK : 김근배

2009.05.06 08:3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피스컵 코리아 2009 A조 인천 경기 결과, 5일 문학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3-2 강원 FC [득점 : 우성용(33분,도움-안재준), 강수일(50분,도움-전재호), 유병수(69분,도움-박재현) / 박종진(27분,도움-까이용), 이성민(56분)]

◎ 인천 선수들
FW : 우성용(46분↔유병수), 강수일
MF : 박재현, 드라간(65분↔박창헌), 손대호(59분↔김영빈), 김민수
DF : 전재호, 임중용, 안재준, 윤원일
GK : 송유걸

◎ 강원 선수들
FW : 까이용, 권경호(55분↔이성민)
MF : 오원종(70분↔추정현), 문주원(74분↔문병우), 권순형, 박종진
DF : 이강민, 이세인, 정철운, 김주봉
GK : 김근배
우성용 강수일 유병수 까이용 인천 유나이티드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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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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